콴딘 싱캄(Kwandin Singkam·65)
태국 불교수행공동체 시사아속 대표

인류의 삶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많은 변화와 진화를 거듭했다. 그 변화와 진화로 인해 사회는 복잡해지고 문화가 다양해지면서 공존이 쉽지 않은 문제가 되고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나를 넘어 수많은 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여러 모색 중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공존의 숙제를 풀어가는 곳이 있다. ‘공동체. 공통의 생활공간에서 상호작용하며 유대감을 공유하는 집단생활의 형태다.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를 볼 수 있다.

630일 경남 거창에서는 사부대중 공동체 ‘()행복한 마을이 심검당과 도량의 중심부 제너홀의 오픈식을 갖고 공동체의 시작을 알렸다. 단순히 함께 사는 것을 넘어 무경계의 삶으로 모두의 행복한 삶을 표방하는 행복한 마을은 사부대중이 모여 수행하며 생활하는 수행공동체다.

행복한 마을의 오픈식에는 뜻깊은 인사가 함께 했다. 태국을 대표하는 불교수행공동체 시사아속의 콴딘 싱캄(Kwandin Singkam) 촌장이다. 그녀는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일구는 공동체가 인류의 미래에 대한 답이 된다고 말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계율을 엄격하게 지켜나가는 공동체 생활이 심화되는 이기주의 속에서 살아가는 오늘날의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했다. 인류의 참된 행복과 미래가 점점 요원해지는 오늘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콴딘 싱캄 대표는… 43년 전 시사아속 공동체 회원으로 가입하고 현재 재가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공동체 설립 당시 가족들과 함께 공동체에 들어와 봉사활동을 이어 갔으며 모든 활동에 무보시로 후원하며 공동체 정신을 널리 알리고 있다. 시사아속은 계를 엄격히 지켜나가는 사부대중 불교수행공동체로 태국 내 9개의 센터와 30여개의 지사를 둔 공동체로 50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태국 불교공동체 시사아속
1971년 포티락 스님 설립
9개 공동체 30여 지사로 확대
5명으로 시작 현재 5000명 생활
불살생 등 5계 철저히 실천
채식주의 원칙, 모든 농사 유기농
생산 후 저렴하게 판매, 나눔

Q. 태국 시사아속 공동체는 불교수행공동체 중 모범이 되며 부처님의 가르침이 실현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행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태국을 대표하는 불교수행 공동체 시사아속을 유지하는 힘은 무엇입니까?

시사아속 공동체를 처음 설립한 포티락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일굴 공동체를 생각하고 만드셨습니다. 제일 처음 보원 아속이라는 공동체를 설립하셨고, ‘보원아속은 마을, 사원, 학교를 중심으로 시작했습니다. 시사아속 공동체는 48년 동안 지속해왔고 현재는 9곳의 공동체로 늘어났으며, 30여 개의 지사들로 구성돼 서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불교수행공동체를 일궈나가고 있습니다.

처음 포티락 스님을 중심으로 재가자 5명으로 출발한 저희 공동체는 현재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동체 구성원으로 태국 내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불교공동체라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지키며 살아가야 합니다. 시사아속은 엄격하게 오계를 지키는 계율이 기본이 되고 오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채식, 유기농업, 교육 사업이 진행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기지 않고 기본을 지켜 나가는 것이 시사아속 공동체의 존재 이유이자 공동체를 유지하는 힘입니다.

Q. 시사아속은 계를 엄격하게 지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오계 가운데 첫 번째인 살생하지 말라를 위해 유기농업을 시작했고, 탁월한 유기농업을 일궈 생명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가치를 지키는 삶의 모습을 설명해주시고 어떤 결과를 얻으셨는지요?

시사아속 공동체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죽이거나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채식주의를 원칙으로 하며 모든 농사는 유기농으로 실시하고 농약,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유기농사를 짓는 것은 공동체 삶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입니다. 철저하게 오계를 지키며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지 않기 위해 비료도 자체 생산합니다. 화학비료를 쓰면 벌레가 죽고, 화학비료로 키운 식물을 먹은 저희도 병들며 땅도 오염이 됩니다.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을 지키기 위해서는 손이 많이 가지만 유기농업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땅이 일하는 시기를 알고 자연과 대화하듯 살아갑니다. 농산물이 자라는 기간에 따라 크게 짧은 기간, 중간 기간, 긴 기간 등 3가지로 구분하여 농사를 진행합니다. 이 기간에 맞춰 사용하는 비료가 다르고 꽃과 과일, 식물 등 생산물에 따라 비료를 줍니다. 생명을 위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비료만 20가지가 넘습니다. 비료는 캡슐 형태, 액체 형태 등 모든 상황에 맞춰 제품을 만든 방식도 다릅니다.

