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수행처 이야기] 14. 빠옥 총림에서 생활 〈4〉
[미얀마 수행처 이야기] 14. 빠옥 총림에서 생활 〈4〉
  • 조준호 동국대 미래융합교육원 외래교수
  • 승인 2019.07.2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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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율 따라 보시… 지극한 ‘신심’ 감동

출입식염 사마타 수행 매진
경행 중 승복 위 백골 발견
“수행용 사용하라” 유언따라
스님 법구 다비 않고 전시해

과일에 일일이 칼집 내 보시
소소한 것까지 지계위해 노력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다짐
경행 중 발견한 승복 위 백골. 백골관을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행 중 발견한 승복 위 백골. 백골관을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행 점검 인터뷰 시간에 스님이 지도해 준대로, 자리를 잡고 출입식염 중심의 사마타를 시도 해보려한다. 그런데  바로 이전의 마하시 선원에서 한 달 동안 훈련된 ‘알아차림 행법’ 때문인지 자꾸 바깥의 새소리나 바람에 나뭇잎 나부끼는 소리 등을 따라 알아차리려는 습관이 나온다.

인터뷰 때 호흡 이외에는 모두 무시(ignore)하라는 지도에 따라 계속해서 호흡에만 주의를 되돌리려 하지만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 등에도 계속 알아차림이 일어난다. 중간 경행 시간에 보니 한 유럽인이 특별한 좌구에 앉아 참선하고 있었다. 중간 휴식 시간에 유럽 요기가 자리를 비워서 좌구의 모양새를 찬찬히 살펴보고 이후에 하나 구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큰 선방 뒤에서 경행을 하는데 미얀마 스님들이 선방 뒤쪽 절벽에 무언가 있다며 긴 막대기로 헤집고 있다. 호기심이 일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니 푸른 잎사귀와 색깔이 똑같은 파란 뱀이다. 온통 파란 색의 예쁜 뱀이지만 독사라고 한다.

평소 보여주는 스님들의 일반적인 위의와 달리 몇몇 스님들은 계속해서 긴 나무 막대기로 독사를 건든다. 젊은 스님들이 떠나지 못하고 독사에 대해 관심을 보이자 한 중년의 스님이 성큼 다가와 다른 막대기로 뱀을 잡아 저 멀리 옮겨 놓아준다.

이를 같이 지켜보았던 유럽계 한 젊은 요기는 나에게 과거 자신의 수행처 뒤 등산 시 촬영한 노란 뱀을 보여준다. 흥밋거리였던 파란 독사가 눈에 사라지자 다시 경행을 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계속 경행하다보니 모퉁이 담벼락의 승복 위에 하얀 해골바가지 두 개가 놓여있다. 아마 스님들의 백골관을 위한 교육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앙승가대 한국 스님이 이곳에서 해골을 보았냐고 물었다. 중간절 사무실에는 선원의 스님이 입적 당시 자신의 법구를 교육·수행용으로 사용하라고 유언해 다비하지 않고 유골을 철사로 이어서 지금도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불교인이라고 해도 육신의 무상과 사대(四大)의 해체를 이야기하면서도 죽을 때는 자신의 육체가 잘 처리되기를 바라는 욕망이 있다. 나아가 남아있는 제자들이 스승의 육신을 여법하게 처리하기를 원하는 것도 또한 인지상정일 것이다. 철사로 이어 전시하고 있다는 스님 법구가 무척 궁금하다. 

잠시 후 특별한 좌구에 앉아 좌선하고 있었던 백발의 요기가 나타나 경행을 한다. 조심스럽게 “좌구 어디서 구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이곳 선방에 하나 있는 것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좌구를 쓰면 무릎과 대퇴부 등의 통증이 없다고 한다. 자신은 무릎과 대퇴부에 문제를 가지고 있어 반가부좌나 결가부좌를 할 수 없어 사용한단다. 한참 뒤 그 요기는 나에게 다가와 조용히 속삭여준다.

