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불논단] 아이들과 공부하기
[현불논단] 아이들과 공부하기
  • 주경 스님(수덕사/동국대 감사)
  • 승인 2019.08.30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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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철산행 동행한 불자님 부탁
절 오는 것만도 기특한 아이들
자녀들 위한 영어공부를 맡겨

교과서 아닌 자습서 위주 공부
굳이 학생들에게 필요한가 의문

변별력 가릴 문제를 위한 문제
다른 책으로 공부할 것을 권유
이제는 글쓰기 공부로 이어져

반철산행을 함께 했던 불자님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영어공부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흔쾌히 좋다고 답했더니 고1 누나와 중1 동생 남매가 부모님과 함께 절에 왔다.

출가 전에 동생을 가르쳤던 경험이 있고 절에 와서는 동자들이나 신도 자녀들과 함께 공부를 하는 시간을 가지곤 했다. 특히 여행 중에 혼자 공부하여 영어실력을 쌓은 경험이 있고, 신문이며 잡지 등에 20여 년 글을 쓰다 보니 책을 몇 권 내게 된 까닭에 아이들과 함께 영어 공부를 하거나 글쓰기 지도를 하는 일은 흥미롭고 즐거운 시간이곤 했다. 산행 중에 아이들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때 마음에 담았다가 자녀들과 이야기를 해서 함께 절에 온 것이었다.

부모님은 법당에 법회를 가고 아이들과 마주 앉았다. 아이들을 보며 신통하고 기쁜 마음이 들었다. 절에 오는 것만 해도 만만한 일이 아닌데, 스님과 공부하러 가자는 말에 마음을 낸 것이 무척이나 예쁘고 착하게 생각되었다. 차 한 잔 나누며 고등학생이 가져온 영어책을 살펴보았다. 교과서를 가져오라고 했는데 자습서를 가져왔다. 살펴보니 우리 국민학교 시절 전과처럼 단어와 해석을 비롯하여 다양한 설명들이 있어서 정말 공부하기 쉽게 만들어진 책이었다. 고등학생에게 왜? 이런 자습서가 있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 이후로는 사전과 자료들을 찾아가며 스스로의 힘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데, 고등학생마저도 자습서에 의존하여 공부하고 있다니! 놀라운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습서도 효용성이 있으니 만들어진 것일 테지만.

편안한 페이지를 펴서 함께 읽어가며 공부를 시작했다. 더듬더듬 읽어가며 우선 끊어 읽는 포인트를 찾아갔다. 동사에서 끊고, 전치사와 접속사에서 끊고, 그렇게 두 단어 세 단어 또는 구와 절이 한 단어처럼 느껴지게 반복해서 읽고. 점점 한 문장이 단지 서너 개의 단어처럼 느껴지게 읽는 연습을 하며 읽어갔다. 처음에 단어공부를 따로 할 필요 없다는 말에 의아해하던 아이가 읽는 연습을 하며 그 의미를 이해해가고 있었다.

그렇게 3주간 영어공부를 함께 했다. 1 동생은 그냥 누나의 공부를 옆에서 보고 듣기만 하면서도 꾸준히 자리를 함께 했다. 약속한 마지막 시간인 넷째 주에는 아이가 국어공부를 하자고 했다. 가져온 책을 꺼내는데 역시 문제집이었다. 왜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느냐고 물으니 교과서는 쉽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도 다 같은 문제집을 풀고 있기 때문에 자기도 그 책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한다.

몇 개 표시해둔 틀린 문제들을 읽어보았다. 나에게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문제들이었다. 그리고 문제 해설에는 제시된 답들이 상당히 유사성이 높아서 정답을 가리기기 쉽지 않을 거라는 친절한(?) 안내문도 써놓았다. 몇 개의 문제를 읽어보다가 책을 덮었다. 그리고 이 책으로 공부하지 말아라고 권했다. 또 같은 말을 한다. “다른 아이들도 다 이 책으로 공부해요.” 그래도 그 책으로 공부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 문제들은 내게 마치 다섯 마리의 얼룩 강아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 얼룩무늬가 제일 동그랗게 보이는 강아지를 찾으라는 것처럼 황당하게 느껴졌다. 변별력을 가리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심히 답답했다.

4주가 금방 지나갔고, 아이들이 글쓰기 공부를 같이 해보겠다고 한다. 잠시 쉬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두 주 쉬고 다시 보기로 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참 새롭고 좋다. 그리고 무척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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