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예수재 문화재 지정 어떻게 진행되나
영산재(靈山齋, 국가무형문화재 50호), 수륙재(水陸齋, 국가무형문화재 125·126·127호)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불교의례인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를 무형문화재로 보존 전승하는 작업이 본격화 되고 있다. 앞서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된 수륙재, 영산재와 달리 생전예수재가 지닌 차별화된 의미를 보다 부각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올해 초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조사계획으로 충북도에서 신청한 단양 구인사 생전예수재의 종목지정 조사 방침을 밝힌데 이어 6월 생전예수재 종목지정방식 및 관리방안 조사에 대한 용역조사 시행을 공고했다.
봉은사·구인사·청련사 등
문화재 지정 움직임 ‘활발’
문화재청 지정방식 용역 중
지자체 설행기관 지정 목전
권선징악 통함 참회 의미
“불교의례 사회적 가치
재인식하는 기회로 삼자”
현재 불교 의례 중 국가지정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영산재, 수륙재, 불복장 작법이다. 영산재는 태고종 봉원사가 한국불교영산재보존회를 통해, 수륙재는 조계종 진관사가 진관사수륙재보존회, 삼화사가 삼화사수륙재보존회를 구성해 보존 전승하고 있다. 생전예수재는 말 그대로 ‘생전에 미리(豫) 닦는(修) 재(齋)’ 의식으로 죽은 뒤에 실천할 불사를 살아 있을 때 미리 닦아 사후 명복을 빌기 위한 불교 의식이다.
2015년부터 추진 움직임, 지정 가시화
무형문화재에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와 시·도지정 무형문화재가 있다. 문화재보호법에는 문화재청장이 무형문화재 중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것을 자문기관인 문화재위원회의 심사와 토의를 거쳐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생전예수재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에 가장 앞서 있는 것은 천태종 총본산인 단양 구인사다. 영산재 뒤풀이 의식인 삼회향놀이의 충북무형문화재 등재를 2012년 마무리한 천태종 구인사는 범음범패연구보존회를 구성, 수륙재 무형문화재 등재 이후 생전예수재에 대한 세미나를 열고 등재 추진을 본격화했다. 범음범패연구보존회는 2018년 6월 구인사에서 충북도 문화재심사위원을 초청 생전예수재 시연회를 연데 이어 올해는 8월 20일 입재, 27일까지 시연을 진행했다.
구인사 인덕 스님은 “본 심사를 앞두고 열리는 리허설 단계로 보면 된다. 지난해 설행된 행사서 보완사항이 제기돼 올해 대거 보완했다”고 밝혔다.
천태종과 함께 조계종과 태고종에서도 생전예수재 등재를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조계종의 경우 서울 봉은사를 중심으로 현재 서울시지정무형문화재 설행기관으로 지정되는 것을 목전에 두고 있다. 조선 후기 〈동국세시기〉에 생전예수재 설행 기록이 있는 봉은사는 2016년 생전예수재보존회를 구성한 이후 올해 1월 서울시무형문화재 종목지정까지 이끌었다. 2018년 8월 종목지정을 앞두고 대규모 생전예수재를 설행한데 이어 올해도 8월 19일 입재, 49일간 생전예수재를 설행한다.
태고종 양주 청련사의 경우 올해 1월 생전예수재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런 움직임에 문화재청은 6월 종목지정방식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영산재와 같이 단일화된 종목지정, 혹은 수륙재와 같이 개별화된 종목지정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살피겠다는 것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재 연구용역 중으로 지정방식에 대해 논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면서 “종목, 종파별 특징이 있어 모든 방법을 일률적으로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불교의례 가치 재인식 기회로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는 “생전예수재는 영산재, 수륙재와 달리 본인 및 가족이 살아 있을 때 미리 지내는 재라는 특징이 있다. 시왕신앙이 중심신앙으로 사후 심판에 대한 부분이 주된 내용”이라며 “기복이 아닌 자기 성찰의 의미로 생전예수재를 통해 사회적으로 권선징악적 가치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했다. 이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오늘날 생전예수재의 설행에서 이 같은 다른 의식과 달리 성찰과 참회, 권선징악의 의미를 부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미래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도 “사회공동체의식 함양이란 사회적 가치를 지닌 수륙재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이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동안 수륙재를 비롯한 다양한 불교의식이 높은 가치를 지녔음에도 문화재 지정이 늦은 것은 불교 안팎에서의 의례 자체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형문화재 지정은 불교 내부적으로 불교의례가 지닌 사회적 의미를 다시금 높이고 새롭게 인식을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생전예수재 설행에서도 살아있는 사람을 한 수행의 일환이라는 의미를 더욱 부각시켰으면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