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이야기] 16. 연기의 탄생
[연기 이야기] 16. 연기의 탄생
  • 김성규 영남대 의대 교수
  • 승인 2019.08.25 2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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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있다’ 인식서 연기는 시작돼


외도 산자야 회의론 극복 과정서
존재 인식론인 연기 사상 만들어져
이야기의 출발점은 존재이며
존재 대한 인식이 ‘무상·무아’

회의론을 극복하고
산자야는 회의론을 창시한 자로 회의외도라고 한다. 회의론을 주장하면서 인도의 모든 지식인층에게 공감을 일으킨 사람이 바로 산자야이다. 모든 사람이 산자야의 회의론을 신봉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이 그 당시 인도 사상계의 현황이었다. 그래서 산자야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만을 인정하고 그 외의 모든 것은 부정하였다. 어떤 주장도 결정적으로 단언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것도 주장할 수 없다는 주장과 답변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를 제시하였다. 이것이 바로 산자야가 주장한 회의론이다. 이 회의론이 그 당시 인도사회에 만연해 있었고 모든 젊은이, 지식인들이 이 회의론을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나간타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고 산자야는 사상적인 색채가 강한 주장을 하고 있었다. 사상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산자야의 회의론을 깨뜨리지 않고서는 인도의 새로운 사상과 새로운 종교를 일으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산자야의 회의론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 새로운 사상을 태동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래서 이 회의론을 극복한 사람이 니간타와 붓다이다.

니간타는 결정적으로 ‘단언할 수 없다고 한다면 가정은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조건부적 개연설을 주장하여 회의론을 깨뜨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주장할 수 있느냐’는 회의론에 대해서 결정적으로 ‘깨뜨릴 수 있는 과정에 대한 가설은 세울 수 없지만 보이지 않는 것에는 신이 있다고 가정할 수 있지 않은가’를 주장하였다. 인과와 전생을 보지 못하지만, 전생이 있다고 가정을 해서 지금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조건부적인 개연성을 주장하면서 산자야의 회의론을 극복하였다.

‘나’에서 출발
부처님께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확실하게 깨뜨린다. “종교는 틀림없는 절대적인 답변을 제시해야 한다. 어떤 주장도 결정적으로 단언할 수 없다는 그 주장을 너는 어떻게 결정적으로 단언할 수 있느냐”고 <장조경>에서 부처님은 설하고 있다. 여기서 출발한 것이 바로 ‘나’이다.

회의론을 깨뜨릴 수 있는 유일한 주제는 나밖에 없다. 나만이 회의론을 깨뜨릴 수 있으며 모든 것은 부정해도 분명하게 ‘나’는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그 당시 가장 큰 문제인 산자야의 회의론을 깨뜨리고 극복하기 위해서 제시한 기본적인 구성의 원칙이 ‘12처’이다. 바로 회의론을 깨뜨릴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나’는 있다 하는 것은 다른 것은 다 부정해도 ‘나’는 있다는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에서 ‘나’라 했을 때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눈이 있고 귀가 있고 코가 있고 혀가 있고 몸뚱이가 있고 이것을 다 통섭할 수 있는 ‘의’가 있다. ‘내가 있다’에서 ‘의’에 대한 모든 이론을 정리한 것이 바로 불교의 탄생이다. 여기서 나를 보고 모든 것을 다 부정해도 내 자신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나 자신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나 자신으로부터 출발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을 따져보니 눈이 있고 귀가 있고 코가 있고  혀가 있고 몸이 있고 의가 있다. 안이비설신까지는 쉽지만 마지막에 가장 어려운 의가 있다. 안이비설신의를 ‘육근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불교의 이루는 구체적인 내용이 된다. 여기서 ‘내가 있다’고 했을 때 눈이 있어 눈으로 모든 대상을 볼 수 있다. 눈이 있어서 사람과 물건들의 형상을 파악하게 된다.

귀로 들을 수 있는 대상이 있으며, 눈으로 볼 수 있는 대상이 있으며 코가 있어서 냄새 맡을 수 있는 대상이 있고 혀가 있어서 맛볼 수 있는 대상이 있고 몸으로 접촉하여 느낄 수 있는 대상이 있고 ‘의’가 있기 때문에 뜻이 있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 여기서 ‘색성향미촉법’이 바로 ‘내가 있다’에서 대상이 되는 육경인 것이다. 육근이 있어 대상이 되는 ‘색성향미촉법’이 있게 된다.

내가 있음으로써 나를 인식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 바로 6근과 6경을 합하여 12처라 한다. 12처는 육근과 육경이 작용하여 육근을 통하여 일어나는 모든 작용을 통틀어 12처라 일컫는다. 결국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어떤 것도 믿을 수 없다. 회의론을 극복하고 깨트릴 수 있는 근본적 출발은 ‘나는 있다’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보이지 않는 것은 일체 묻어 두고 눈에 보이고 인식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부터 불교가 출발한다. 제행무상·제법무아·일체개고로 모든 것이 법으로 통섭된다.

