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 속히 오셔 보살원력 이뤄 주시길”

영결식장을 찾은 스님들이 광우 스님 영전에 헌화하고 있다.

“떠나는 바람은 집착하지 않는다. 그저 왔다갈 뿐”

광우 스님의 법구를 모신 상여가 운구차에 오르자 스님의 마지막 모습에 대중들은 눈물을 터트렸다. 평소 생사에 대해 초연한 모습을 보인 스님이지만 따르는 불자들에게는 아직 스님이 남긴 여운이 커 보였다.

‘명사 태허당 광우 계민문도장 장의위원회’는 7월 22일 동국대 일산병원 영결식장에서 광우 스님 영결식을 거행했다.

광우 스님의 유지에 따라 문도장으로 엄수된 영결식에는 전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 스님, 조계종 원로의원 원행 스님, 운문사 회주 명성 스님, 전국비구니회장 육문 스님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영결식은 조계종 어산어장 인묵 스님의 영결법요를 시작으로 태연 스님과 정목 스님의 헌다와 헌향에 이어 계민문도 대표 현정 스님의 행장 소개, 추도입정, 전국비구니회장 육문 스님의 영결사, 전 중앙승가대학 총장 종범 스님의 법어, 조계종 총무부장 금곡 스님의 총무원장 원행 스님 추도사 대독, 운문사 회주 명성 스님과 전 동국대 교수 호진 스님, 서윤길 동국대 명예교수의 조사, 상도선원장 미산 스님의 조시, 한마음선원 스님들의 조가와 각 대표들의 헌화 등으로 진행됐다.

전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 스님이 법어를 하고 있다.

영결식에서 전국비구니회장 육문 스님은 영결사를 통해 “스님께서는 종단이 어려울 때 물심양면으로 법통을 외호하며 비구니계를 대표해 종단을 지키고 일으켜 세우셨다”며 “특히 전국비구니회 설립과 발전을 헌신적으로 이끌어 주신 스님의 모습은 저희들 가슴 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며 스님의 행화를 기렸다.

전 중앙승가대학 총장 종범 스님은 “스님께서는 평소에 바람은 떠날 때 집착하지 않는다. 그저 왔다가 갈뿐이라 하셨지요. 가실 때도 자취없이 가시듯 오실 때도 소리없이 오십시오. 다시 이 사바세계 속히 오셔서 보살원력을 이루어 주십이오!”라고 법어를 전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총무부장 금곡 스님을 통해 “아무도 가지 않은 미답의 길을 헤치며 스승으로서 표상을 보이셨으니 드러내지 않으시려 애썼지만 그 덕행은 후대에 길이 감화를 미칠 것”이라며 “특히 비구니 스님의 위상을 높이고 한국 여성인권 신장과 불교 발전에 헌신하신 공덕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스님을 추모했다.

생전 광우 스님과 인연이 깊은 명성 스님은 “평생 크게 의지했던 선배이자 도반이셨던 스님께서 이렇게 훌쩍 떠나가시니 큰 스승의 부재를 후학들은 이제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마음 한구석으로부터 밀려오는 슬픔을 없는 듯 감출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스님의 빈자리를 그리워했다.

전 동국대 교수 호진 스님은 “스님은 문서포교를 위해서도 초창기 큰 역할을 했다. 후진들을 키우는데도 힘을 아끼지 않아 적지 않은 학생스님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받았다. 이렇게 육신은 떠나지만 스님이 베푼 가르침과 보여주신 실천, 영향은 우리 기억과 가슴 속에 오래도록 스님의 모습을 살아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계 추모사 등이 끝나고 생전 대행 스님과의 막역한 인연으로 한마음선원 스님들의 선법가 ‘대장부’ 음성공양이 이어졌다.

영결식이 끝난 후 사부대중은 인로왕번과 추모만장을 앞세우며 서초 추모공원으로 법구를 이운하고 스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문도를 대표해 정목 스님은 “스님께서 생전 입적 후 혹여 종단장이나 전국비구니회장 등을 하지 말아달라고 하셨다. 수행과 전법에 매진해야 할 스님들을 번거롭게 하지 말라는 뜻을 받들어 문도장으로 간소하게 모셨다”며 “오늘 제방에서 찾아온 불자분들을 위해 기도와 정진으로 보답하며 갚아가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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