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민간신앙의 중요자료로 판명, 특별공개 예정

고야산 산내사찰 엔츠지서
에도시대 납입된 탑 추정
신앙적 폭넓은 유대 결과

기자들에게 오륜탑에 대해서 설명하는 소에다 류쇼 진언종 종무총장. 사진출처=산케이신문

일본 진언종 총본산이자 세계문화유산인 고야산(高野山)에서 1만 수천 기의 목조 오륜탑(五輪塔)이 발견됐다. 일본의 산케이 신문’ ‘요미우리 신문등 주요 현지 언론들은 71일자로 이 소식을 특별 보도했다.

고야산문화재보존위원회는 7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야산 산내사찰인 엔츠지(圓通寺)에서 에도시대에 납입된 목조 오륜탑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위원회는 지난 410, 엔츠지의 대중스님들이 본당의 수미단 밑에서 16개의 대형 상자를 발견했다. 상자는 모두 봉인돼 있었고, 이 중 봉인되지 않은 상자와 뚜껑이 파손된 상자 2개를 개봉해 총 752기의 목조 오륜탑을 발견했다고 발견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오륜탑은 오대(五大)를 상징하는 다섯 도형을 모아 만든 불탑으로, 밀교에서 중요시되는 불탑양식이다.

발견된 오륜탑들은 대부분 동일한 크기로 높이 약 9, 3의 크기다. 표면에는 각각 오대를 상징하는 범자가 쓰여 있다. 일부 탑은 미완성, 혹은 범자가 쓰이지 않은 형태로 발견됐다. 탑의 저부에는 복장용 구멍을 주변으로 ‘84천탑이라는 문장, 혹은 보시자의 것으로 보이는 이름들이 쓰여 있다. 복장으로는 연기법송(緣起法頌)의 사구게를 사경한 종이가 나왔다.

탑들이 보관돼 있던 상자들은 성인 남성의 허리까지 올라오는 높이로, 이 중엔 상자를 봉인한 날짜, 혹은 내부 탑의 개수를 밝힌 묵서들이 남아있는 것도 있다. 이를 어림잡아 볼 때 미개봉분의 상자까지 모두 더하면 1만 수천 기, 혹은 수만 기의 탑이 조성돼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묵서를 통해 가장 마지막에 봉인된 상자는 1836년인 것으로 밝혀졌다.

고야산의 유물을 보존, 연구하는 박물관 고야산 영보관측은 이 발견에 대해 이 탑들은 옛 인도의 아쇼카 대왕이 불사리를 모신 84천기의 탑을 세웠다는 전설에서 기인한 조탑신앙의 하나인 팔만사천보탑(八万四千塔)”이라고 발표했다.

영보관 측은 또 오륜탑들의 목질과 조각방식, 탑 표면에 남은 범자들로 추측해 탑들은 모두 고야산 내에서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비슷한 조탑신앙이 있었던 나라의 토다이지(東大寺)를 중흥한 고승 쵸겐(重源)은 오륜탑들이 발견된 엔츠지의 중흥조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두 사찰간의 관련성이 있을 수도 있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영보관 측은 이어 탑에 남은 기록들과 발원문 등을 통해 고야산에서 전국으로 유행수행을 하는 유행승, ‘고야히지리(高野聖)’들이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포교활동의 일환으로, 보시를 받는 대가로 고야산에 탑을 모시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이를 통해 영보관은 전국 각지를 유행했던 고야히지리들과 당시 서민들 간의 신앙적인 폭넓은 유대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라고 전했다. 또한 그간 명확하지 않았던 고야히지리들의 포교실태에 대한 실마리로, 망자의 사후에 대한 민간신앙과 고야산의 연계를 알 수 있는 귀중한 민속자료로 더욱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발견된 탑들은 보존처리를 거쳐 오는 20일부터 106일까지 고야산 영보관에서 특별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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