모든 것은 연기로
모든 것을 회의하고 있는 회의론을 깨트리고 인간들에게 바른 인식을 시킬 수 있는 것은 ‘나’는 있다로 출발하게 된다. 안이비설신의와 색성향미촉법이 부딪쳐 안식·이식·비식·설식·신식·의식이 생기고 이것이 육근과 육경을 합하여 18계가 만들어지고 이것을 바탕으로 인간의 모든 인식이 연기로 존재하는데 그것은 시간연기, 오온연기, 그리고 12연기이다. 결국은 12처설부터 구체적으로 연기법에 들어간다. 이 연기법이 세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정말 탄복할 만큼, 체계적이고 과학적이고 우리가 이해하기 정말 어려운 이론의 구조가 여기서부터 나온다.

<반야심경>을 보면 ‘색즉시공 공즉시색 불생불멸’이라고 하는데 연기에서는 불생불멸이 없다. 이것이 실상론에 들어가면 불생불멸이 나타난다. 연기론에서는 분명히 있는데 없어진다. 부처님께서 불교를 주장하고 불교의 가르침을 구체화 하는 근거가 12처설로부터 시작한다.

한번은 연기를 강의하는데 어떤 수강생이 ‘저는 <아함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는데 교수님께서 이야기한 그런 체계는 없다’고 했다. 아함경을 수십 번을 보아도 지금 설명한 이 체계는 없고 그 속에서 만들어내야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세세생생 살아오면서 어떤 인연으로 연기법을 같이 공부하게 되었는지 몰라도 이 부분은 어떤 일이 있어도 알아야 한다. 세세생생 불교 속에서 살 수 밖에 없게 하는 것이 연기법에 대한 이해이다.

연기의 구체적인 내용
물 위에 떠 있는 빙산의 일각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연기는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는 것은 연기의 내용 중 일각의 내용이다. 6근·6경·12처·18계·시간연기·오온연기·12연기의 골격은 물속에 들어있는 9/10에 해당되는 불교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물속에 가라앉아 있는 이 부분을 이해하고 나면 세상 어디에 있어도 두려움이 없이 나는 불자라고 큰소리 칠 수 있을 만큼 떳떳해진다. 중요한 것은 확신이 없고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귀하게 키워놓은 자식들을 교인들에게 주기도 하고  문제에 부딪치면 다 양보하고 말지만. 불교가 삶의 악세사리이지 소중한 보물이 못 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부터 공부하는 불교의 구체적인 이 부분을 이해하고 나면 세세생생 동안 불교와 떨어질 수 없는 인연을 맺을 수밖에 없다.

부처님의 은혜
부처님의 은혜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 모른다. 느끼는 만큼 느끼듯이 부처님의 은혜는 세세생생 갚아도 다 못 갚는다. 이렇게 엄청난 가르침을 오늘 우리는 배우려고 한다. 나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 나름대로 깨달음이 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을 쉽게 이야기하기에는 망설여지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난해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불교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거시적인 부분은 이해하기 쉽지만 미세하게 들어있는 원리의 설명 부분은 이해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12처 18계를 이해하고 나면 시간연기와 오온연기를 이해해야 한다. 시간연기는 시간에 대한 연기이고 오온연기는 공간에 대한 연기이다.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한꺼번에 어려운 부분을 다 이해시키고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다. 하나하나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간에 대한 연기를 가르치시고 공간에 대한 연기를 가르치시고 그 다음 시간과 공간이 통합된 12연기를 가르치신 것이다.

부처님은 당시 뛰어난 사상가인 회의론자 산자야의 회의론을 어떻게 깨트릴까? 궁극적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다 부정해도 부정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서로 보고 이야기 하고 있는 ‘나는 있다’는 것이다. 이는 눈으로 인식할 수 있다. 부처님은 ‘나는 있다’를 인식할 수 있는 것에서  출발하였다. 우리가 불교를 이해할 때 모든 것은 존재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시작한다. 부처님은 산자야의 회의론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존재에 대한 인식론인 연기의 가르침이 나온 것이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존재이며, 존재에 대한 인식이 무상이고 무아이다. 이 존재를 근본적으로 회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존재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은 무엇인가? “부처님이시여! 불교가 무엇입니까”라고 제자들이 물었을 때 부처님께서 “12처가 불교다”라고 답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육경과 육근이 바로 12처이다. 우리 몸을 관찰해 보니 어떤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주체를 한문으로 ‘근(根)’이라고 한다. 여섯 개의 인식할 수 있는 능력체가 6근인 것이다. 

그래서 존재에 대한 인식을 위하여 기본 요소는 ‘안이비설신의’ 육근과 ‘색성향미촉법의’ 육경과 안식·이식·비식·설식·신식·의식의 육식이며, 이것에서 찾아낸 법칙이 연기의 법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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