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유전연기〉과 행복〈환멸연기〉의 길
고통〈유전연기〉과 행복〈환멸연기〉의 길
  • 현불뉴스
  • 승인 2019.08.1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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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이해의 길 9

내가 좋아하는 붓다의 가르침 가운데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라.’는 내용이 있다. 우리는 대개 첫 번째 화살을 맞으면 그 영향력으로 인해 두 번째뿐만 아니라 세 번째, 네 번째 화살을 맞게 된다. 지난 호에서 언급한 것처럼, 접촉 사고라는 첫 번째 화살을 맞고 기분이 상해서 친구와 술 한 잔 나누다가 옆 사람과 싸우는 두 번째 화살을 맞고, 급기야 폭행죄로 경찰에 연행되는 세 번째 화살을 맞을 수 있다. 스스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접촉 사고의 영향력(業)에 이리 저리 흔들린 경우라 할 것이다. 이것이 중생들 삶의 모습이다.

12연기는 대상과 만나면서 겪게 되는 우리들의 실제 모습과 그 원인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무명(無明)’, 즉 연기의 진리를 모르는 어리석음이 중생살이의 근본 원인임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무명으로 인해 온갖 부산을 떨면서도 왜 그러는지 모른 채 같은 행위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이처럼 무명 속에서 윤회하는 삶, 즉 무명으로부터 노사(老死)에 이르는 과정을 유전연기(流轉緣起)라고 한다. ‘무명으로 말미암아 행(行)이 있고, 행으로 말미암아 식(識)이 있게 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유전연기는 고통의 길이며, 정신없이(mindless)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삶에 만족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문제의식이 있다면,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아야 한다. 어디를 향하는지도, 왜 가는지도 모른 채 그저 달리기만 했던 발걸음을 ‘한 템포 쉬고’ 반조해보자. 그러면 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통 속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업의 실타래는 이때부터 비로소 풀리기 시작한다.

업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명을 지혜로 전환하여 괴로움을 일으키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먼저 무명을 끊고 계속해서 행, 식, 노사까지 끊어가는 것이다. ‘무명이 멸하므로 행이 멸하고, 행이 멸하므로 식이 멸하게 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돌이켜 끊는 것을 환멸연기(還滅緣起)라고 한다. 유전연기가 고통의 길이라면, 환멸연기는 행복의 길이며 늘 깨어있는(mindful) 삶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접촉사고가 났을 때 스스로 깨어있지 않으면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방식, 즉 업의 흐름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순간 속상함으로 흔들리는 마음을 볼 수 있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흐름을 끊고 조절할 수 있다. 상대가 화를 내더라도 우리 자신은 깨어있기 때문에 ‘다친 데는 없으세요?’라고 말을 건네면서 사태를 합리적으로 수습할 수 있다. 무명이 아니라 지혜가 작동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을 미친 짓(Insanity)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우리가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업의 관성 때문이다. 마치 운전할 때 평소 갔던 길로만 가거나, 강의실에 들어가 같은 자리에만 앉는 것과 같다. 그 길로 운전하고 그 자리에 앉았던 행위가 무의식에 저장되어 있다가 다음의 행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 것이다. 위에서 예로든 접촉사고의 경우 똑같은 행위를 반복한다면 두 번째 화살을 피할 수 없다. 다른 결과를 원한다면 반복해왔던 업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12연기의 목적은 업의 연결 고리를 끊고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자기 성찰은 반드시 필요하다. 자기 성찰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우리 삶이 갑자기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 역시 업의 관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화가 나는 자신을 보면서도 참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이 중요하다. 명상이나 기도, 참회발원 등의 수행은 업의 관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이다. 이런 수행이 깊어지면 내 입에서 ‘아하, 그렇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럴 때 자유롭고 행복한 삶은 가능하다.

어느 불자의 고백이다. 운전할 때 차가 앞으로 끼어들면 습관적으로 입에서 욕이 나오곤 했는데, 불교를 공부한 후로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그래, 배운 내가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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