⑭ 난임(불임)의 예방과 치료

적당한 영양섭취·체중 유지 중요
배아 상태의 결정적 영향은 ‘나이’
난임증가 원인에는 ‘만혼’도 한 몫

 

근무하는 방에 난화분이 몇 개 있다. 매주 화요일마다 한 번 씩 물을 준다. 불‘화(火)’가 들어간 날에는 난초도 목이 마를 것이라는 공연한 생각에서다. 공기의 흐름과 물, 그리고 은은한 볕이 난을 키운다.

난임이라는 말은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 과거에 ‘불임’이라 불리던 말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순화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정상적인 결혼 생활에서 1년이 지나도록 임신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환자의 연령에 따라 6개월(35세 이상), 혹은 내원 즉시(40세 이상)로 그 기준을 달리 하기도 한다.

나는 난을 키우면서 얻은 생각들을 난임 진료에 적용하고자 한다. 햇빛은 부부의 사랑으로, 공기는 주변의 정서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로, 그리고 물은 음식을 통한 영양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적당한 볕이 들어야 건강한 성장이 이루어지듯 정신의 사랑과 몸의 사랑이 어우러져야 임신의 기본이 마련된다고 생각한다. 공기의 흐름과 기온의 변화가 적당해야 꽃이 피듯 지나치게 안일하거나 정서적인 긴장이 심하면 배란과 수태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영양이 너무 과하면 뿌리가 썩거나 잎만 무성하고, 부족하면 메말라 죽는 것처럼 적당한 영양섭취와 체중 유지도 필요하다.

건강한 여성은 대략 초경 이후에 만 44세 정도까지는 임신 가능성이 있는 난자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35세를 지나면서부터 생산되는 난자의 임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기 시작한다.

배란된 난자는 나팔관 끝에 있는 난관채에 의해 거둬져서 질과 자궁목, 나팔관을 따라 거슬러온 정자와 만나 수정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형성된 수정란은 이후 1주 정도의 시간을 거친 후 배아되어 자궁내막에 착상된다. 그러므로 배란장애 및 배란된 난자를 잘 거둬들이지 못하게 하는 질환, 정자의 생성 및 정자의 운동성 장애, 자궁목과 난관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방해하는 병변, 착상을 곤란하게 하는 자궁내막의 질환 등이 난임의 주원인이 된다. 물론 원인불명도 20~40%까지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 난임의 원인이나 유형을 잘 살펴보면, 오늘날 난임이 늘어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결혼이 늦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난소기능이 저하되어 배란된 난자의 질이 떨어지고 여성호르몬의 분비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 이것은 배란은 물론이고 착상과 임신유지를 방해할 수 있다. 아울러 긴 미혼 기간 동안 부인과 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또한 발견과 대처가 늦어지기도 한다. 그리하여 난관과 자궁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증가한다. 늦은 결혼은 배우자의 나이를 많게 할 가능성이 높고, 이것은 성생활 횟수가 적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녀에 따라 난임의 원인 비중을 나눠보면, 여성인자 37~50%, 남성인자 8~25%, 남성과 여성의 양쪽 인자 18~35%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날이 갈수록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서 문제점이 발견되는 경우다 늘어간다는 것이 새로운 추세라고 할 수 있다.

난임을 예방하기 위해서 월경통, 월경불규칙, 대하 등 부인과 관련 증상이 있으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임상연구를 진행하면서, 외래 환자를 진료하면서 생각하게 된 것은 결혼 적령기에 결혼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늦은 결혼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월경이 규칙적이어서 임신과 출산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다 정작 임신을 시도할 때는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월경의 규칙 여부와 무관하게 난소의 노화는 진행되기 때문이다.

연령 증가로 인해 난소의 노화가 시작되면 자연임신율만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관아기 시술의 성공률도 낮아진다. 이때 임신율도 낮아지고 이로 인해 출산율 역시 낮아진다. 출산을 할 경우에도 조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우선 난임의 예방이 중요하고, 35세 이전의 여성이라면 1년간 임신 시도 후에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우선 원인을 규명해 볼 필요가 있다. 35세~39세 여성이라면 임신 시도 6개월 후에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본다. 40세 이상이라면 바로 이상이 없는지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검사 후 이상이 있다면 원인 질환을 치료하고, 원인에 따라 자연임신 시도, 인공수정, 체외수정 등을 시술 할 수 있다. 만약 특별한 원인이 없고 부부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한의약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연령에 따라 3~6개월의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면 38세 이하의 경우 한의약 치료를 더 진행해보거나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을 시도할 수 있다. 이보다 연령이 많을 경우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간 짧지 않은 난임 임상 경험을 통해 배란과 착상 모두를 개선하는 효과를 가진 것으로 판단되어 만든 처방이 있다. 특허청에 착상개선 효과에 대한 특허를 등록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처방과 침구치료를 병행하여 적용하는 한의치료가 임신율과 착상률을 높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임신과 출산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배아의 질이다. 그리고 난자와 정자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배아의 상태를 결정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것은 ‘나이(시기)’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생명을 만나는 것은 참으로 큰 인연이고 그 생명이 내 몸에 깃드는 것에 있어서는 자궁내막의 수용성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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