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일본 방문한 네팔인 화가가 남겨

30년간 이끼 밑에서 잠자고 있던 관세음보살도. 사진출처=TV신히로시마 방영화면

30년간 산속 절벽에 잠들어 있던 관세음보살이 깨어났다. 일본의 히로시마현 북부, 키타히로시마쵸(島町)의 최고봉 류즈야마(龍頭山, 928m)에 네팔인 화가가 남긴 관세음보살 벽화가 재발견된 것이다. 이 소식을 야후 재팬 뉴스’ ‘TV 신히로시마등의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류즈야마의 명소인 코마가타키 폭포 옆 절벽에 그려진 관세음보살은 1987, 전시회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던 네팔인 화가 라마난다 죠쉬 씨가 남긴 것이다. 라마난다 씨는 당시 네팔을 대표하는 화가로 현대 네팔회화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생전 여러 차례 일본을 방문했던 라마난다는 자신의 작품에 일본 회화의 디자인을 혼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어떤 이유로 류즈야마에 벽화를 남겼는지에 대해서는 당시 상황을 아는 이들도 많지 않다. 또 벽화를 남긴 이듬해 갑자기 사망해 그대로 벽화에 대한 이야기는 잊혔다.

지난해 초, 라마난다 씨의 딸인 라마난다 닐라 씨가 일본을 방문해 일본에 남은 부친의 작품들을 보고 싶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벽화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류즈야마 전문 가이드인 타케우치 마사하루 씨는 닐라 씨가 부친의 작품을 찾는다는 이야길 듣고 혹시나 해서 기억을 더듬었다고 말했다.

벽화는 발견당시 이끼에 덮여 있었으나 채색은 대부분 온전히 남아 있었다. 타케우치 씨는 “30여 년 전에 그린 그림이고, 워낙 습한 곳이라 더는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발견 당시의 생각을 전했다.

작품은 손을 소매 속에 감추고 두 손을 모은 관세음보살로, 연화좌 위에 서있는 모습이다. 타케우치 씨는 코마가타키 폭포는 예로부터 관음성지로 지역에 알려져 있다. 관세음보살을 이곳에 조성한 것도 그런 연계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림을 기억하고 있던 또 다른 지역주민 타케무라 미야비노 씨는 라마난다 화가가 부처님을 그리겠다고 말하곤 밑그림도 없이 3일 만에 그렸다. 일필지휘로 붓이 가는 모습에 감탄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라마난다의 딸 닐라 씨는 관세음보살도를 보고서 아버지가 왜 이곳에 그림을 남겼는지 알 것 같다. 그러나 자비의 본존인 관세음보살을 그린 것은, 원폭이 투하됐던 히로시마에 평화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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