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쓰레기는 ‘간접적 살생’

불교환경연대가 지난해 텀블러 사용 캠페인 ‘자고 있는 텀블러를 깨워라’을 조계사 일주문에서 펼치는 모습.

지난 2015년 여름,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바다거북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됐다. 코스타리카 해안에서 발견된 바다거북의 코에서 해양학자들이 빨대를 뽑아내자 바다거북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고통을 호소하며 피를 흘렸다. 이 영상은 환경오염의 주범인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린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지구는 일회용품이라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 제작된 도구로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불자의 기본 계율인 오계(五戒) 중 불살생(不殺生)계를 첫 번째로 설했다. 다른 무엇보다 생명의 존엄함을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대중이 불살생의 의미를 내 손으로 직접 생명을 죽이는 행위로 간과한다는 점이다. 내가 버린 일회용품 쓰레기가 결국엔 어느 생명을 위협한다는 문제의식을 갖지 못해 불살생이 좁은 의미로 해석되는 셈이다.

불자 기본계율 오계 중 不殺生
일회용품이 자연환경 악화시켜
다른 생명 위협하는 인식 필요

일반사회 제로웨이스트바람
생활쓰레기 줄이는 운동 퍼져
종교계가 먼저 나서 전개해야

혹자는 이렇게 항변할 수도 있다. 쓰레기로 누군가 죽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몰랐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리스왕 밀린다와 학승 나가세나의 대화를 엮은 경전 <밀린다왕문경>에서는 모르고 하는 살생이 알고 살생하는 것보다 더 중대한 악행이라고 평한다. 알고 저지르는 죄업은 스스로 참회의 여지가 있지만, 모르고 짓는 죄업은 잘못을 인지하지 못해 더 큰 죄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분명 대중이 흔히 사용하는 일회용품은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의 모든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다. 이 때문에 불살생계를 따르는 불자들은 당연히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여나가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생활쓰레기를 줄이는 운동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는 불교가 아닌 일반인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실망하긴 이르다. 적지만 일부 녹색사찰들이 일회용품 사용금지와 쓰레기 줄이기에 나서면서 모범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백양사 천진암 정관 스님(사진 오른쪽)은 텀블러 캠페인을 통해 일회용품 안 쓰기 운동에 동참했다.

사찰서 할 수 있는 환경운동
일회용품 사용금지의 가장 선구적인 역할을 하는 사찰은 고양 금륜사(주지 본각). 금륜사는 평소 사중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권장하는 게 입소문을 타며 지난해 7월 불교환경연대 녹색사찰 1호로 선정됐다.

금륜사는 신도들이 애용하는 다실에 그 흔한 종이컵조차 찾아볼 수 없다. 각자 머그컵을 사용하고 설거지한다. 신도들에게 떡을 나눠줄 때는 비닐 대신 뻥튀기 과자를 활용하기도 한다. 동지팥죽은 유리로 된 용기나 다회용기에 나눠주면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신도들도 각자 가방이나 빈 통을 들고 다니게 됐다.

일회용품뿐만 아니라 재사용 가능한 물품을 다시 쓰는 것에도 금륜사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신도들이 가정에서 쓰고 남은 종이쇼핑백을 사찰로 가져오게 하고, 이 쇼핑백에 사찰 물건을 담아 돌려줬다. 대부분의 사찰들이 각 사명(寺名)이 적힌 쇼핑백을 제작해 배포하는 것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금륜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어린이청소년법회 아이들이 환경운동을 실천했을 때 환경장학금도 제공한다. 빈 통을 가져오지 못한 신도에게 1000원을 받고 금륜사 용기를 빌려주며 모은 돈으로 마련한 장학금이다. 적은 금액이더라도 어린 아이들이 환경의 중요성을 몸소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이런 금륜사도 일회용품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건 아니다. 사찰 특성상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륜사는 번거롭더라도 비닐을 사용하고 세척해서 재사용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금륜사 총무 효욱 스님은 사실 일회용품을 최대한 자제한다고 해서 당장 큰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중에서 배출되는 쓰레기가 많이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절에서 일회용품을 쓰지 않더라도 외부에서 선물이나 공양으로 들어오는 물건의 포장이 쓰레기가 된다. 지속적인 환경운동 홍보를 통해 이런 부분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륜사 신도들이 지난해 동지 팥죽을 나눠주기 위해 일회용기가 아닌 다회용기에 팥죽을 담는 모습.

