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 기증, 생명 살리는 작은 용기

생명나눔실천본부는 2015년부터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등록 확대를 위한 ‘착한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전국 16개 간호대학과 연계해 조혈모세포 희망등록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매년 ‘착한 릴레이’에 참여하는 대학의 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나의 3일로 당신의 삶이 보장된다면, 이것만큼 이 세상에서 훌륭한 의사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멋있는 의사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비록 세포를 받는 환자가 100% 살 수 있다는 보장도 없지만, 내가 (기증을) 안 하면 100% 죽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모두 참을만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모두 조혈모세포 기증자들의 후기다. 기증만으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확연하게 높아지는 조혈모세포 기증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생명나눔’이다.

우선 조혈모세포는 무엇일까. ‘조혈모세포(Hematopoietic stem cell)’는 혈액을 만드는 어머니 세포를 말한다. 정상인의 혈액에 약 1% 정도 해당되는 조혈모세포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모든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진 세포다.

혈액 만드는 어미니 세포 의미
조혈모세포 기증만 이뤄진다면
혈액암 등 난치병 완치율 증가
만18~40세 희망등록, 관심 필요

조혈모세포 이식동의율 55% 그쳐
생명나눔, ‘착한 릴레이’ 캠페인
전국 대학 돌며 기증 동참 유도
다이어리·감사문자 사후관리 철저

조혈모세포 기능에 장애가 생겨 정상적인 혈액을 만들어내지 못해 발생하게 되는 질병으로 대표적인 것이 백혈병, 재생불량성빈혈, 면역결핍질환 등이다. 이 같은 질병은 병든 조혈모세포를 완전히 제거 후 조직적합성 항원형이 일치하는 기증자의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으로 완치가 가능한 질환들로는 급성림프구백혈병·급성골수성백혈병·만성골수성 백혈병·골수이형성증후군 등 혈액암들과 악성림프종, 신경모세포종, 뇌종양 등이 있다. 또한 선천성 및 후천성 재생불량성빈혈 등 골수기능부전 질환과 중증 면역결핍질환, 유전성 대사 질환도 조혈모세포이식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조직적합성 항원형이 일치할 확률은 형제자매 간 25%, 부모 자식 간 5%이며 타인과는 수천~ 수만 분의 1 정도로 매우 낮다.

환자가 불운하게도 부모 형제와 항원형이 일치하지 않으면 비혈연 간 조혈모세포 이식을 시행해야 한다. 담당 주치의를 통해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로 환자 등록 후 기증 희망자 중 조직적합성 항원형 일치자가 있을 경우 이식조정기관으로 기증을 의뢰한다.

2018년까지 국내 조혈모세포 기증희망자는 약 34만 4000명이다. 이식이 필요한 환자와 국내 기증희망자 사이에 조직적합성 항원형이 일치한 경우는 70%를 상회하지만, 실제 비혈연 골수 및 말초혈 조혈모세포이식이 이뤄지는 경우는 약 55%에 불과하다. 만약 국내에 일치하는 공여자가 없다면 일본, 미국, 대만의 골수 공여자 프로그램과 연결해 알아봐야 한다.

공여자의 제한 조건도 있다. 만 18세 이상부터 만 40세 미만 건강한 남녀만 가능하다. 까다로운 검사를 거쳐야 돼 기증자의 신체 건강이 필수다.

생명나눔실천본부가 올해 진행한 ‘착한 릴레이’ 참가 대학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대구가톨릭대, 부산 동아대, 광주 남부대, 송원대.

현재 한국에는 조혈모세포를 희망등록할 수 있는 단체가 5곳이 존재한다. 종교계에서는 불교와 가톨릭이 해당 단체를 운영하는 데 생명나눔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사)생명나눔실천본부(이사장 일면)’가 불교를 대표하는 조혈모세포 희망등록 기관이다. 이밖에도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를 비롯해 헌혈의 집·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에서 조혈모세포 희망등록을 할 수 있다.

생명나눔실천본부의 조혈모세포 희망등록은 매우 활발하다. 지난 2015년부터 생명나눔실천본부는 ‘착한 릴레이’ 캠페인을 통해 조혈모세포 희망등록에 대한 정보 전달 및 기증자 확대를 통해 백혈병 등 이식 대기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올해는 전국 16개 간호대학과 연계해 조혈모세포 희망등록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매년 착한릴레이에 참여하는 대학의 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2019년 상반기에만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등록자 2,340명을 신규로 등록받았다. 이는 전년 대비 10% 이상 초과 달성한 성과이자 올해 모집목표(2,889명)의 81%에 해당되는 수치다.

희망등록 이후에는 체계적인 사후 관리를 통해 기증 동의율을 높이는 노력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생명나눔실천본부는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등록자들에게 “일치하는 환자 발생 시 꼭 기증해 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담은 다이어리(연 1회) 제작·배포와 감사문자(연 4회)를 해오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에만 52명의 조혈모세포 희망등록자가 백혈병 환우들을 위해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이 같은 착한 릴레이 캠페인은 조혈모세포 기증에서 장기기증 희망등록으로도 이어져 생명나눔운동 확산이라는 효과도 내고 있다.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은 “조혈모세포 사후관리 다이어리 발송 시 장기기증 신청서를 첨부해 발송한 결과 연간 50~70여 명의 조혈모세포 등록자가 장기기증 희망등록에도 서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조혈모세포 이식만을 기다리는 수많은 이식대기자들이 있다”면서 “작은 용기를 내고 불편함을 조금만 감수하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곧 자비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생명나눔실천본부의 착한 릴레이에 참여하기 위한 대학 및 기업은 생명나눔실천본부를 통해 신청하면 법인 직원이 직접 방문해 조혈모세포 기증 교육 및 착한 릴레이를 진행한다. 개인의 경우 모집기관인 생명나눔실천본부에 방문해 등록을 진행하면 된다. (02)734-8050

TIP. 조혈모세포 희망등록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오해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골수를 고통스럽게 채취하는 ‘골수기증’ 과정만 주로 보여 주는데, 사실 골수기증 방식은 채취 효율을 극대화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만 드물게 쓰는 방법이다. 현재는 ‘말초혈 조혈모세포 기증’ 방법을 주로 시행한다. 이는 혈소판 성분 헌혈과 방법이 동일함으로 큰 고통 없이 조혈모세포를 채취할 수 있다.

조혈모세포 기증, 아픈가요?
크게 고통스럽지는 않다. 말초혈을 통한 조혈모세포 기증 방법은 조혈모세포 촉진제(G-CSF 혹은 GM-CSF)를 입원 3~4일 전부터 주사한 후 채취일에 혈소판 성분 헌혈처럼 양팔에 바늘을 꽂아 채취하거나 혈관이 약할 경우 가슴 쪽 혈관에 관을 넣어 혈액 추출 후 특수 장비로 조혈모세포만 정제한 다음 혈액을 기증자에게 다시 수혈한다. 이 과정은 5시간 정도 소요되며 채취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빠져나간 조혈모세포는 2~3주 이내에 회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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