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 하지않고 동물 성분 없는
‘크루얼티 프리’ 화장품 관심 증가

비건운동 미용상품까지도 확산돼
먹지 않고 입지 않고 바르지 않는
채식주의 新버전 세계적 트렌드로

‘크루얼티 프리’ 불살생계의 실천
관련 철학을 사회 영역 확장해야
변화는 선각자들의 실천서 비롯돼

제조과정에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동물성분도 포함하지 않은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러한 추세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의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이른바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화장품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윤리적 소비자의 숫자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어서 불자의 한사람으로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바야흐로 채식주의는 먹고 입는행위의 도덕적 성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용모를 가꾸는일에 이르기까지 거듭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의식 수준은 곧 그 사람의 도덕 수준이기도 하다. 먹거나 입기 위해서 혹은 피부에 바르기 위해서 동물의 하나뿐인 생명을 빼앗는 일은 종족주의 이외의 다른 정당화 근거를 찾기 어렵다. 불고기를 먹고 모피 옷을 입으면 왠지 마음이 불편해져야 마땅한 이유이다.

최근에는 먹는 것과 입는 것에서 비건(Vegan)’을 선언했던 사람들이 화장품에서도 비건을 실천하자는 쪽으로 행동의 범위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크루얼티 프리화장품의 등장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그들은 육식을 하지 않는다. 모피나 가죽 옷을 걸치는 대신 인조 모피와 인조 가죽 옷을 입는다. 또한 동물실험을 하거나 동물성분을 포함한 화장품을 거부하며 살고자 한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2019년을 채식의 해로 규정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금 세계적 트렌드는 동물을 먹지 않고 입지 않으며 바르지도 않는새로운 버전의 채식주의가 주도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동물의 권리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교양시민의 자질마저 의심받게 된다.

그동안 우리가 사용한 화장품 속에는 동물성분에서 추출한 각종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물질들은 필연적으로 동물들의 극심한 고통과 그들의 생명을 빼앗는 살생행위를 수반했다. 실천윤리학자인 피터 싱어는 1975년 발간한 저서 동물해방에서 그와 같은 인간의 행위가 얼마나 비윤리적인 것인가를 통렬하게 비판한 바 있다.

크루얼티 프리화장품의 등장은 단지 동물실험이나 동물성분이 포함된 화장품을 사용하지 말자는 캠페인의 차원을 넘어 많은 사람들의 윤리적 감수성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급력을 갖는다. 우리는 이러한 크루얼티 프리의 철학을 사회의 다른 영역으로 점차 넓혀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고기 음식을 자제하고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지 않는 것은 불살생계의 현대적 실천전략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에 더해 크루얼티 프리미용제품까지 고수한다면 불자로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본다. 동물을 이렇게 다루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폭력적으로 대할 가능성이 낮다. 이처럼 주위를 조금만 유심하게 살펴보면 불자로서 사는 방법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그리고 바로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허남결 교수

불자라면 누구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불살생계의 의미를 곱씹고 또 곱씹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와 같은 삶의 태도는 어쩌면 불살생계 5.0버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돌이켜 보면 세상의 모든 변화는 항상 조금 앞서간 사람들의 작은 실천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크루얼티 프리화장품의 생산과 소비는 윤리적 가치의 구체적인 실현이자 불살생계의 21세기적 실천이라는 인식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지러운 세상이지만 조금씩이나마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하나의 조짐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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