[지상중계] 대한민국 명상포럼
킴킴(Kim Kim)의 ‘빅데이터와 不二’

현대과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빅데이터는 불교의 불이사상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우선 빅데이터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미국에 타겟(Target)이라는 백화점에서 신생아 물품 할인쿠폰을 임산부인 고객들에게 보냈습니다. 그러자 한 아버지가 우리 딸은 고등학교 2학년인데 왜 이런 쿠폰을 보내느냐고 항의를 했습니다. 백화점 측은 항의를 받은 고객의 이름을 명단에서 제외했죠. 그런데 얼마 뒤 백화점에 항의한 아버지는 다시 전화를 걸어 딸과 얘기해보니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사과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백화점이 부모보다 먼저 한 여성의 임신 사실을 파악한 겁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이 백화점은 임산부들의 과거 쇼핑목록을 AI로 분석했습니다. 출산 3·6·9개월 전 임산부 고객의 쇼핑패턴을 정리한 것이죠. 그리고 앞서 말씀 드린 여성의 쇼핑패턴도 여기에 포함돼 쿠폰을 보낸 것입니다. 그해 이 백화점은 지난해보다 50%가량 늘어난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빅데이터는 말 그대로 데이터가 큰 겁니다. 하지만 단순히 크기만 큰 게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보를 수집하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분석합니다. 빅데이터는 이처럼 수집-분석-관찰을 반복으로 작업합니다. 그리고 알파고처럼 프로그램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발전시킵니다. 저는 빅데이터를 말미암아 프로그램이라고 명명하고 싶습니다. A로 말미암아 B가 일어나고, B로 말미암아 C가 일어나기 때문이죠.

인간의 몸은 지구가 생겨난 이후 35억년 동안 빅데이터를 구축해 유전돼왔습니다. 그런 빅데이터 역할 때문에 우리가 바나나를 먹으면 그 바나나는 인간의 몸이 된다고 봤습니다. 우리가 더울 때 땀샘을 여는 것은 내 의지가 아니라 태어나기 전부터 구축된 유전자 정보인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빅데이터가 좌지우지하는 몸은 내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독서에 집중하려고 해도 배가 고프면 식욕이 일어나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합니다. 그것은 무의식적인 반응(react)입니다.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우리 몸은 내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의식적 대처(respond)가 가능하도록 지금 여기 깨어있어야 합니다. 삶의 무게 중심을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영역에서 앎을 보는 영역으로 이동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명상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명상은 우리를 경험하는 세상에서 경험을 보는 세상으로 이끌어 줍니다.

불이(不二)의 체험은 두 단계로 이어집니다. 가령, 꽃 한 송이가 있다고 하죠. 우선 우리는 꽃을 향해 눈빛을 돌려 꽃이란 걸 알게 됩니다. 이때 그 아는 놈에게 눈빛을 돌리는 겁니다. 밖으로 향한 내 눈빛을 안으로 거둬들이는 작업입니다. 그럴 때 대상이 주체가 되고 주체가 대상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인 에르빈 슈뢰딩거는 우주 전체에 마음()은 오직 하나라고 했습니다. 또 줄기세포 전문가인 브루스 립톤은 마음이 DNA영역 위에 군림한다고 말했죠. 명상은 떠나지 않은 고향, 즉 피안으로 가는 길입니다.

앞으로 과학기술이 더욱 발달하고, AI시대의 확립이 굳어진다면 우리는 남는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고민해야 합니다. 과학기술로 절약된 시간을 영성의 길로 갈지, 낭비해 멸망의 길로 갈지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영성을 키우기 위해 명상을 해야만 합니다.

킴킴(Kim Kim)?
강원도에서 태어나 미국 워싱턴주립대에서 컴퓨터·수학·언어학·전산언어학 등을 전공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사 후 현재 인공지능 클라우드 파트에서 수석그룹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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