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안거도 절반 지난 7월 2일
덕숭총림 안거 대중 반철산행
가야사지-보원사 ‘백제 미소길’
2007년 시작… 산행 전통으로

7km 남짓한 2시간여 산길을
불교대학 신도 대중과 걸었다

걸음이 수행이요 바람이 법문
말없이 걸어도 서로 마음 통해
수승한 모든 인연에 감사할 뿐

하안거가 반이 지나갔다. 짧은 장마도 지나가고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고 있다.

72일 제7교구 덕숭총림 본말사 안거대중들은 반철산행을 다녀왔다. 200여명의 스님들과 300여명의 재가불자들이 옛 가야사 터에 모였다. 올해로 13년째다. 중간에 시작한 공승법회도 8년째다. 반철산행은 주지 스님이 네 번째 임기이고, 공승법회도 세 번째 주지 임기이다. 어른 스님과 교구대중들의 동의와 지지로 이어지는 이 행사는 근현대 한국불교의 요람인 덕숭총림의 새로운 전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늘은 청명하고 뭉게구름이 드문드문 그림자를 드리우며, 우거진 나무의 그림자들로 그늘진 산길에는 문득문득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어서 그때마다 산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즐거움이 솟아난다.

지난 2007년 예산군과 서산시를 아우르는 가야산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자연환경과 지역의 역사·문화적 자산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스님들과 지역민들이 온 몸과 마음으로 막아낸 결과 가야사 터에서 보원사에 이르는 백제의 미소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아름답고 멋진 길이 생겨나게 되었다.

모인 대중들에게 인사말을 전하는 주지 스님의 표정도 맑았고, 법문시간에 대중들과 이 산하자연을 위해 축원을 드리는 방장 스님의 음성도 또렷하고 우렁차게 대중들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대중 스님들께 올리는 공승법회의 정성스러운 공양이 수북이 쌓였고, 자리에 참석한 모든 스님들께 빠짐없이 공양이 전해졌다.

수행 대중들은 불자들의 공양에 의지해서 정진하고 불자들은 스님들의 수행에 의지해서 복을 짓고 공덕을 쌓는다. 한 편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고 한 편으로는 정진에 경책이고 빚을 지는 일이 될 수 있다. 서로서로 복이 되고 공덕이 되도록 신심과 정진으로 화답해야 할 일이다.

오늘 산행은 시간으로는 2시간 남짓, 거리로는 7km 정도의 길이다. 신도들과 함께 온 스님들은 가능하면 함께 걷도록 부탁드렸다. 그리고 나는 불교대학에서 공부하는 불자들과 함께 걸었다. 학장 소임을 맡고 있지만 평소 자주 보지 못하던 까닭에 나로서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었고, 불자들도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뚜벅뚜벅 걷는 걸음걸음들이 다 마음을 모은 수행이었고, 불어오는 바람결이 가슴에 스미는 시원한 법문이었지만, 편안하게 이어지는 산행과 더불어 때로 묻고 답하며 나누는 이야기가 산행 내내 계속 되었다. 듣고 싶으면 가까이 와서 귀 기울여 듣고 그렇지 않으면 적당히 거리를 두고 각자 편하게 걸으면서 나누는 대화는 어떤 법회보다 자연스럽고 여유가 있었다. 때로 말없이 걸어도 서로서로 마음이 통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틀에 박히고 격에 매인 법회보다 법문을 하는 법사와 법문을 듣는 불자들의 마음이 이와 같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법회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보원사에 도착하니 시원한 메밀국수와 수박공양이 준비되어 있다. 스님을 유혹하는데 국수만한 것이 없다. 별난 특식을 대접하겠다고 청해도 사양하고 거절하지만 국수로 청하면 넘어가지 않는 스님이 없고, 일종식이나 오후 불식을 하며 과식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 스님들도 국수를 앞에 두게 되면 대부분 한 덩어리 더 먹곤 한다. 그래서 국수의 별명이 스님의 미소(僧笑)’인가 보다.

산사에 살게 되어서 감사하고, 불법을 이어오신 역대 선사들과 어른스님들께 감사하다. 땀으로 노고로 모은 재물을 시주하고 신심과 정성으로 예경하는 불자들께 감사하다. 지심귀명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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