자신의 좌구는 내가 말한 ‘meditation ins trument’가 아니고 ‘meditation stool’ 또는 ‘meditation chair’로 이름해야 한다고 말해준다. 바로 정확한 명칭을 가르쳐줘 고맙다고 했다. 그 요기에게 좌구를 사용하지 않을 때 내가 한번 앉아볼 수 있는지를 물어 미리 허락을 받아놓았다.

잠시 후 어제 본 중앙승가대 한국 스님이 가까이 온다. 같이 걸으며 이 같이 말했다. “여기 스님들은 공부를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과자 몇 개, 과일도 조각으로 보시 받으니, 그러한 작은 것을 받으면 저절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자기가 가진 대로 아주 작은 것, 비스켓 몇 조각, 과일 한 두개, 꽃 한두 송이 등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시 받는 모습을 보면, 보는 사람의 마음도 찡하다. 그러한 보시물을 얻어먹고 허튼 짓, 엉뚱한 짓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얻어먹게 되면 오만해지지 않고 겸손해진다.

밤 시간 좌선은 이전보다 좀 더 진전이 있는 것 같다. 1시간 30분 동안 좌선을 마치고 경행하려 나가보니 보리수 주변에 촛불과 향불 연기로 가득하다. 스님들과 유럽 수행자들이 촛불을 켜고 향을 들고 기도를 하고, 보리수에 물을 뿌리는 의식을 거행하고 있다. 마침 한 유럽인과 순간 눈이 마주쳤는데 잠시 후 나에게 다가와 향 하나를 건네준다.

삭발한 머리가 크고 희다. 40대 중반 정도는 되었을까? 이 유럽인이나 미국 사람들은 눈을 마주치면 인사를 하는 예의를 보인다. 모르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면 오히려 경계하는 우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가 건네 준 향을 들고 보리수에 합장한 채 돌며, 모든 이가 평온해지기를 염원해본다. 그러면서 다시 나의 가족인 안사람과 아들과 딸도 생각해본다. 처소에 돌아와 보니 스페인 요기는 먼저 내려와 침대에 누워 잔다. 나 역시 불을 켜지 않고 조용히 양치 도구를 가지고 나가 씻고 돌아와 바로 잠을 청한다.

빠옥 총림의 스님들이 재가자들에게 보시를 받고 있다. 그들이 보시 받는 과일에는 일일이 칼집을 내고 잘랐다. 모두 계를 지키기 위함이다.
빠옥 총림의 스님들이 재가자들에게 보시를 받고 있다. 그들이 보시 받는 과일에는 일일이 칼집을 내고 잘랐다. 모두 계를 지키기 위함이다.

빠옥 총림은 4번째 날(2012년 1월 25일)이다. 3시 30분 전에 깨었으나 알람소리가 들리자 바로 일어났다. 내가 일어나니 스페인 요기도 기다렸다는 듯이 따라 일어난다. 간밤에야 그의 이름을 알았다. ‘하비에르 라우트르트(Javier Riutort)’라 한다.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고, 대학에서 철학과 인류학을 공부했다.

그는 불교 수행을 좋아한다며 특히 <자비경(Metta Sutta)>이 감동적이라 한다. <자비경>을 인류학적인 측면에서 연구해보고 싶다는 게 그의 목표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는 <자비경>이 널리 유통되지 못했다. 포함된 경전이 안타깝게도 번역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 부처님 시대부터 현재까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경전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대략 씻고서 선방에 올라가 호흡을 통한 사마타 수행에 집중한다. 중간 중간 잡념이 끼어들고 밖의 소리에 집중을 순간 놓치는 경우가 있어도 계속 집중으로 돌이켰다. 선방에서 내려오면서 일본인이 마당을 쓸고 있는 스님에게 예를 갖추며 다가간다. 스님은 바로 빗자루를 바닥에 내려놓고 가까운 처소에 들어가 찻잔을 꺼내와 일본인 요기에게 축복의 독송을 해준다.

