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감동시킨 효녀 가장
하늘도 감동시킨 효녀 가장
  • 정리=김주일 기자
  • 승인 2019.09.05 2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0. 소녀가장 최정은
▲삼중 스님의 주선으로 어머니와 외할머니를 모시고 평생 소원인 제주도 2박 3일 여행을 한 소녀가장 최정은 양 (삼중 스님 오른쪽).<br>
삼중 스님의 주선으로 어머니와 외할머니를 모시고 평생 소원인 제주도 2박 3일 여행을 한 소녀가장 최정은 양 (삼중 스님 오른쪽).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홀어머니를 위해 9년째 병수발 하던 소녀가장 최정은(당시 나이 15세)을 처음 만난 것은 1993년 경으로 기억된다.

암투병 홀어머니 위해 9년간 병수발
삼중 스님, 모금 및 제주 여행 주선
자신 일기 묶어 눈물의 수기집 펴내

정은이는 부산 금정산 자락에 허름하게 지어진 움막집에 병든 어머니 강순애씨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궁암, 직장암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고 6년째 투병중이었다. 병원 갈 돈도 없고, 치료시기를 놓쳐 강씨의 병은 돈쓸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그런 강씨에게는 하루 수 차례씩 끔찍한 진통이 찾아오는데, 달인 정은이가 그 횟수만큼 진통제 주사를 놓느라 어머니 곁을 항상 지키고 있었다. 모든 것을 비관한 어머니 강씨는 정은이와의 동반 자살을 수차례 시도 하기도 했다. 두 모녀에게 찾아드는 온갖 고통과는 아랑곳 없이 밝고 착하게만 커가는 정은이 때문에 강씨는 자살 직전 번번이 포기해야만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처럼 죽음 직전의 어머니를 나이 어린 딸이 지극 정성으로 간병하기에 하늘이 도운 건지, 병원서 포기한 강씨의 직장암이 기적적으로 회복되고 있었다.

나를 비롯한 주변에서는 “정은이의 효심에 하늘이 감복한 것”이라고 모두들 자기일 처럼 기뻐했다.

어머니 강씨에게 암이 찾아온 것은 정은이가 여섯 살때인 1984년 봄이었다. 한창 어린 나이에 어리광으로 부모의 사랑속에서 유치원이나 다닐 나이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암에 걸려서 병석에 눕게 되자 졸지에 간호사 역할을 해야만 했다. 난생 처음 만져본 주사기로 어머니에게 진통제를 놓아야 했다. 무면허 돌팔이 의료행위(?)를 어쩔 수 없이 어린 나이에 시작한 것이다. 태어난지 1개월만에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와는 헤어지고 홀어머니 그늘서 자란 정은이는 졸지에 소녀가장이 되었다.

정은이를 보자 나는 살아 있는 보살이요 천사란 생각이 들어 적극 돕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연말에 부산 태화백화점 8층서 정은양 돕기 모금 운동을 벌였다. 그리고 정은이가 평생 소망하던 모녀 제주관광여행도 1996년에 주선해 주었다. 제주 연꽃모임의 공식 초청으로 이뤄진 최정은 어린이 가족 여행에는 어머니 강순애 보살과 그녀의 84세 친정어머니 등 3대가 동참했다. 효도관광인 셈이 됐다.

2박 3일 일정으로 첫 날에는 서귀포시 소암 선생댁과 약천사, 대포 바닷가를 둘러보았고, 다음날에는 홍법정사서 보은법회를, 그리고 성산일출봉과 성읍민속촌을 함께 여행했다.

당시 최정은양이 “제주가 아름답다고 말로만 들었었는데 직접 와서 보니 실제로 그림같이 아름답고 사람들 인심이 후한 것 같아 기뻤다”고 좋아했던 기억이 새록 떠오른다. 어머니 강씨 역시 평생의 소원인 제주여행을 하도록 도움을 준 나와 주변에 연신 머리를 숙이며 고마움을 표했다.

한국일보에 처음으로 이들 모녀의 딱한 사연이 소개된 이후 각계서 성금과 온정이 잇달았고, MBC가 어린이날 특집으로 〈인간시대〉를 통해 〈슬프디 슬픈 이야기〉라는 주제로 정은이의 애틋한 사연을 다시 소개하기도 했다. 정은이는 선생님의 지도로 책도 펴냈다. 〈슬픈 숲에서 부르는 노래〉가 제목이었다. 25개 소 제목으로 구성된 책 속에는 어린 정은이의 절망과 희망, 사회에 감사하는 마음 등을 생생하게 담았다.

최정은 양이 그동안 일기를 묶어 펴낸 책 표지.

세상에는 무책임한 부모들이 의외로 많다. 혜택과 보호받지 못하고 그늘에서 정말로 불쌍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부지기수이다. 그런 아이들을 우리 사회는 껴안고 보듬어야 할 책임과 소명이 있다. 정은이의 해맑은 얼굴을 처음 대했을 때 그 애가 처한 처철한 어려움은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은이의 상황을 알고나서 머리가 절로 숙여졌다. 초등학교 어린아이가 감동하기엔 너무 큰 짐과 무게였는데도 정은이는 어른들도 갖지 못했을 용기와 꿋꿋함을 잃지 않았다. 정은이에게 도움을 주려고 곁에 있으면서 오히려 내가 정은이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지극한 효심, 천진난만한 보살심. 정은이는 분명 천진불심의 화신이었다.

그 이후 어머니도 기적적으로 소생했다고 들었다. 지금은 연락이 끊겼지만, 아마도 정은이는 이제 40대 중반의 중년 여성이 되어 있을 것이다. 어딘가 어린날 지극했던 효심과 보살심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발원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에서도 현대불교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금주의 베스트 불서 11/1 ~ 11/7

순위 도서명 저자 출판사
1 지금 이대로 좋다 법륜스님 정토출판
2 낡은 옷을 벗어라
- 법정스님 미출간
원고 68편
법정스님 불교신문사
3 천태소지관 천태지자
/윤현로
운주사
4 우리는 늘 바라는 대로 이루고 있다 김원수 청우당
5 다만 그윽한 마음을 내라
(대행스님 법어집)
대행스님 한마음선원
6 요가 디피카 B.K.S.
아헹가/
현천스님
선요가
7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노승대 불광출판사
8 원빈스님의 천수경
(읽기만 해도 보리심이 샘솟는)
원빈스님 이층버스
9 천강에서 달을 보다
(25인의 선지식 이야기)
채문기 모과나무
10 임제록 석지현 민족사
※ 제공 : 불서총판 운주사 02) 3672-7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