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때 자전거에 미쳤었다. 매일 자전거를 탔고 자전거로 산을 넘었다. 자전거를 배운 지 몇 달 만에 경주 안강읍에서 통일전망대까지 400km 가까운 거리를 내 몸을 엔진 삼아 달려가기도 했다.

모두 먼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린 자전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단 하나. ‘자전거는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수단이지만 지구를 살리는 가장 큰 수단이라는 말을 믿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사상가 이반 일리치도 세상을 구원할 세 가지로 시(), 도서관, 자전거를 꼽지 않았던가! 내 두 다리로 페달을 굴려 세상을 구원하고 지구 환경을 지킬 수 있다면 그 동그란 원운동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우리나라의 경우 근대 이후 자전거가 생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자전거 인구는 항시 증가 추세이며 지자체 및 정부기관 등에서 자전거 도로, 자전거 보관소 확충 등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자전거를 안심하고 탈 만한 도로와 자전거 보관소, 대중교통과의 연계를 높이는 방안, 그리고 도착하면 옷을 갈아입을 수 있거나 씻을 수 있는 시설 등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일본, 베트남 등의 경우 자전거는 생활이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자전거는 보편화된 교통수단이다. 이는 일찍이 국가 차원에서 자동차 운행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이용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들은 지구의 작은 구성원인 인간이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원운동이 페달링(Pedaling)’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해 그 움직임은 나날이 커지고 있기도 하다.

실례로 영국 교통경찰청은 도심에 자동차로 진입하면 혼잡통행료를 부과했다. 그 요금은 커다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의 경우 5만원, 일반 차량에는 16000원 정도다. 2003년 시행된 후, 도심의 자동차 교통량은 21%,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가 줄고 자전거 통행량은 66%나 급증했다고 한다. 2011년 우리나라 자동차 일일 평균 주행거리는 약 43.2km로 자동차 1대를 온전히 자전거로 대체한다면 하루 약 10kg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게 된다. 1년이면 약 3.6톤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천미희 한마음선원 부산지원 기획실장

자전거 마니아이자 가수인 김창완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자전거 타는 사람과 나쁜 사람.”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는 것만으로도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는 데 기여할 수 있으니 지나친 비약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두 종류의 사람 중 어느 쪽인가? 나는 현재 나쁜 사람 쪽이다.

하지만, 나는 조만간 자전거를 타는 사람 편에 있게 될 것이다. 베란다에서 잠자는 나의 자전거를 깨워야겠다. 아들과 가까운 강변을 달리며 나를 움직이는 연료는 침묵이요 나의 엔진은 바람이요 나의 경적은 휘파람이라는 유하의 시, <자전거의 노래>를 함께 읊조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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