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승가대학(강원) 후원회

 

해인사 승가대학(강원) 후원회는 매월 첫주 토요일 일요일 정기법회를 열고 있다. 후원회는 승보공양을 위해 각지에서 모인 재가자들의 모임으로 공부하는 해인사 스님들을 돕기 위한 모임이다.

승보공양, 후원회 인연
2015년 최원철 회장 입회
SNS 밴드 이용 홍보 가입
현재 회원수 700여 명
매월 첫 주말 정기법회

부처님 당시, 부호 수닷타(급고독장자給孤獨長者)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곧바로 불법(佛法)에 귀의한다. 그리고 자신의 재물을 부처님을 위한 불사에 미련 없이 회향한다. 그는 기원정사를 지어 부처님을 모시고 그 가르침을 늘 가까이 한다. 사업가였던 수닷타가 자신의 모든 재물을 미련 없이 부처님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부처님을 공양한다는 것은 그렇게 그 가르침을 소중히 여기고 따른다는 뜻이다. 부처님의 현신을 볼 수 없는 오늘에서 우리가 수닷타가 될 수 있는 길은 아마도 승보를 공양하는 일일 것이다. 수닷타의 마음으로 승보공양의 공덕을 쌓고 있는 인연들이 있다. ‘해인사 승가대학(강원) 후원회(이하 후원회)’이다. 후원회는 승보공양을 위해 각지에서 모인 재가자들의 모임으로 공부하는 해인사 스님들을 돕기 위한 모임이다. 회원들 각자의 이름은 다르지만 마음은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해인사의 수닷타들을 만났다.

 

후원회의 시작

후원회는 해인사 강원 57기 스님들로부터 비롯됐다. 스님들을 돕는 후원회가 스님들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이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지금의 후원회를 이끌고 있는 최원철(58) 회장과 배명숙(58) 홍보국장은 2015년 초 도반들과 해인사를 찾았다가 스님들(57)이 직접 후원회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최원철 회장과 배명숙 홍보국장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본인들의 후원을 본인들이 모색하고 있는 것이었다. 얼마나 급한 상황이면 본인들이 본인들의 일을 모색하게 되었을까. 강원 스님들의 열악한 면학환경에 대해 알게 된 최 회장과 배 국장은 망설일 것도 생각할 것도 없었다. 부부인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도반들과 후원회에 가입하고, 후원회에 대한 생각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대구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던 최 회장과 배 국장은 도반들과 6월 어느 날, 여름템플스테이를 위해 해인사를 찾았다가 법회에 참석한다. 당시 법회에는 5명의 강원 후원회 회원이 참석하고 있었다.

저희가 참석하니 11명이 됐어요. 정식 법회를 시작한 건 그 해 4월로 알고 있는데 두 명이 참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메르스 때문에 취소 됐다가 저희가 나타난 거죠

최 회장은 그 때 스님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됐고, 후원회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됐다.

당시 스님들의 용체가 10만원도 안 됐어요. 휴대폰 요금을 내고 나면 책 한 권 사 읽기도 빠듯한 상황이었어요. 아프기라도 하면 큰일이었죠. 병원 치료 한 번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학인 스님들이 그렇게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재가자로서 마음이 무거웠어요.”

그때부터 최 회장과 배 국장, 그리고 도반들은 다른 도반들에게 강원 스님들의 상황과 후원회의 필요성을 알리고 후원회 가입을 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인사를 찾는 불자들에게 후원회의 필요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현재 후원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정훈(58·김해) 씨도 해인사 법회에 참석했다가 후원회의 필요성을 알게 됐다.

처음 강원 스님들에 대해 들었을 때 저 역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한 번 마음 편하게 갈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지금은 가족들이 모두 동참하고 있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불교 발전에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최 회장과 배 팀장은 1년 정도 지나 임원진을 구성할 필요성을 느꼈고 실무진을 구성해 추진력 있는 홍보 방안을 찾았다.

