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보복 인해 韓 분노 상황
아베, 민족주의 이용 통치권 유지
한국도 민족주의적 대응으로 맞서

현 갈등서 ‘민족주의 그림자’ 본다
근현대사 비극 민족주의 충돌 기인
통치자들 권력 유지 도구로 활용해

규탄 대상, 일본인 아닌 ‘아베 집단’
한국 사회 ‘시민 민족주의’ 지향하며
민족 간 공존의 국제평화주의 선도를

현해탄을 사이에 둔 한·일 양국 간의 갈등 파도가 심상치 않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한국인의 분노도 점점 높아가고 있고, 구한말 일본 제국주의 침탈에 저항하는 의병 용어들이 언론 지면에 등장하고 있다. 한일관계의 갈등과 불화를 보면서 필자는 민족주의의 어두운 그림자를 본다.

아베 일본 총리는 민족주의가 가지고 있는 요소들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자신의 통치권을 유지하고 확장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 조치도 바로 민족주의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 요소를 이용하여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자는 것이다. 조선을 병합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황국사관(皇國史觀)의 이념 틀을 계승하고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도 민족주의적 성향을 띠기 시작하고 있다.

민족주의는 개인을 정치 공동체로 뭉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로서, 양면성을 지닌 패러독스에 가득 찬 이념이다. 정치 통치자들은 민족주의가 지닌 종족 본능을 자극하는 원시적 통합성때문에 이를 통치 방법으로 이용하고픈 유혹을 항상 받는다. 근현대의 많은 정치적 비극은 민족주의의 충돌에서 야기되고 있다. 많은 통치자는 이 충돌을 자기의 권력을 정당화하고 유지시키는 도구로 사용한다.

필자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적 보복 행위는 단순히 강제 징용에 대한 재판 결과에 대한 불만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본다. 동아시아의 역학 관계 변화와 세계경제의 재편 과정에서 형성된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에서 나온 결과라고 본다. 또한 일본을 옥죄고 있는 평화 헌법을 파기하고 새로운 욱일승천을 꿈꾸는 아베 집단의 욕망이 표출된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우리의 대응방안도 다차원적이고 거시적인 시각에서 큰 틀로 접근해야 한다.

오늘날 국가는 세계화의 관계망 속에 편입되어 있다. 민족국가의 성격도 변해가고 있으며, 국가가 정치적 운명 공동체라는 관념도 변화고 있다. 민족주의는 크게 인종적 민족주의’ ‘국민적 민족주의그리고 시민적 민족주의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민족주의는 시민적 민족주의라고 생각한다. 시민적 민족국가의 구성원은 자신의 지방성과 세계 시민성을 동등하게 겸비한 자아를 지닌다. 이러한 시민적 민족주의는 다양성 속의 통일이라는 다원주의와 자기 존재감을 가지면서 민족 간의 공존을 지향하는 국제 평화주의를 지향한다.

일본의 경제 보복은 우리 자신을 돌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경제 시스템과 일상적인 경제적 삶의 방식에 대해 가슴에 못을 박는 아픔과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일본의 경제 보복 행위에 대해 국민 개개인은 품격 있는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과 일본인은 미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규탄해야 할 대상은 아베 집단과 그 야망이다. 품격 있는 대응의 대표적인 사례는 한국에 온 일본인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것이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대응방안은 일본인이 한국의 문화와 풍습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민 민족주의의 길일 것이다.

한국인으로서의 자존감을 가지면서 일본인에 대해 열린 배려의 자세를 가질 때 많은 일본인이 한국의 팬이 되는 것이다. 바로 그 일본인이 일본을 좋은 이웃 국가로 만들 것이다.

붓다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자는 민족과 국가의 단위를 떠난 큰 지혜의 틀에서 한일 문제를 바라보았으면 한다. 팔정도(八正道)를 지금의 세간사로 해석하여 한일 갈등에 대입하면 해결의 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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