죽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더니 저희가 먼저 건강해졌고 행복해졌습니다. 자비를 실천하는 것은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며, 계를 지키는 삶 자체가 자비가 되고 보살의 마음을 배웁니다. 유기농 비료는 계를 지키기 위해 제작하고 만들었는데 저희 공동체의 대표적인 생산 약품이 되었습니다.

농경지에서 재배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콴딘 싱캄 대표.

Q.현재 세계는 경제적 이윤을 위해서라면 생명가치마저 무시합니다.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자급자족 시스템은 세계에서 발생하는 자연 파괴, 생명 경시 및 혐오 등 여러 문제점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공동체가 잘 유지되고 운영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경제 기반이 중요합니다. 경제 기반을 갖추는 이유를 잘 살펴야 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공동체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지키고 실현하며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를 위해서 경제기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안정적인 경제 기반을 위해 유기농업을 시작했고 남은 것으로 건강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농작물을 만들면 모든 공동체가 먹고 남는 것으로 허브, 비누, 샴푸, 옷 등 삶에 필요한 생산품을 만듭니다. 물론 저희가 생산한 유기농 제품만을 재료로 활용합니다. 판매 및 마켓 운영방법은 간단합니다. 욕심내지 않고 모두를 위해 나누는 방법으로 최소한의 이익만을 추구합니다.

저희는 일반 시장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특별한 날을 정해 원가나 혹은 원가 이하로 판매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매일 무상으로 주는 것도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저희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싸게 판매합니다. 그리고 새해를 맞을 때와 왕과 왕비의 탄생일을 기념하는 날에는 원가 이하로 할인 판매합니다. 그리고 농사를 지어 만든 음식은 모두가 공짜입니다. 공동체뿐 아니라 저희 시사아속을 찾는 여행객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윤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향하면 반드시 돌아온다는 말을 믿습니다. 자급자족은 국민을 강하게 하며 세계를 이끄는 자본주의의 폐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베네수엘라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돈으로 삶이 얼마나 파괴되고 어려움을 겪는지 보십시오. 삶은 돈으로 일궈지는 것이 아닙니다.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함께 서로를 위할 때 자연은 인류를 사랑하고 그대로 돌려줄 것입니다.
 

시사아속의 대중이 유기농으로 재배한 수확물을 서로 나누고 있다.

무경계의 삶이 곧 보살행

콴딘 싱캄(Kwandin Singkam)
1976
년 회원 가입, 현 대표
佛法 공동체인류의 미래 답
지계(持戒)가 인류 행복과 직결
자급자족, 자본주의 폐해 탈피
똑똑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
무경계로 모두가 가족 되어야

Q. 시사아속 공동체는 불교 사원과 마을 그리고 학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사아속 내 회원 절반이 학생들인데 어떤 교육 원칙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며 이끌고 계신가요?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은 저희가 지급합니다. 교복, , 대학자금, 유학비까지 저희 공동체서 지급하며 책임집니다. 돈을 벌고 건물을 짓는 일도 어려운 일이지만 아이들을 잘 키우고 양성하는 건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저희 공동체 학생들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노동 그리고 학업을 게을리 하지 말 것, 세 가지를 중심으로 생활하고 배웁니다.

교육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처님법, 담마입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30분 예불을 드리고 법문 듣는 시간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 학생들도 일을 합니다. 자연과 함께하며 자신에게 생명을 주는 자연에게 감사하고 진실하게 온 우주 생명과 하나가 되는 법을 익힙니다. 마지막으로 학업입니다. 공부를 잘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게으르면 안 된다고 합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정부에서 인정하는 교과 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학생들은 대학교로 진학한 후 다시 공동체로 자진해서 돌아옵니다. 공동체로 돌아와 선생님이 되고 봉사를 하며 유기농 사업을 위한 연구에 동참합니다. 저희 공동체 교육의 목표는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Q. 대표님께서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다 공동체 설립에 동참하고 지금까지 함께하는 것으로 압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학사 과정과 확실한 비교가 가능하신데요. 좋은 사람(good person)으로 학생들을 이끌기 위해 어떤 교육을 강조하시고 계신가요?