우선 우편 홍보물을 없애고 SNS 밴드를 이용해 손 쉬운 접근법을 활용했다. 매월 첫 주에는 정기법회를 열어 일반 불자들이 편하게 해인사를 찾도록 유도했다. 점차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현재 밴드에는 743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후원회는 후원 계좌를 두 개로 나누어 운영한다. 하나는 회원들이 고정적으로 학사 과정을 위한 지원금 계좌이고, 또 하나는 노트북 기부 등 특별활동을 위한 보시금 계좌다. 지난 6월까지 약 1억 원의 후원금이 적립됐다.

매월 재정을 정리하며 보시하는 분들의 명단을 보고 또 봅니다. 그 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하며 무주상보시를 실천하는 그 분들의 마음에 깊은 감화를 받습니다. 그리고 특별 후원금을 위해 밴드에 글을 올릴 때 마다 제 신행도 굳건해집니다. 급히 재정이 필요한 상황이 생겨 반신반의하며 글을 올리는데 놀랍게도 후원금이 채워지는 것을 보면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2018년 8월 후원회는 강원에 노트북을 전달했다.

스님들 공부 잘 돼야 바른 법 돌아와

해인사 강원 후원회 활동
강원 스님들 환경 열악해,
재가자로서 마음 무거워
후원금 1억원 적립
학사과정, 노트북 등 지원
전국 각지에서 회원 가입
<금강경> 사경집 제작 보급

 

해인사 수닷타들을 만나다

홍류동 계곡을 지나 팔만대장경을 모신 해인사로 오른다. 구광루에서 법회가 시작됐다. 80여 명의 대중이 회색 바탕에 갈색 띠를 두른 조끼를 입고 앉아 있다. 조끼에는 해인도(海印圖)가 가슴 중앙 부분에 찍혀있다. 해인도는 바다에 삼라만상이 도장을 찍은 듯이 나타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법계도(法界圖)라고도 불린다. 법계도는 <화엄경>의 법성게를 담고 있다.

법성게는 <화엄경>의 내용을 730210자로 담은 게송으로 화엄의 세상을 압축한 것이다. 해인사 구광루에서 학인 스님들의 가사와 닮은 조끼를 입은 그들은 보살도를 실천하기 위해 모인 화엄행자처럼 보인다. 그들의 발심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어가는 승보(僧寶)를 호위하는 호법신장이 되겠다는 원력이다.

뛰어난 법문을 들을 때 마다 너무나 감사해서 더 많이 보시를 하고 싶습니다. 말과 행동의 낙처(落處)를 알라는 가르침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제 삶을 이끄는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삶을 지키는 부처님의 말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자다워지고 향기로운 삶이 됩니다. 가르침을 얻고 법의 가치를 알게 되니 자연스럽게 후원회에 동참하게 되고 또한 너무나 부족해서 죄송할 뿐입니다

법회 대중 중에서 후원회 대중을 만났다. 이순복(63) 불자는 법문을 통해 얻은 삶의 지침이 후원회에 동참하게 된 이유가 됐다고 했다. 오직 부처님의 법을 사랑해서 지키고 모든 이들이 함께 듣기를 바라는 간절함에서 만들어진 모습이다.

부처님의 법을 공부해보니 너무나 좋은데 재가불자인 제가 법을 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중생을 구제할 부처님 법이 이 땅에 계속해서 있으려면 스님들의 공부가 중요한데 학인 스님들의 열악한 환경을 듣고서 많이 놀랐습니다. 스님들이 오직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바른 법이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배 국장이 말했다. 후원회를 설립하고 이끌어오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들이다. 오직 부처님의 법을 듣고, 그 법이 이 땅에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성철 스님 부도탑에서 참선 정진하고 있는 모습

 

진리의 법음을 울려주시기를

새벽 4, 가야산에 법고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후원회 도반들이 법고 앞으로 모여들었다. 장엄하게 퍼져가는 법고소리를 들으며 대중은 마음을 다시 단단히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의 마음은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그 옛날의 수닷타를 떠올리고 있었다.

강원 스님들을 후원하는 불사는 결국 저희들의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그 옛날 수닷타처럼 부처님의 법을 받들고 늘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아무리 좋아해도 제가 부처님 법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을 대신해 바른 법을 많은 중생들에게 전달해주시길 간절히 기원하며 모두가 모인 것입니다.”

