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사, ‘제주불교 4.3희생자 추모사업회’ 발족

오는 19일 창립총회 및 법회
사찰 피해·스님들 희생 조명
불교 차원 사업회 발족 처음
희생자 위령·피해 조사 추진
유적 보존·역사교실 운영도

지난해 4월 3일 봉행된 ‘제주 4.3 희생자 극락왕생발원 영산재’의 모습. 오는 7월 19일에는 제주 관음사를 중심으로 한 ‘제주불교 4.3희생자 추모사업회’가 창립된다.

제주 4.3항쟁 당시 희생된 스님들을 추모하고 사찰 피해 상황을 조사·연구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된다.

제주 관음사(주지 허운)는 7월 19일 오후 3시 관음사 선센터에서 ‘제주불교 4.3희생자 추모사업회(이하 사업회)’ 창립총회 및 법회를 개최한다. 이날 창립총회에서는 정관 제정과 임원 구성, 사업계획들이 확정된다.

이번 사업회 창립은 제주 4.3항쟁 당시 불교계 피해 조사와 희생자 추모를 위한 첫 법인단체의 발족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

제주 4.3항쟁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에 발생한 민중 봉기 및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령 해제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약 7년여 동안 비공식적으로 약 3만여 제주주민이 희생됐고, 강경진압에 의해 제주 중산간 마을의 경우 기옥 95%가 전소됐다.

이런 겁화를 불교도 피해가지는 못했다. 스님 16명이 죽거나 행방불명됐고, 37곳의 사찰이 피해를 입었다. 완전 전소된 곳도 18곳에 달한다. 대부분의 피해 스님들은 사찰 경내에서 총살을 당했고, 고문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죽은 스님도 있다.

특히 스님들의 희생은 막 태동하고 있던 제주불교계로서는 뼈아픈 손실이었다. 당시 제주불교를 대표한 승려인 이일선은 1947년 ‘3.1절 기념 투쟁 제주도위원회’ 선정동원부에서 활동하고, ‘제주도 민주주의 민족전선’의 3인 의장단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정광사에서 예비검속돼 산지포구서 수장됐다.

표훈사 중향강원 강사로 활동했던 이세진 스님은 1948년부터 민중들과 함께 무장대로 활동했다. 무장대 지휘부였던 이덕구 등 15인과 관음사서 기거하며 활동했는데 군·경 토벌대에 잡혀 1949년 7월 산지 앞바다서 수장됐다.

화엄사 제주포교소 포교사로 제주 순회포교 활동을 전개했던 이성봉 스님은 1949년 10월 자신이 주석하던 금봉사로 피신 온 마을주민들을 숨겨주다가 토벌대의 총에 희생됐다.

이들 스님 대부분은 해방 이후 친일불교를 청산하고 불교를 개혁하고자 했으며 사실상 제주불교계의 지도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제주 4.3항쟁 당시 종교계 피해 중 90%가량이 불교에 집중돼 있었지만, 사찰 피해와 스님의 희생은 크게 조명되지 못했다.

이에 관음사 주지 허운 스님은 지난 3월 30일 봉행된 관음사 4.3희생자 추모제 이후 사업회 창립 필요성을 역설했으며, 4월 3일 준비위원회 구성 작업이 착수됐다. 5월 창립준비위원회 구성 회의와 6월 창립발기인 회의 등이 잇달아 열리며 사업회 창립 준비에 매진했다.

사업회는 4.3 당시 최대 격전지이기도 했던 관음사를 중심으로 각 종단·사찰·신행단체·제
주도민이 참여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이는 4.3 희생자 추모와 피해 조사를 위한 범불교적 역량을 모으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사업회는 희생자 조사·명예회복과 공동체 복원 등의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희생자 조사와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실태조사와 기초 자료 수집·자료 전산화·신고 창구 상설화 등을 추진한다. 희생자 위령·추모사업으로는 △년1회 합동위령재 △년1회 순교 스님 위령재 △4.3 천도 축원 생활화 △유적지 위령비 건립 등을 전개할 계획이다.

4.3 유적지 가치 보존을 위한 사업들도 진행된다. 유적지 가치 보존 위한 연구 용역 및 정비가 추진되며 유적지 지정 등록을 위한 사유지 매입도 계획 중이다.

또한 인권·평화에 대한 교육을 위해 청소년 역사교실을 운영하며, 유적지 참배 대중화를 위한 순례길과 관광벨트 조성도 추진된다.

희생 유족 복지와 유족회 활성화를 위해 △추모법회 활성화 △어려운 희생자(유족) 돕기 운동 △4.3 트라우마 치유 명상·상담센터 운영 △4.3불자 유족상 제정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제주 관음사 주지 허운 스님은 “제주는 4.3으로 인해 많은 도민과 불자, 스님들이 희생됐으며 사찰들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불교 관련 피해 조사와 명예회복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이번 사업회 창립을 통해 당시 불교계의 피해를 진상 조사·규명하고 용서와 화해를 통한 상생의 공동체로의 제주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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