저는 22살 때 국립학교에서 태국어를 11년 동안 가르치다 공동체에 들어왔습니다. 태국이 불교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라고 해도 학교에서는 불교 보다는 교과과정, 즉 교과서를 중심으로 배우고 익히는데 급급합니다.

시사아속에서는 5계가 가르침의 중심입니다. 불살생, 불투도, 불사음, 불망어, 불음주는 그들이 안전하도록 지킵니다. 청소년기에 방황을 하던 아이들은 일탈을 일삼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처님의 오계가 얼마나 자신을 보호하는지 알게 되는 기회가 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공동체 내 선생님으로 봉사를 하기도 합니다.

저희 시사아속은 9개 센터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작된 곳으로 운영법 및 공동체 이념 정신이 시작된 곳입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공립학교가 저희 공동체 내 학교를 모델로 교육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Q. 공동체 내에 승가와 재가의 역할 구분은 어떻게 되어 있나요? 스님들께서도 울력에 동참하는지요? 공동체 가운데 승가의 역할과 재가의 역할은 어떻게 구분되어야 할지요?

수행하는 스님들의 삶을 보필하고 스승으로 살아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스님들은 저희 보다 훨씬 많은 계를 지키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유기농업에도 동참하진 않으십니다. 채식은 당연하고 오후불식을 지키며 보시금을 받지 않습니다. 농사를 지으면 추수해야 할 때 식물을 꺾고 자르고 뽑아야하며 알게 모르게 살생을 할 경우도 생깁니다. 자신의 먹거리를 위해 살생을 하는 것은 계에 어긋납니다. 계를 철저히 지키도록 도와드립니다. 그것이 저희 재가자의 역할입니다.

공동체 내 스님들의 역할은 수행과 스승입니다. 저희 시사아속엔 현재 7명의 스님이 계십니다. 그분들은 새벽 예불과 법문, 그리고 학교 내 불교학 강의를 주로 하십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일기에 모두 코멘트를 달고 지도를 함께 하십니다. 116명이 일기를 적으면 한명도 빠지지 않도록 모든 일기에 충고와 사랑을 담은 편지를 가득히 적어 학생에게 돌려줍니다. 학생들이 일기를 한 줄만 적어도 스님들의 편지는 가득히 적혀 있습니다.

스님들은 학생뿐 아니라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모든 문제에 대해 바른 방향을 지도하고 상담을 하십니다. 공동체에 일어나는 다툼, 연애, 가족사까지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지도자로 바른 상담을 항상 해주고 계십니다. 정신적인 부분을 해결하고 성숙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저희를 지도하는 스님들이 계셔서 부처님의 법을 배우고 익히며 바른 공동체 생활의 방향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시사아속 대중과 차를 나누고 있는 콴딘 싱캄 대표.

Q. 시사아속은 의··주 그리고 약,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네 가지를 실현한 공동체로 알고 있습니다. 지구의 생명은 모두 의··주를 기본으로 생활하며 건강을 강조합니다. 삶의 모습과 방향을 이끌어가는 의식주 그리고 삶의 질을 결정하는 건강은 인간 삶에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지구촌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결정 된(오랜 전통으로 정해진 가정 생활 패턴 및 매체를 통해 주입된 사상) 것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시사아속 공동체에서 생각하는 바른 의식주의 모습과 건강 유지법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제안해주십시오. 세계의 문화, 의식주는 어떻게 바뀌어야 바른 모습일까요?

경계 없는 삶이 답입니다. 무경계로 모두가 하나가 되며 가족이 되어야 합니다. 시사아속은 온 우주와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을 먹이고 살리는 공동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을 위해 농사를 짓습니다. 기꺼이 귀찮은 일에 동참합니다. 개미, , , 벌레까지도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돈을 투자합니다. 이것이 불국토입니다. 부처님의 세상입니다. 온 세계 생명들이 다 함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모두가 가족으로 살아갈 때 가능합니다. 경계의 벽을 허무세요. 그럼 온 우주가 당신의 가족이 되고 한 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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