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겨울 불교의 지성화를 기치로 한 불교계 작은 움직임이 있었다. 바로 〈불교평론〉의 발간이었다. 불교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냉철한 지성으로 바라보고자 출발한 〈불교평론〉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불교평론은 창간 때부터 지원을 아끼지 않은 무산 스님과 불자대중의 원력으로 갖은 어려움에도 그 맥을 이어왔다.

수익을 내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고, 발간 비용을 부담하는 것조차 힘든 불교계 계간지 시장에서 꿋꿋이 책을 펴냈다. 다양한 주제와 불교 안팎의 학자들의 목소리를 묶는 역할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온 건 물론이다. 불교계서 다루기 힘든 ‘성윤리’ ‘종교폭력’ 등 민감한 주제까지 서슴없이 다루며 지성불교의 횃불 역할을 자임했다.

그동안 불교계는 기복불교, 치마불교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이에 안주해 왔다.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불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불교평론〉이 그동안 걸어왔던 길을 돌아볼 때가 됐다.

불교평론이 20주년을 맞아 ‘탈종교화’를 주제로 연 심포지엄에서 나온 진단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시대의 흐름은 종교를 하나의 기호상품화 하고 있다. 맹목적인 믿음에서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기에 선택하는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종교의 가치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불교가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고 변화하기 위해서는 〈불교평론〉이 이끌어온 지성불교의 담론을 확산해야 한다. 부처님은 전법행을 통해 시대의 다양한 문제를 겪고 그 해법을 풀어냈다. 그 가운데 남은 가르침이 바로 불교가 됐다. 불교계가 〈불교평론〉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지성불교의 불을 당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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