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안아주는 명상 연습

최훈동 지음/담앤북스 펴냄/1만 5500원

저자, 명상 접목한 정신치료 연구 전념
“내 안 이야기 들으면 치유 에너지 흘러”
스마트 폰 명상 체험, 숙고명상 노트도

“경청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내 안의 이야기를 가슴으로 듣노라면 가슴에 치유의 에너지가 흐르게 됩니다. 고치려 하거나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대하는 따뜻한 관심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합니다.”

우리는 남의 말은 기꺼이 경청하면서 자기 자신에게는 쉽게 비난을 퍼부어 댄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속 깊은 상처를 외면하고 덮어 두기 바쁘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그 상처를 위로하지 못하고 되레 상처를 후벼 파고 나쁜 기억을 곱씹기 쉽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란 쉽지 않다. 하지만 명상을 통해서는 가능하다. 파도를 피할 수는 없지만 두려워하지 않을 수는 있기 때문이다.

한별정신건강병원 원장이자 명상과 정신치료를 융합해 명상 치료의 저변을 넓혀가는 최훈동 서울의대 외래교수〈사진 위〉가 〈내 마음을 안아주는 명상 연습〉이란 책을 출간했다. 이는 심리학과 명상에 정통한 저자가, 상처를 덧나게 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고 통찰과 치유의 실마리를 찾게 돕는 심리 에세이다. 이 책은 우리 안에 내재된 자비와 지혜의 품성을 깨우는 길을 안내한다.

1부에서는 마음과 에고의 작동 방식을 명상과 정신치료를 통해 살펴보고, 명상의 요결을 안내한다. 이어 2부에서는 살면서 직면하는 고통에 대해 명상적 성찰을 통해 마음 작용을 보다 깊이 이해하는 방법이 제시돼 있다. 또한 3부에서는 명상을 통해 마음의 상처가 어떻게 치유되는지 살펴보며, 4부에서는 마침내 에고(가짜 나)의 껍질을 깨고 진정한 나로 사는 삶을 다루었다. 명상 안내음성을 따라 스마트 폰을 통해 쉽게 명상을 체험케 했으며, 숙고명상 노트를 마련해 명상 중 느낀 감정을 기록해 감정을 잘 갈무리하게 도운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우리는 삶의 역경과 부정적인 생각을 회피하는 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쓴다. 하지만 생각은 초대하지 않았는데도 찾아오는 손님과도 같아서 우리 마음대로 제어할 수 없다. 저자는 고통스러운 생각과 감정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대신 감정을 손님처럼 친절히 대하고, 감정과 연관된 사건서 받은 상처를 안아 주라고 책 속에서 조언한다. 그 과정서 필요한 통찰과 지혜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숙고명상’이다. 이 명상을 통해 내면의 상처를 바라볼 수 있게 되면 부정적인 감정이 아무리 찾아와도 자애와 연민을 갖고 자신을 대할 수 있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말한다. “생각과 감정을 맞이하되 손님처럼 친절하게 대해 보세요. 어떤 생각이 일어나건, 자연스럽게 지켜보세요. 일어나서 사라지는 걸 인위적으로 없애려 애쓰지 않습니다. 애씀은 번뇌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일입니다. 끌어당기지도, 밀쳐내려고 애쓰지도 마세요. 이러한 노력은 에고를 강화시킬 뿐입니다. 명상은 분노나 질투 같은 부정적 감정을 억누르거나 없애려는 노력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놔두고 바라보기입니다.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킵니다. 생각과 감정이 서로 연결되어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음을 보세요. 흘러가는 대로 놔두고 바라보세요.”라고.

저자는 또한 고통을 없애려 애쓰고 저항하는 대신 시련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라고 조언한다. 자신을 끊임없이 평가하는 일을 중지하면, 삶에 느긋해지며 삶을 즐기게 된다는 것이다.

“희로애락 그 자체가 더 이상 나의 평화를 해치지 않습니다. 깊은 두려움일수록, 그것을 알아차리고 한 걸음 더 다가섭니다. 두려움은 겁내고 도망가면 더욱 힘이 세져서 호랑이처럼 덮칩니다. 오히려 두려움은 친구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어 “삶의 파도를 피할 수는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대신 “파도를 원망하던 삶에서 벗어날 수는 있다”고 설명한다. 그간 꼭 지니던 불안과 두려움이란 렌즈를 빼 버리고, 호기심과 자애로 자신의 삶을 대한다고 생각해 보자. 파도를 타듯 훨씬 더 자유롭고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권준수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우울, 절망,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밝고 건강한 마음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명상의 힘”이라며 “이 책은 저자의 오랜 경험서 나온, 명상에 대한 이해와 태도는 복잡하게만 생각된 명상을 친근하게 다가오게 한다. 책에는 명상에 대해 쉽게 기술돼 있어, 마음이 아픈 사람은 물론이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천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말처럼 명상이 뜬구름 같은 것은 아닌지 염려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의심의 안개를 걷어 줄 것이다. 또한 현대 정신치료가 어떻게 명상과 연결되는지, 명상이 고통의 본질에 어떻게 다가가는지 알고 싶은 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 최훈동은?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서 수련한 후 정신과 전문의가 되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전문의 고시위원과 서울 가정법원 상담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초빙교수, 이화여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한별정신병원 병원장, 한별심리분석연구소장, 한국 명상-영성치료학회 부회장이다. 저서로는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정신의학 이야기〉, 논문으로는 〈불교의 유식사상과 심층심리학의 비교 시론〉 〈무아사상의 정신치료적 의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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