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향상일로(向上一路)

‘향상일로(向上一路)’라는 말을 우리말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언어적인 풀이를 먼저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향상(向上)’이라는 말은 생활수준이나 기술, 또는 실력 등이 더 나아졌다는 말로서, 전보다 진보되었음을 뜻한다. 그리고 ‘일로(一路)’는 ‘단 하나의 길’을 뜻하는데, 영어의 ‘Only One Way’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향상일로’라는 말은 선어(禪語)이다. 선불교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유명한 <벽암록>, <선문염송> 등에 나온다. 처음 사용한 선승은 당나라 때의 반산보적(720~814) 선사이다.

그 뜻은 ‘최고의 깨달음(向上)’, ‘완벽한 깨달음’이다. 또는 ‘최고의 깨달음으로 가는 하나의 길(一路)’을 뜻하기도 한다. 언어도단, 즉 의식적인 사고나 언어가 닿지 못하는 최상의 극처(極處)를 가리키는 것이다. 언어적 표현이 불가능한 세계나 경지를 뜻한다.

동의어로서 ‘향상일구(向上一句)’라는 말이 있다. ‘최고의 완벽한 깨달음을 성취하게 하는 한마디 말’ 혹은 ‘키워드가 되는 핵심적인 말’을 뜻한다.

‘향상일로’는 필자가 입산 시절에 오래도록 모셨던 탄허 스님께서도 서묵(書墨)에서 즐겨 쓰셨던 문구이다. 필자는 10대부터 20대까지 약 7~8년 동안 탄허 스님을 시봉했는데, 제자들이나 신도들이 좌우명이 될 만한 글씨를 청하면 이 글귀(향상일로)를 많이 써주었다. 물론 그 뜻은 최고의 완벽한 깨달음을 이루라는 뜻일 것이다. 아마 이것이 탄허 스님의 젊은 날의 이상향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탄허 스님은 타고난 천재이면서도 노력파였다. 어느 하나의 텍스트를 강의할 때는 자료를 보면서 강의를 하셨지만, ‘불교학’이나 ‘동양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의할 때는 6개월의 강의기간 동안 책을 보거나 필기 노트를 본 적이 없다. 대부분 그 내용을 암기하고 계셨는데, 큰 흑판에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빽빽하게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강의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이 있다. ‘날마다 새롭고 또 날마다 새로워져야 한다’는 뜻이다. 나날이 향상하고 발전해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탐구정신과 노력을 강조한 교훈적인 명구로 유가의 경서인 대학(大學)에 나오는 말인데, 필자가 매우 좋아해서 메모지에 적어 책상머리나 컴퓨터 상단에 붙여놓았다. 이 명구를 볼 때마다 노력, 또 노력하려고 한다. 나 자신을 보다 인격적인 사람, 유용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사람은 나날이 성장하고 발전하며 향상되어야 한다. 성장하지 않는 사람은 게으른 사람, 안일에 빠진 사람, 정신이 죽어 먼지가 된 사람이다. 그것을 서구적인 표현으로는 ‘성장이 멈춘 사람’이라고 한다. ‘성장이 멈춘 사람’은 자신을 갈고 닦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나날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떠올려보면 사업이나 공부, 학문과 수행 등이 있다. 사업가는 사업에서, 공부하는 사람은 학문에서, 수행하는 사람은 깨달음에서 향상, 발전되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인격’이다. 인격은 학문, 수행 등이 하나가 되어 언행에 나타나는 것으로 인격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격이나 학문, 수행 등에서는 ‘이것으로 끝이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 ‘완성’이란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일 뿐, 이 세상에 완성이 있을 수 없다. 그것은 무지에 의한 어리석음과 오만일 뿐이다.

천재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노력파는 성공하지만 천재파는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천재도 노력(향상일로)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금강경>에서 거듭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이 ‘무유정법 명 아뇩다라 삼약삼보리’이다. ‘고정된 진리는 없다. 그것이 곧 최상의 깨달음’이라는 뜻이다. 안일무사에 빠지지 말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 나날이 자신을 새롭게 하는 것이 바로 향상일로가 주는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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