배 국장은 우리 불교의 미래를 위한, 보이지 않는 힘이 바로 교육이라고 했다. 후원회는 불법을 전하기 위해 매월 정기 법회도 쉼 없이 열고 있다. 법회를 통해 법을 들어야 마음을 내고 공덕을 쌓는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후원회는 매월 첫주 토요일 일요일 정기법회를 열고 있다.

법회는 매월 첫째 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열린다. 7월 정기 법회에는 처음 참여한 사람만 21명이며 기존 회원까지 포함하면 80여 명이 동참했다. 해인사 바로 아랫마을에 사는 사람부터 대구, 부산, 김해 등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이다. 사연도 제각각이다. 여자 친구의 부모님을 따라 부처님께 결혼을 약속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도 있다.

정휘철(30) 씨와 신예지(25) 씨는 부처님 앞에서 결혼을 약속하기 위해 부모님을 따라 찾아왔는데 조용한 사찰에서 힐링도 하게 되고 법문도 들으며 마음을 새롭게 하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온 한 불자는 오늘 처음 도반을 따라 왔는데 멈추지 말고 이렇게 법석을 정기적으로 열어 달라고 당부했다.

스님들을 후원하기 위해 모였지만 그들은 해인사에서 또 다른 추억을 만들며 부처님의 법을 듣고 살아갈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정기법회는 특강과 참선, 예불, 108, 암자 순례, 마애불 산행, 차담 등으로 진행된다.

후원회는 얼마 전부터 <금강경> 사경집을 매월 정기적으로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학인 스님뿐 아니라 모두가 부처님의 법을 읽고 공부해 더욱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최 회장에게 앞으로 계획을 물었다. 최 회장은 후원회는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의미를 궁금해 하는 기자에게 최 회장은 학인 스님들을 위한 후원회가 필요 없을 만큼 든든한 교육 불사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말을 이어갔다.

법보시가 최고라고 합니다. 왜 법보시가 최고일까요? 온 우주가 마음에서 나고 마음에서 사라집니다. 오직 법을 통해 마음을 바로 압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을 일러줍니다. 법을 듣고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불교의 미래는 없습니다. 법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할 때입니다

법고 소리가 그치자 해인사를 둘러싸고 있는 가야산에 동이 트기 시작했다. 햇빛은 산자락부터 천천히 내려오더니 홍류동 계곡 구석까지 어두운 곳을 찾아 빠짐없이 햇살을 쏟아냈다. 법고를 두드리던 학인 스님들이 범종루에서 차례로 내려왔다. 후원회 회원들은 스님을 바라보며 합장 기원했다.

힘차게 팔을 휘둘러 두드리던 법고의 울림으로 새벽 여명을 불러왔듯 무명의 세계에 진리의 법음을 내려주시기를

그 옛날 수닷타는 기원정사를 지어 부처님께 공양한 후에도 부처님과 부처님의 제자들을 집으로 초대해 공양했으며, 재물을 다 소진한 후에는 죽을 끓여 보시하는 등 승보공양을 이어갔다. 또 며느리로 들어온 수자타가 교만하여 남편과 시부모를 여법하게 섬기지 않고 아내로서의 예절과 덕을 갖추지 못하자 부처님께 법을 청해 가르쳤다. 그 가르침은 부처님이 어진 아내로서의 길을 설한 대표적인 설법으로 남았다. 결국 승보를 공양하는 일은 공양하는 자신의 공덕으로 돌아온다. 법회를 마친 후원회 회원들은 이제 막 출가하여 부처님 공부에 뜻을 낸 스님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스님들을 후원하는 후원회가 많이 생기기를 바랍니다며 불자들에게 서원과 권선을 부탁했다.

후원회를 이끌고 있는 최원철 회장과 배명숙 홍보국장 부부.해인사 승가대학(강원) 후원회는? 해인사 강원 57기 스님들이 2015년 시작했다. 이후 재가자들의 발심으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이어갔고 현재 밴드 정기회원만 743명이다. 정기 후원을 통해 학인 스님들의 학사 과정을 지원하고 있으며 특별 후원금으로 노트북 지원, 성지순례 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후원해 재가자 승보공양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학인 스님들의 후원 외에도 정기법회를 열어 포교활동에 전념하고 있으며 금강경 사경집을 제작 배포해 법공양에도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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