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종교화 시대, 불교’ 주제 20주년 심포지엄

계간 〈불교평론〉이 창간 20주년을 맞아 8월 30일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1999년 겨울 ‘용수나 세친, 원효나 의상이 해석한 불교에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그것을 지적하고 비판하고, 세계가 불교를 향해 끊임없이 던져오는 새로운 질문에 응답하겠다’며 첫 발을 디딘지 20년이다. 
〈불교평론〉은 그동안 기존 불교학계에서 다루지 않은 다양한 시대 조류와의 접점을 모색했다. 지금까지 다룬 기획만 150여개에 달할 정도로 매번 기획과 특집을 통해 불교에 대한 비판적 검토, 대안 제시 등을 고민했다. 

시대 이슈 불교계 과감히 접목
지식사회 불교 잇는 가교 역할
20주년 주제 ‘탈종교화 불교’

젊은 세대 인식 변화 지적
개신교계 대응 현황도 참조
“분야 맞춤형 포교 접근 필요”

‘20세기 한국 불교의 회고와 반성’을 주제로 창간호를 낸 후 〈불교평론〉은 ‘기복(祈福) 불교’ ‘대승불교 정체성’ 등 불교계 민감한 부분을 과감히 공론의 장으로 끌어냈다. 이와 함께 생명, 환경, 명상, 젠더 등 시사 이슈와 관련된 주제를 다루고, 불자 지식인뿐만 아니라 이웃종교계의 입장도 함께 실었다. 전통적인 불교에서 벗어난 지성불교의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과 불교의 관계를 면밀히 살폈고, 재가불교 운동의 방향을 모색하는 특집도 진행했다. 

이런 까닭에 과연 불교평론이 20주년을 맞아 여는 심포지엄의 주제인 ‘탈종교화 시대, 불교의 위상과 역할’도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홍사성 편집인은 이번 주제 선정에 대해 “현대사회는 과학의 진보와 물질문명의 발달, 지식정보의 대량유통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종교의 위상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며 “불교는 새로운 시대상황에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며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각계 학자들이 한국불교가 나아갈 지점을 진단했다. 먼저 송현주 순천향대 교수는 ‘세계종교에서 세속화와 탈세속화의 동시적 전개’ 발표를 통해 “근대사회의 변화는 더욱 더 합리적인 사회유형을 추구하게 되며 이는 초자연적인 것의 위축과 쇠퇴를 의미한다”며 “합리적 선택이론에 따르면 종교인구가 줄어든 것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선호할 만한 다양한 종교상품을 개발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각 종교가 해야 할 일은 현대 종교성과 종교적 욕구에 맞게 종교 자신을 재구조화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원장은 ‘탈종교 시대, 그리스도교의 탈-향 운동’ 발표를 통해 기독교계의 움직임과 과제를 전했다. 정 원장은 “시대정신을 분별하지 못한 채 역행하는 일부 한국교회는 사회서 배척될지도 모른다. 시대정신을 잃은 교회는 교인들의 마음도 사로잡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개신교 내에서는 탈성직, 탈성장, 탈성별의 가치를 추구하는 작은 교회 운동을 통해 새로운 개혁을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또 심포지엄에서는 이런 상황 속에서 구체적으로 불교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대안이 나왔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한국불교의 탈종교적 신행행태와 미래’ 발표를 통해 “탈종교화 같은 변화는 큰 위기 요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새로운 발전 기회다. 현대인 관심사가 건강에 집중되며 음식과 명상에 대한 관심도 커져 사찰음식과 불교명상이 각광을 받는다. 탈종교화 시대에서 불교 미래는 신앙 중심의 다른 종교에 비해 매우 밝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새로운 불교신행 형태가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결국 불자들과 일반시민들이 불교를 접했을 때 매력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각 분야별 전문포교사를 적극 양성하고, 연령별, 직능 포교프로그램과 교육, 조직, 복지, 문화, 수행 등 분야의 맞춤형 접근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명법 스님의 ‘탈세속화 시대, 붓다를 사유하기’, 이혜숙 금강대 교수의 ‘시민사회 공론장 확립을 위한 불교의 역할’, 이상헌 서강대 교수의 ‘포스트휴먼 시대의 도래와 불교’, 양형진 고려대 교수의 ‘현대과학기술문명과 불교의 역할’ 등도 발표됐다.

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인은 “시대가 불교에 요구한 다양한 문제를 주제로 선정해 불교계 안목을 새롭게 열고자 했다. 다양한 논쟁에서 항상 완벽한 대안을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그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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