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실유불성(悉有佛性)

실유불성(悉有佛性), 일체 중생은 누구나 다 불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불성’이란 곧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성불할 수 있는 바탕·자질·속성·가능성 등을 말한다. 이것을 ’불성사상‘이라고 하는데, 중국·한국·일본 등 대승불교권에서는 성불의 철학적·사상적 바탕이 되고 있는 매우 중요한 말이다.

불교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깨달음을 이룰 수 있는 자질이나 바탕을 갖고 있다고 본다. 실유불성은 대승경전의 하나인 〈열반경〉에 있는 사자성어로, 구체적으로는 ‘일체중생 실유불성(悉有佛性)’이다. ‘일체 중생은 모두 불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실(悉, 모두)’자 대신 ‘개(皆, 모두)’ 자를 써서 ’개유불성‘이라고 하기도 한다.

중생은 누구나 다 깨달을 수 있다고 하는 ’일체중생, 실유불성‘ 사상은 불교사상사(佛敎思想史)에서도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여러 종교 가운데서 오직 불교에만 있는 진리로서 많은 중생들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을 주는 사상이다. 지금은 비록 중생으로서 미혹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본질은 깨달은 부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누구나 다 불성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깨닫기 위하여 노력, 수행하지 않으면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다음은 〈열반경〉의 내용인데 필자가 조금 문장을 정리한 것이다.

“그대들은 지금까지 듣지 못한 것을 듣게 될 것이다. 어떤 것이 듣지 못한 것인가. 그것은 곧 여래의 비밀한 법장(法藏ㆍ여래장, 불성)이니라. 즉 일체 중생은 모두 다 불성을 가지고 있나니, 이것은 불법승에 차별이 없느니라. 여래의 비밀한 법장은 참으로 영원한 것[常]이고, 참다운 낙[樂]이고, 참다운 나[我]이고, 번뇌에 물들지 않은 참다운 청정[淨]함이니라.”

이에 대하여 사자후보살이 의문이 생겨서 부처님께 질문했다.

“세존이시여, 누구에게나 다 불성이 있다면, 굳이 중생들이 도를 닦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중생에게는 누구나 다 불성이 있으나 번뇌에 가려서 볼 수가 없을 뿐이니, 번뇌를 제거하면 불성을 보게 되느니라.”

이 내용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면, 불성은 하늘에 떠 있는 태양과 같고 번뇌는 구름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구름이 태양을 가리면 햇빛이 없는 흐린 날이 되지만 구름이 걷히면 태양은 원래의 성질대로 빛을 바깥으로 방출한다. 구름에 가려 태양이 보이지 않는 것은 불성이 있으나 번뇌에 가려 볼 수 없는 것이고, 구름이 걷혀 빛나는 태양이 보이는 것은 번뇌가 제거되어 불성을 보게 되는 것이다.

중국과 한국 선불교에서는 〈열반경〉의 법문을 절대적인 근거로 삼아서 ‘일체중생’을 인간에 한정시키지 않고 미물에 까지 확장시켜서, ‘준동함령 개유불성(蠢動含靈 皆有佛性)’이라고 하기에 이르렀다. 미물을 비롯한 모든 움직이는 생명체(蠢動含靈)에는 모두 불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아직은 깨달음을 발현시키지 못한 미혹 속에 있는 중생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불성을 갖고 있는 존재들이므로 무시할 수가 없다.

이와 같이 일체중생에게는 모두 불성이 있지만, 정진과 수행을 통하여 그 불성을 개발, 완성시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부처가 될 수 있는 자질이나 바탕을 갖고만 있는 존재에 불과한 것이다. 금광에 원석이 많이 있지만 제련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과 같다.

이것을 본래성불사상(본래는 깨달은 부처라는 뜻), 본각사상(본래적으로는 깨달아 있다는 말)이라고도 하는데, 간혹은 이 말을 착각하여 노력, 수행도 하지 않고서 ‘깨달은 부처’라고 하는 사람, 깨닫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다. 그런 철학이나 진리는 없다.

문제는 올바른 수행을 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불교적인 수행은 100년을 해도 깨달을 수가 없다. 자기 자신은 분명 백두산으로 간다고 믿고 갔는데 도착해 보니 묘향산 정상인 것과 같다. 일체중생 실유불성이지만 그 불성을 개발하여 완성시키지 못하면 미혹 속에서 살아가는 중생에 지나지 않는다. 부처와 중생의 차이는 불성을 발현시킨 자(부처)와 발현시키지 못한 자(중생)의 차이일 뿐이다. 우리는 ‘깨닫지 못한 부처’이다. 그리고 부처는 ‘깨달은 중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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