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섭 교수, 8월 11일 만해학회 학술세미나서

만해 한용운 스님(1879~1944, 사진 왼쪽)은 한국독립운동사와 문학사는 물론 근대불교운동에도 큰 족적을 남긴 선지식이다. 만해 스님의 문학 혼과 사상을 선양하고자 다양한 사업을 펼친 설악 무산 스님(1932~2018, 사진 오른쪽)은 수행자이자 시조시인으로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됐다. 근대와 현대를 관통한 두 선지식의 연속·불연속성을 계보학으로 살펴본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두 선지식 생애·사상 비교
승려·문인이란 공통점 지녀
주요 시어들 지향점 같아

만해-화엄선, 무산-임제선
각 佛說·祖設 상이함 존재

고영섭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는 8월 11일 인제 만해마을 만해학교 세미나실에서 ‘만해와 설악 조오현’을 주제로 열린 만해학회 제19회 학술세미나서 ‘만해 봉안과 설악 오현의 연속과 불연속’ 연구 논문을 발표하고 만해 스님과 무산 스님의 연결 지점을 고찰했다.

고영섭 교수는 그간 논의돼 온 만해의 계보학은 “철학·사상·지성·문중의 계보학”이 중첩돼 있음을 전제했다. ‘만해와 그의 제자들’로 거론된 무호, 범산, 춘성, 무산 등은  대일항쟁기 불교독립운동의 상징이자 구심이었던 만당의 당수 만해를 중심으로 활동했거나 더러는 그의 입적 이후 그의 정신을 계승해온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중 무산 스님은 앞선 제자들과는 조금은 다른 지점에 서 있다. 무산 스님은 직접 교류보다 만해의 거처였던 백담사에 주석하면서 선승과 시승으로서 만해의 정신을 계승하고 선양해서다. 고영섭 교수는 만해 스님과 무산 스님의 시맥과 선맥에서 두 선지식의 연속·불연속성을 찾았다.

고영섭 교수는 만해 스님이 “의지와 지조의 삶”을 살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애국지사’라는 스님을 표상하는 수식어는 “시인과 선승을 통섭하는 꼭지점이 된다”고 봤다.

고영섭 교수는 “만해의 선맥은 임제선맥을 이어받은 청허계의 5대손인 환성 지안의 12세손이자 청허의 16세손”이라며 “그의 살림살이는 교법의 집대성이자 붓다의 연화장 장엄세계를 향상일로로 그려온 ‘화엄선풍’”이라고 분석했다.

시맥에 대해서도 “〈유심〉에 실린 ‘심’과 ‘님의 침묵’에서 보이는 ‘님’은 ‘당신’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이라며 “그가 보여준 부드러움의 시학과 강렬함의 미학은 만해 시의 특징”이라고 평했다.

무산 스님은 선맥에 있어서는 만해와 차이점을 보인다. 고영섭 교수는 “무산 스님은 선교겸수의 살림살이를 보여준다”면서 “그의 선맥은 임제선맥을 이어받은 청허계의 5세손이 되는 환성 지안으로부터 법맥을 이어 받은 용성(진종)의 4세손이자 청허의 9세손이 된다. 그가 추구한 선지는 살불살조의 살림살이로 그려온 임제선의 가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만해 스님의 주요 시어인 ‘님’과 ‘달인’, 무산 스님의 ‘어린 양’과 ‘유랑승’ 등은 상통한다는 게 고영섭 교수의 주장이다. 

고영섭 교수는 “만해와 무산 스님은 승려이자 문인으로 이들은 ‘님’과 ‘달인’, ‘어린 양’과 ‘유랑승’ 등의 시적 자아가 상통한다”고 주장하면서 “만해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님’은 무산이 높게 실현해 온 ‘달인’이었다. 이 때문에 이들이 구현해 온 ‘님’과 ‘달인’은 만날 뿐만 아니라 통했다. 그것은 출가 초기에 비구 걸사가 갖는 겸허한 마음에서 통섭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선지식이 추구한 살림살이와 사고방식에는 차이가 없지 않다”면서도 “이들의 시적 자아가 상통·상이하는 지점에서 승려와 시인이라는 경계가 사라지며 해탈의 삶을 추구했던 두 사람의 진실한 마음만이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만해학회 학술세미나는 만해학회의 ‘만해의 계보학’ 주제 5번째 기획으로 △조오현의 〈백암록〉(1997), 〈무문관〉(2007)의 가르침과 즐김의 뜻(한명환·순천향대) △조오현의 선시 연구(윤재웅·동국대) △무산 십현시에 나타난 무애와 역설의 시학(이지엽·경기대) △조오현의 일반시론(이동재·대진대) 등이 함께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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