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색즉시공(色卽是空)

색즉시공(色卽是空), ‘색(色)은 곧 공한 것’이라는 뜻이다.

색은 인간 존재를 구성하고 있는 색수상행식 오온(五蘊) 가운데 하나이다. 보통 ‘물질’이라고 해석하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유형적인 모든 것, 곧 사물 일체를 가리킨다.

이를테면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집, 아파트 또 생활에 필요한 핸드폰, 신발, 냉장고, 옷장, 이불, 그리고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 비행기 등 모든 것을 가리켜 ‘색(色)’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객관적인 사물만 공한 것이 아니고 나 자신은 물론 인간도 모두 공한 존재라는 뜻이다. 〈반야심경〉에서는 ‘일체개공’, ‘오온개공(五蘊皆空)’이라고 한다. 오온(사람, 인간)도 모두 공하다는 인식을 통해서 고통과 괴로움, 번뇌로부터 벗어나 해탈한 자유인이 된다. 오온개공은 나 자신은 물론, 영혼까지도 공하다는 것을 말한다.

인간은 살아 있을 때는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느낀다. 우선은 육체가 있고 사물을 인식하고 사유하는 의식의 세계, 정신의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아있지 않을 때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색수상행식(육체와 정신. 곧 인간을 가리킨다)의 오온, 이 다섯 개의 요소 가운데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두 자연 속으로 돌아간다.

우파니샤드 등 고대 인도철학에서는 아트만, 즉 영혼 같은 존재가 있다고 상정했다. 그 밖의 종교나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도 영혼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정말로 영혼이라는 존재가 있을까?

‘사후 세계’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죽으면 정말 어디로 갈까? 사후 세계는 자기 자신이 가게 될 지도 모르는 세계이므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갖가지 설이 대두되었지만, 그저 하나의 설에 불과하다.

불교에서는 인간은 죽으면 지수화풍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지수화풍(地水火風)’이란 땅, 물, 불, 바람으로서 자연 속으로 돌아감을 뜻한다.

색즉시공은 삼라만상 등 현상 세계만이 아니고 나 자신, 우리 인간을 포함한 이 세계는 모두 공한 존재임을, 즉 공(空)이 진리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공사상을 통해서 유(有)에 집착하고자 하는 어리석은 사고를 개선하고, 인식의 전환을 통해서 깨달음에 이르자는 것이 색즉시공의 의미이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유형적인 모든 존재는 공이다. 그 유형적인 것을 가리켜 불교에서는 ‘색(色)’이라고 하고, 그러한 세계를 색계(色界)라고 한다. 사바세계, 곧 이 현실 세계를 가리키는 것인데, 중국 멜로 영화 가운데 동명의 제목을 가진 영화가 있다. 탕웨이, 양조위 주연의 ‘색계’이다. 불교의 색계는 그런 이미지의 색계가 아니고 현상 세계를 가리킨다.

불교에서는 지금 눈앞에 있는 현상들을 모두 ‘일시적인 것’들이라고 한다. 〈능엄경〉에서는 육진 분별 영사(六塵分別影事)라고 하여 우리의 안이비설신의가 만들어낸 신기루나 허상이라고 한다. 임시적, 일시적인 것들, 실체가 없는 가유적(假有)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존하지 않음, 실재하지 않음, 진짜로 있는 것이 아니고 공연을 위하여 임시로 가설한 무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공의 철학은 대승불교가 추구하는 이상향인 동시에 진리이자 핵심이다.

〈반야심경〉에서는 “색불이공, 공불이색(色不異空, 空不異色),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고 하여, “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으며,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다.”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색(존재, 현상, 사물)과 공(空)은 둘이 아닌 하나(一)이다. 색과 공을 도식화된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말라는 뜻이다. 따라서 진리는 일원론이어야 하고 이원론은 진리가 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싼스끄리뜨(梵語) 원문은 “이 세상에 있어 물질적 현상에는 실체가 없는 것이며, 실체가 없기 때문에 바로 물질적 현상이 있게 되는 것이다. 실체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물질적 현상을 떠나 있지는 않다.

또, 물질적 현상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부터 떠나서 물질적 현상인 것이 아니다. 이리하여 물질적 현상이란 실체가 없는 것이다. 대개 실체가 없다는 것은 물질적 현상인 것이다.”라고 설하고 있다.

한자에서 ‘곧 즉(卽)’자는 두 식 또는 두 수가 같음을 나타내는 부호 ‘=’와 뜻이 같다. ‘똑같다’,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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