아침 공양은 양이 부족하여 재가 요기는 콩 국물과 압착한 콩 그리고 밀크차가 전부였다. 그렇지만 오히려 적게 먹으니 속이 편하게 느껴진다. 다시 선방에 올라 호흡 수행을 하고 점심시간이 되어 하나 둘 출정해 내려갔으나 아직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있는 스님과 일반 요기들이 많다.

선방 안은 밤낮으로 약간 어두운 편이다. 일부러 조명을 어둡게 하고 각각 개인 처소처럼 낮에도 모기장 안에서 참선을 한다. 거의 많은 사람들이 공양을 위해 내려갔을 때 위층과 아래층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1층 선방은 기둥만 32개이다. 굉장히 넓은 공간으로 족히 200여명이 줄을 맞추어 좌선 할 수 있을 것 같다.

2층으로 오르는 데는 약 25개의 계단으로 위 아래층 모두 미얀마가 자랑하는 티크목재로 아주 고급스럽게 지어졌다. 2층에 올라가 밖을 바라다보면 저 멀리 바다로 연결되는 강과 드넓게 산림이 펼쳐져있다. 산림의 산등성이마다 중간 중간 요기들의 수행처가 보인다.

아래에서 선방에 이르는 계단을 세워본다. 111개로 대단히 가파르다. 바로 올라가면 왼쪽에는 긴 목어가 세로로 세워져 있어 오전 3시30분, 7시15분, 12시45분과 오후 5시45분 하루 네 번 참선 시간을 알리는 둔탁한 나무통 소리를 낸다. 긴 목어 뒤쪽에는 약품과 음료수 공급원이 있어 스님들이 중간 시간이나 경행시간에 물을 마시고 약품을 찾는다.

재미있는 것은 선원 곳곳에 발을 지압할 수 있도록 하는 기구가 널려 있다. 오른쪽에는 인도의 아소카 석주를 본 따 세운 탑이 있는데, 이 큰 선방을 건립하는데 보시했던 중국계 보시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것을 천천히 읽으면서 그 보시자는 많은 사람에게 참으로 큰 이익을 주는, 공덕을 지은 사람이란 생각에 부러움마저 들었다.

선방에서 내려오면서 사무실에서 보았던 한 스님을 만나 좌선 중에  닭 울음소리를 중간 중간 들을 수 있는데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를 물었다. 절에서 닭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무척 궁금했다. 율장에 불교 수행처의 건립위치가 민가의 닭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임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민가에서 도망 나온 닭들이 야생 닭이 되어 수행처 산림 속에서 무리지어 산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림으로 들어가 보니 닭들의 무리를 볼 수 있었다. 이를 보면 이 수행처의 산림에는 밤낮으로 닭울음소리를 듣고 닭을 잡아먹는 다른 포식동물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점심 공양도 일부러 적게 먹었다. 편하다. 줄을 서서보니 스님들의 발우에는 귤과 사과, 포도, 드링크 병 그리고 하얀 장미 꽃다발을 쥐고 나온다. 오늘 공양 보시자는 스님들께 하얀 장미까지 공양물로 올린 것이다. 재가자는 스님과 같이 과일과 드링크는 받을 수 있었는데 꽃은 받지 못했다.

이곳에서는 출가 스님들께 존경과 함께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신심이 특별하다. 원래 스님들께 올리는 과일이나 야채는 생명 있는 것이기에 반드시 재가자가 먼저 손을 댄 다음 올려야 들 수 있는 것이 부처님의 계율이다. 그래서 포도나 귤은 너무 많아 상징적으로 몇 개를 칼집을 내어 올린다. 인도 유학 당시 미얀마 스님과 여행할 때도 나에게 칼집을 내달라 주문했던 기억이 난다. 또한 사과와 같이 과일 하나를 통째로 베어 먹어서는 안 된다는 율장 조항에 따라 재가자들이 미리 칼로 나눴다. 살아있는 계율문화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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