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선용기심(善用其心)

선용기심(善用其心)은 ‘마음을 잘 쓰세요’라는 뜻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경전인 <화엄경> 정행품(淨行品)에 있는 명구로서, 마음을 잘 쓰면 복을 받아 잘 살 수 있고, 마음을 잘못 쓰면 어렵고 가난해진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정행품이란 올바른 불교적인 삶의 자세, ‘바른 행실’에 대하여 설하고 있는 품(品, part)이다.

얼마 전의 일이다. 서울대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동숭동 원불교 교당 앞을 지나가는데 교당 앞 게시판에 붓글씨로 크게 써진 문구를 보았다. ‘마을을 잘 쓰라’는 문구였다. 문득 택시 안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명언, 명법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념적인 어려운 말보다는 이런 말이 실천적인 행동을 가능케 하고, 더 나아가 아름다운 마음을 갖게 하며 훌륭한 인격을 갖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마음을 잘 써야 한다(善用其心)’. 용심(用心) 즉 마음 씀이(用心) 바르지 못하면 첫째는 사람대접을 못 받게 된다. 뿐만 아니고 삶이나 생활의 기반도 잡지 못하게 되고, 인생도 사업도 모두 실패로 돌아간다. 매우 재주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인데도 마음 씀이 바르지 못한 이들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언어인지는 몰라도 ‘마음을 잘 못 쓰면 망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성교육, 가정교육의 중요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하는 것이 마음을 잘 쓰는 것이 될까(善用其心)? 물론 그것은 선심(善心), 곧 마음을 착하게 가져야겠지만, 구체적으로는 자비심, 측은지심을 말한다.

나 아닌 만물에 대하여, 타인에 대하여 자비심, 측은지심, 그리고 연민의 마음을 갖는 것이 마음을 잘 쓰는 일이다. 그러면 분노나 질투, 증오심 등 좋지 못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필자가 이 연재에서 몇 번 인용한 우리나라 속담인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좋아해야 정상적인데, 배가 아프다고 하니, 바로 이 한마디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 즉 용심(用心)을 대변하는 속담이기도 하다. 그 속담처럼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이 잘되는 꼴을 보지 못한다. 남이 잘되면 복통을 일으킨다. 백약이 무효이고 오직 뒤에서 갖가지 장난을 치는 것이 그에겐 특효약이다.

마음을 잘 쓰면 복이 들어온다. 반대로 마음을 잘못 쓰면 복이 나간다는 뜻이다. 마음을 잘 쓰는 방법은 무엇보다도 먼저 자비심을 가져야 하고, 그 다음에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口是禍門)’이라는 말이 있는데,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것이나 다름없다.

불의(不義)를 보고 말을 하는 것은 매우 좋다. 정의를 가지고 불의와 맞서는 것은 훌륭한 행동이다. 그러나 특별한 관계도 아닌데, 타인의 단점을 이야기하는 것, 그것도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화(禍)를 불러일으킨다. 스스로 악의 근원을 만들게 된다.

조선시대 정쟁(政爭)으로 귀양을 가거나 사약을 받은 관료나 학자 가운데는 누명으로 죽은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 누명을 씌운 사람들 대부분이 소위 훌륭한 학문을 했다고 하는 주자학자나 유생들이었다. 상대파를 제거하기 위하여 모함, 모략, 날조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했다. 조선시대 유명했던 ‘4대 사화(士禍)’는 거의 대부분 모함에 의한 것이었다.

성인(聖人)이 되는 훌륭한 학문을 했는데 왜 그럴까? 이유는 ‘서자서 아자아(書自書 我自我)’였기 때문이다. 글과 인격이 동행했던 것이 아니고, ‘글은 글대로 나는 나대로’였기 때문이다.

마음을 잘못 쓰면 고생을 하게 된다. ‘좋은 사람’이라고 소문이 나야지 ‘좋지 못한 사람’이라고 소문이 나면 하는 일마다 성공할 수 없게 된다. 협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능력이 부족해서 남을 도와주지는 못한다고 해도 훼방을 놓아서는 안 된다. 타인을 헐뜯는 말, 흠집내기식의 말 등 악심을 갖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불자들이 지녀야 할 삶의 자세다. 마음을 잘 쓰는 것, 그것이 곧 <화엄경>에서 설하고자 하는 ‘선용기심(善用其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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