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천도재 음악 ‘왕생가’
악보집·음반 출간 발매
수설대회소 노래 등 11곡 수록
향적 스님·김형미 시인 등 가사
동민호·최인영 등 작곡
천도재의 현대화·대중화 실현
쉬운 가사 현대음악의 천도재

“어찌하면 밝힐까 삶과 죽음의 어두운 굴레. 부처님의 지혜등불 의지해야 밝히리. 어찌하면 건널까. 파도 높은 고통의 바다. 가르침의 배를 의지해야 건너리~”

천도재가 현대음악으로 재탄생했다. 해인총림 해인사(주지 향적)는 천도재 전체를 현대음악화한 악보집 ‘왕생가’를 발간했다고 7월 13일 밝혔다. 불교의 천도재 전체를 정형화된 악보로 만들어 음악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도재는 죽은 이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의식이다. 염불을 통해 생전의 업장과 죄업을 소멸시키고 육체와 정신적 집착에서 벗어나 극락으로 갈 수 있도록 발원한다. 여기서 염불은 단순히 부처님 명호를 외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사성제 가르침, 선사들의 게송을 음률화하고 목탁과 요령 또는 징과 북 등을 동원하여 독송하는 것이다. 의식이 시작되면 죽은 이의 일가가 모인 가운데 법사가 죽은 이를 위해 염불을 독송한다. 하지만 의식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염불의 뜻을 알지 못한 채 두 시간 이상을 듣고만 있어야 한다.

모든 천도재는 해당 영가만이 아니라 천도되지 못한 채 떠도는 일체고혼과 지옥중생을 함께 청하여 구제하는 공덕을 지닌다. 천도재는 개별 영가들의 천도를 위해서도 유용하지만 모래알 같이 흩어져 살아가는 수많은 현대인들의 외로운 심성을 위로하는 데도 유용하며, 더욱이 현대인들에게 점점 사라져가는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데도 유용하다. 단지 의식 전체가 지나치게 길고 복잡하며 염불이 어려운 한문으로 이루어져 긴 시간을 함께하는 일이 다소 힘들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로 인해 전통적인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새로운 천도재의 필요성이 요구되어 왔다.

법주와 재주가 서로 공감하며 동참하는 현대화된 천도재를 실현하여 천도재를 대중화하기 위해 제작된 이번 천도재 음악 ‘왕생가’는 고전적인 오케스트라 음악과 독창 및 합창을 바탕으로 다양한 국악기와 목탁, 요령, 경쇠 등의 법구 소리와 접목하여 만들어졌다. 전자음악적 요소도 다소 포함되어 엄밀히 말하면 퓨전 클래식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향적 스님을 비롯하여 도정ㆍ동명ㆍ의정 스님과 김형미 시인이 가사를 썼고, 동민호ㆍ최인영ㆍ김강곤ㆍ이용재ㆍ유태진 작곡가가 작곡에 참여했다.

악보집과 함께 음반도 제작됐는데, 독창에는 바리톤 김기환, 국악가 서동률이 참여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왕생가 합창단이 합창에 참여했다.

‘왕생가’에는 천도재 의식 순서에 맞춰 11곡의 악보가 실려 있다.

△수설대회소 노래는 천도법회를 열게 된 인연을 부처님과 염라전에 고하는 수설대회소 의식에 쓰이는 노래다. △고혼청 노래는 죽은 이를 불러내는 노래다. △관욕과 착의 노래는 영가를 모셔다 목욕시키기고 새 옷을 입히는 ‘관욕과 착의’ 의식 때 쓰인다. 이때 재주가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법주는 영가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재를 지내는 가족을 축원한다. △착어 노래는 천도재에서 모든 법문의 요체를 함축적으로 영가에게 설하는 의식으로 ‘나는 과연 누구인가’, ‘생사는 또한 무엇이던가’의 의문과 해답이 노래의 중심을 이룬다. △신묘장구대다라니 노래는 비밀스러운 주문으로, 부처님의 모든 공덕과 지혜가 담긴 비밀 주문이라서 총지라고도 한다. 조금 빠른 템포로 산스크리트어 그대로 노래로 진행된다. 남성과 여성 합창이 번갈아 이어지며 역동적이고 흥겹고 웅장하다. △잔칫상의 노래는 영가에게 공양을 올리고 잔치를 벌이는 노래다. 공양은 음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생각하고 나눔을 생각하고 자비 실천을 생각하는 의식이다. 북, 꽹과리, 징, 장구 등 사물로 흥을 돋우고 관현악 음악을 더하여 장엄하면서도 흥겹고 격조있다. △보공양진언의 노래는 영가가 받은 공양을 두루 회향하도록 이끄는 의식이며 주문이다. △장엄염불 노래는 서방극락세계의 아미타불을 찬탄하면서 반야용선을 타고 고해의 바다를 건너 열반의 언덕으로 가는 염불이다. 천도재에서 가장 중요한 음악으로 전통의 구성진 염불조 노래다. △마지막 위로의 노래는 영가가 남은 이들을 위로하는 노래다. 보통 이별의 말은 법주가 대신해서 염불로 하지만 영가도 이별사를 하고 싶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노래다. △봉송의 노래는 재가 끝나고 위패를 사르며 영가를 극락세계로 보내는 의식이다. 마지막은 △종사영반의 노래는 덕 높은 스님이 열반했을 때 쓰이는 노래다. 헌향과 헌화를 할 때, 의식의 장엄함을 더하기 위한 배경음악으로 합창이 주를 이룬다.

해인사는 7월 15일 대적광전에서 왕생가 CD 및 악보집 봉정식 및 제작발표회를 갖고 본격적으로 천도재 음악 ‘왕생가’ 보급에 나섰다.

해인사가 천도재 전체를 악보화한 악보집 ‘왕생가’를 발간했다. 사진은 해인사 화엄21 천도법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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