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가짜뉴스 경계론’ 제기
엄정 대처·법적 규제 필요성 거론
가짜뉴스, ‘통제’ 발상은 타당한가

민주주의, 자유로운 공론 통해 발전
법적 규제는 언론 자유 침해 우려
가짜뉴스, 미디어 변화 따른 부산물
허위정보 차단 중요… 기준 마련해야

법적 규제 보다 성숙한 시민 양성을
‘미디어 리터리시’ 정책 중심에 서야

정부가 최근 들어 부쩍 가짜뉴스 경계론을 제기하며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무총리가 가짜뉴스 엄정 대처를 선언한 데 이어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 자리에서 경제이슈와 관련하여 가짜뉴스 문제를 가볍게 보지 않고 있음을 드러내었다.

더군다나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장이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의를 표명한 이유가 가짜뉴스 대책 마련 지침에 이견이 있었던 탓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추측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신임 방통위원장 내정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짜뉴스는 규제 대상이며, 제도를 정비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가짜뉴스를 법으로 방지하겠다는 발상은 과연 타당한가? 그리고 소위 뉴스의 홍수시대에 충분한 효과를 도출할 수 있는 궁극적인 방안인가? 가짜뉴스에 대한 경계론이 통제와 처벌로 현실화 된다면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개인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의혹 제기를 허용하는 공론장의 존재와 활성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사후 규제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사전규제의 의미를 갖게 될 새로운 법이 제정되면 공론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예견할 수 있는 일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공론장의 활성화를 제한하는 새로운 법 제정은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칠 수 없다. 그렇다면 가짜뉴스에 대처하는 다른 방안은 없는가?

가짜뉴스에 대한 논란은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공통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이다. 신문과 방송 매체로 국한되었던 뉴스 미디어가 인터넷의 등장으로 엄청나게 증가함으로써 뉴스 채널과 뉴스의 총량이 거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형 언론사의 전유물이었던 뉴스 생산이 1인 미디어 시대를 맞아 개인으로까지 가능해졌고, 뉴스 유통은 포털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적이고 무제한적인 환경으로 변화하였다.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구분하는 것을 떠나서 뉴스와 비뉴스를 구분하는 것조차도 어려운 정보 공급의 홍수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게다가 기존의 언론에 대한 신뢰도 저하까지 이어져 뉴스 수용자들은 인터넷미디어와 같은 대안 뉴스미디어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가짜뉴스는 어떤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허위정보를 의미한다. 허위정보의 확산을 우려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당연히 바람직하다. 중요한 것은 허위정보를 가리는 데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행정 권력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법적 규제를 통해 가짜뉴스를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은 근시안적이고 위험하다. 법적 규제를 통해 가짜뉴스를 걸러내겠다는 성급하고 단기적인 대책보다는 장기적 대안 모색에 정부 정책수립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확증편향과 집단적 배타의식이 증폭되고 있는 사회, 여론 양극화로 증오와 갈등이 확산되는 사회 현상의 원인을 먼저 진지하게 진단하여야 한다.

타인의 사고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 행동교육으로서의 미디어 리터러시가 반드시 정책 수립의 중심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이런 극단적 대결 양상의 사회 갈등 국면이 지속되는 한 정부·언론·사회적 기구에 대한 불신은 심화될 수밖에 없으며 가짜뉴스 규제의 의도가 아무리 순수하다 할지라도 언론 재갈 물리기나 다른 의견에 대한 제약이라는 의구심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귀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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