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처서(處暑)
빈자적·제피잎풋콩조림·버섯강정

금수암 지킴이 백구 두 마리는 암수 한 쌍이다. 더운 여름을 힘겹게 나더니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이하면서 기운을 차리고 먹성이 좋아졌다. 천고마비의 계절 처서에 때맞추어 결실이 익어간다. 놓았던 일손을 다시 꾸리니 이곳저곳 예초기 소리가 요란하다.

중추가절 성묘를 위한 묘역 단장에 벌써부터 분주한 손길이 많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처럼 파리·모기의 성화도 사라져가는 무렵이 된다. 흔하게 하는 말로 모기 턱 떨어진다고 하는데, 모기는 습기만 있으면 태어나는 통에 가을이 다 가도록 사라지지 않기도 한다. 처서에는 특히 비가 내리지 않도록 간절한 농부의 마음이 된다. 벼가 쓰러져서 알곡이 흙에 닿으면 금세 싹이 트기 때문이다. 이산 저산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이즈음에 산초는 여물기 전에 채취해야 한다.

웬만한 산은 숲이 짙어서 나무가 길을 막고 들어서기 어려운 곳이 많다. 자연히 식별하기 어려운 산길에 무언가를 채집하기 위해 나서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차라리 장터에 가서 부탁하는 편이 더 낫겠구나 생각하기 무섭게 속절없이 눈앞에 보이는 게 산초다.

어째 산초만 눈에 띄는지. 하는 수 없이 보이는 대로 채집하여 소금물에 담가 독성을 중화시킨다. 과거 스님들은 산초산행을 즐겨하셨다고 한다. 한 자루씩 채집한 산초는 씻지도 않고 간장독에 넣어 1년을 놔두면 산초가 새까맣게 변한다. 그걸 다시 맹물에 며칠 우린 다음 양념간장을 만들어 장아찌로 두고 드셨다고 한다.

채식위주인 절집의 음식은 아무래도 구충제가 필요한데, 제피나 산초는 산시올 성분 덕분에 구충효과가 있어서 사시사철 밑반찬으로 상차림에 쓰인다. 많은 분들이 산초와 제피를 같은 식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전혀 다르다.

나뭇잎과 열매조차도 구분이 확실하다. 제피열매는 속인들이 먹는 음식 추어탕에 넣는 것으로 특히 중국음식에 거의 감초처럼 쓰인다. 제피잎장아찌는 가을단풍 든 노란 제피잎을 기름에 튀겨서 양념장에 무쳐놓으면 봄철보다 더 좋다. 또한 풋콩이 흔한 요즘 풋콩조림에 제피잎을 넣어 조리면 쉽게 상하지 않고 두고 먹을 수 있는 밑반찬이 된다.

산초는 풋산초를 장아찌로 만들고 완전히 열매가 익으면 기름을 내려서 양념으로 사용하거나 천식환자들에게 약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사실 산초는 기름 내리기가 무척 어렵다. 웬만한 기름집에서 산초기름은 해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할 수없이 들깨와 함께 가지고 가서 기름을 짜달라고 해야 그나마 해준다. 지금도 산초기름은 유용하고 귀하게 쓰인다. 산초기름으로 부침개를 부치면 콩기름으로 만든 것보다 훨씬 풍미가 짙다.

산초장에 찍어먹는 빈자적은 빈대떡의 작은 형태로 예부터 사찰의 불전음식으로 만들어졌다. 노스님은 항상 녹두전은 시골아낙네처럼 크게 부치면 안 된다고 늘 빈자적 이야기를 하셨다. 빈자적의 곁들임 장은 산초장아찌를 건져낸 간장으로 이 간장 자체로 기름기 있는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다. 어디 간장뿐이랴. 제피장아찌 잎을 얹어 먹는 빈자적 역시 뒷맛이 개운한 게 사실이다. 절집의 단백질은 콩류이고 지방질은 아무래도 양념으로 쓰이는 참기름·들기름·산초기름·호두기름·땅콩기름 등 기름이 차지한다. 버섯강정도 기름에 튀기지만 입맛을 자극하는 마성이 있다.

빈자적

빈자적

재료: 불린 녹두 1, 고사리 80g, 숙주 100g, 당근 40g, 표고버섯 2, 청고추 2, 홍고추 1, 집간장·참기름·소금 약간, 부침유(들기름 1T+식용유 1T), 양념간장(집간장 1T·참깨 ½T·식초 ½T, 채수물 1T, 청홍고추 다진 것 약간)

1. 녹두는 물에 하룻밤 불려 믹서에 간다.

2. 고사리는 삶아 집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팬에 덖는다.

3. 숙주는 손질하여 삶아 물기를 꼭 짜서 소금, 참기름으로 무친다.

4. 당근은 곱게 채 썰어 소금으로 약하게 간을 해서 덖는다.

5. 표고버섯은 곱게 채 썰어 참기름과 집간장으로 밑간을 한 후 덖는다.

6. ·홍고추도 다져 잔열에 재빨리 덖는다.

7. 볼에 녹두와 재료를 섞어 버무려 반죽을 만든다.

8. 팬에 부침유을 두르고 한 스푼씩 떠서 부어 지져낸다.

9. 채수물에 집간장, 식초, ·홍고추를 넣어 만든 초간장을 곁들여 낸다.

제피잎풋콩조림

제피잎풋콩조림

재료: 풋콩 2, 제피잎 40g, 조림장(채수물 ½·집간장 1T·송표간장 3T·조청 2T)

1. 풋콩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2. 냄비에 조림장과 풋콩을 넣고 은근한 불에서 계속 졸인다.

3. 제피는 다져놓는다.

4. 조림장이 졸아 들고 윤기가 나면 다진 제피잎을 넣고 뒤적거린 후 불을 끈다.

버섯강정

버섯강정

재료: 표고버섯 5, 새송이버섯 1, 양송이버섯 5, ·홍피망 ½, 견과류(호박씨·해바라기씨 10g), 식용유 3, 전분3 큰술

소스재료: 고추장 1큰술, 간장 1작은술, 조청 1큰술, 매실청 2큰술

반죽만들기: 밀가루 1, , 전분 2T, 소금 약간

1. 버섯은 물수건으로 털어서 닦은 다음 자른다.

2. 밀가루와 전분을 섞어 반죽을 양에 맞추어 만들어 놓는다.

3. ·홍고추는 잘게 다지고, 견과류는 굵게 다져 놓는다.

4. 손질한 버섯을 전분 가루에 살짝 굴린 후 반죽 옷을 입혀 2번 튀겨낸다.

5. 고추장소스 재료를 냄비에 넣고 센 불에 올려 끓으면 튀긴 버섯을 넣고 뒤적인다.

6. 버무린 버섯을 접시에 담고 마지막에 다진 고추와 견과류를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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