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혜란 연구원, 교수불자대회서 주장

現 불교 마음산업 전반 분석
불교 색채 빼고 대중화 집중
영향 증가·조직 약화 ‘딜레마’
교불련, 4~6일 동화사서 대회
‘4차산업과 불교’ 논문도 다채

불교가 마음치유 산업으로 대중적 영향력은 확대되지만, 결속된 신도층 확보가 어려워지는 ‘자기모순’을 갖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혜란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사진>은 7월 4~6일 대구 동화사에서 열린 2019 한국교수불자대회서 이 같이 주장했다.

우혜란 연구원은 ‘한국 불교계의 마음치유 사업과 종교 영역의 재편성’ 주제의 발표에서 현재 한국불교 마음산업의 현황과 영향에 대해 진단했다.

우혜란 연구원은 2010년대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힐링문화를 다른 종교와는 달리 불교는 적극적으로 수용했음에 주목했다. 그는 “한국불교는 마음치유를 위해 ‘마음챙김’과 같은 서구 불교 명상 기법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전통적 불교명상법에 서구 심리치료기법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일선 사찰에서는 템플스테이가 마음치유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혜민 스님이 설립한 마음치유학교 역시 광범위한 힐링 프로그램을 바탕에 둔다. 이는 “힐링 프로그램 쇼핑몰”이며 “고객의 다양한 욕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우혜란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들 프로그램의 특징은 불교적 색채를 줄이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우혜란 연구원은 “마음치유 프로그램은 한국 사찰이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면서 “이들 프로그램은 불자에 국한되지 않으며 상당 부분은 불교적 색채를 거의 담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마음치유 프로그램은 신자유주의 경쟁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에 대해 우혜란 연구원은 “명상 치유 프로그램이 신자유주의의 맥락에서 논의되는 것은 이들 프로그램이 체험상품으로서 신자유주의 경제체재 안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라며 “또한 신자유주의 경쟁사회에 지친 개인에게 위안을 주고 다시 신자유주의 체재가 요구하는 ‘모든 상황에 유연한 인간’으로 기능하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사)한국불교수불자연합회는 오는 7월 4일부터 6일까지 대구 동화사에서 ‘4차산업과 불교’를 주제로 한국교수불자대회를 개최했다.사진=손문철 대구지사장

불교계 마음치유 사업의 영향으로는 △새로운 지도자군의 등장 △불교적 정체성 약화와 신도 감소 △불교와 심리학의 경계 약화를 제시했다.

우혜란 연구원은 “불교는 대사회적 경계를 낮춤으로서 자신의 문화사회적 영향력을 높이지만 같은 이유로 강하게 결속된 신도층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자기모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템플스테이와 같이 일반 대중이 널리 이용하는 사업이 있음에도 한국불교가 빠르게 신도를 잃고 있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불교계의 마음치유 사업은 현대사회의 빠른 변화 속에서 ‘종교’의 독립적 영역을 주장하기가 점점 어렵게 됐음을 보여준다”면서 “이런 의미에서 한국불교가 마음치유 사업으로 인해 조직에 헌신하는 신도를 잃는다면 조직 종교인 불교에 해당 사업의 추진이 궁극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을지를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4차산업과 불교'를 주제로 열린 올해 교수불자대회는 기조강연, 특별강연을 비롯해 30여 편의 연구논문들이 발표됐다. 기조 강연으로는 김성철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가 ‘4차산업 문명에 대한 불교적 조명’을 주제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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