종교인 먼저 솔선수범을
사찰음식의 대가인 정관 스님이 주석하는 백양사 천진암은 건강한 식자재 수급을 위해 일회용품을 줄이기 시작했다. 정관 스님은 직접 밭에서 농사를 지으며 같은 씨앗을 뿌리더라도 환경에 따라 다른 결과물을 낳는 채소를 보며 자연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스님은 그 즉시 사찰에 있던 일회용 종이컵을 전부 없애고, 창고에 묵혀두던 스테인리스컵과 그릇들을 꺼냈다.

정관 스님은 종이컵을 사찰에 두면 대중이 쉽게 쓰고 버리게 된다. 그런데 그 습성이 곧 낭비라며 마을주민들이 믹스커피는 종이컵에 먹어야 맛이 난다고 하기에 차라리 먹지 말고, 먹고 싶으면 밥그릇에 먹으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정관 스님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일회용 종이컵의 문제와 불필요성을 강조하자 사람들에게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종이컵을 사지 않고 일회용품도 쓰지 않다 보니 의외로 돈이 절약된다는 후문을 전해들은 것이다. 그래서 스님은 지금도 주말 사찰음식 템플스테이에서 참가자들에게 개인전용 텀블러를 제공한다. 일회용품이 없으니 각자의 컵을 사용하고 관리하라는 뜻이다.

정관 스님은 일선사찰의 환경운동이 확산되기 위해선 종단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스님은 요즘 가정에 장을 보기 위한 가방은 필수다. 그렇다면 종단에서 시장가방을 제작하고 보급하면서 환경캠페인을 전개한다면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며 스님과 종교인들이 먼저 나서야 하는 일이다. 우리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외에도 의정부 석림사와 울산 백련사 등 녹색사찰들도 일회용품을 줄이는 데 앞장서며 그린 부디즘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도들이 이용하는 다실에서도 일회용컵 대신 머그컵을 사용하고 설거지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서로 함께 나누는 아이디어
사찰들이 자체적으로 환경운동을 실천한다면 시민단체인 불교환경연대는 텀블러 사용 캠페인을 통해 환경보살의 양성을 주도하고 있다. 불교환경연대는 지난해 본지와 함께 환경캠페인 자고 있는 텀블러를 깨워라를 전개, 401개의 텀블러를 기증받아 시민들에게 나누고 344명의 캠페인 동참서명을 받았다.

이 캠페인은 집에 두고 쓰지 않는 텀블러를 활용해 일회용품을 향한 시민들의 문제의식을 일깨우고, 직접적인 실천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특히 출근 시 텀블러를 챙겨가거나 일회용 대신 다회용 빨대를 사용하게 됐다는 등 캠페인 참가자들의 다양한 후기도 전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불교환경연대는 녹색사찰들과 일회용품 안 쓰는 사찰 만들기라는 SNS 단체채팅방을 만들고, 각자의 활동과 환경운동실천 노하우를 공유했다. 이 과정에서 금륜사는 부처님오신날 불단에 올릴 생화 장엄에 물을 흡수해 공급하는 스폰지 플로랄폼(일명 오아시스)’을 사용하지 않은 모습을 공유했다. 플로랄폼은 물을 흡수하는 합성수지로 꽃꽂이에 주로 사용되며, 꽃을 꽂는 수반역할을 담당하는 일회용품이다. 금륜사의 이런 모습에 다른 사찰 주지스님과 불자들은 지금껏 신경 쓰지 못한 일회용품을 알게 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소박하지만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면서 사회 변화에 앞장서는 사찰과 불교단체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를 범불교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선 스님들의 의식 개선이 필수적이다.

녹색불교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서울 열린선원장 법현 스님은 스님들이 환경의 중요성을 먼저 인식하고 꾸준히 불자들에게 교육하지 않으면, 숲의 종교로 불리는 불교는 그 이름의 무게에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불교환경연대와 법장사가 지난 6월 녹색사찰 협약을 맺었다. 주지 퇴휴 스님도 일회용품 사용 자제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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