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계의 큰 사표

육문 스님

법화행자로서 늘 관세음보살의 미소를 머금으시며 한 점의 차별심도 없이 모든 사부대중을 따뜻하게 제접해 주셨던 스님께서 열반에 드시니 황망하고 공허한 심정 가눌 길이 없습니다.

언제나 모든 비구니스님들의 사표로서 우뚝 솟은 모습으로 한국불교와 청정도량 정각사를 가꾸고 지켜주신 스님께서 세연을 다하시고 홀연히 떠나시는 모습은 그 자체로 열반적정의 법문 입니다. 그렇듯 자비롭고 인자하신 스님의 모습을 기억하는 저희들로서는 담담하고 무심한 마음으로 스님을 보내드리기에는 너무나 아쉬움이 큽니다.

스님께서는 종단이 어려울 때 물심양면으로 법통을 외호하시며 비구니계를 대표하여 종단을 지키고 일으켜 세우셨습니다. 한국불교의 정신적 지주이셨던 원로 큰스님들, 학계의 고명한 석학들, 비중 있는 신도들이 항상 스님과 교유하며 불교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정진한 것은 평소 스님께서 보여주신 덕화가 얼마나 크고 넓었던 것인지를 알게 합니다.

특히 전국비구니회의 설립과 발전을 헌신적으로 이끌어주셨던 스님의 모습은 저희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6,000여 비구니 스님들의 구심점이 되셔서 비구니의 위상을 높이시고, 회관 건립과 운영을 주도적으로 이끄신 그 열정은 언제까지나 저희 후학들에게 귀감으로 남을 것입니다.

오늘 스님께서는 사바의 인연을 접으시고 열반락의 세계로 떠나가십니다. 그러나 스님께서 가시는 그 길은 또 다른 원력이 시작되는 길임을 저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스님의 빈자리가 주는 공허함은 그 어떤 언설로도 채울 길이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한 점의 걸림도 없는 수행력으로 오고, 가는 것에 자유자재하신 태허당 광우 큰스님. 열반락을 충분히 만끽하시거든 부디 다시 원통자재하신 모습으로 저희들 곁으로 오시어 오래오래 머물러 주시기를 간청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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