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형석 전남대 교수
호남불교硏 콜로키움서

초기불교 청정육 섭취 가능
능가경 중심으로 한 세력이
‘세 가지 청정’ 비불교화해

초기 불교에서 ‘세 가지 청정한 고기’를 허용했다는 사실은 불교를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는 알려진 이야기다. 그렇다면 한정적 육식이 가능했던 불교가 완전한 채식주의 전통을 갖게 된 이유는 어디 있을까.

함형석 전남대 철학과 교수<사진>는 6월 19일 전남대 호남불교문화연구소가 개최한 제1회 콜로키움에서 “불교의 채식주의 전통이 〈능가경〉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육식의 기억을 조작하기- 〈능가경〉은 어떻게 불교에 채식주의를 도입하였는가’를 주제로 발제한 함형석 교수는 〈능가경〉의 8번째 품인 ‘비(非)육식에 관한 장’을 주요 텍스트로 채식주의 전통이 어떻게 확립됐는지를 분석했다.

함형석 교수에 따르면 기원 후 400년 이후 나타난 몇몇 대승불경이 도입한 새로운 변화는 ‘채식주의’였다. 채식주의는 데비닷타가 붓다에게 제안한 다섯 가지 중 하나였고, 당시 이들의 주장은 불교 승가를 분열시키는 행위였다.

함형석 교수는 불교의 식사 문화는 불교 교리보다는 사회적인 압력 아래서 진화했음을 밝힌 선행 연구들을 전거로 채식주의 전통도 비슷한 과정으로 도입됐음을 추적했다. 이에 대해 그는 “‘비(非)육식에 관한 장’에 깊게 배어 있는 타인에 대한 염려는 타종교 경쟁 그룹과 대중의 비판적인 시선 아래서 이뤄졌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발우공양을 표현한 닥종이 인형 작품. 불교의 채식은 후대에 정립된 것이다.

또한 〈능가경〉은 청정한 고기의 세 가지 조건을 살생의 양상으로 대치시켰다. 함형석 교수는 “‘비(非)육식에 관한 장’은 세 가지 지점에서의 청정이라는 기존 규칙을 비불교 전통서 비롯되는 살생의 정의로 대체했다”면서 “이를 통해 ‘비(非)육식에 관한 장’은 기조의 권위를 완전히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새로운 교설을 정당화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비(非)육식에 관한 장’은 나아가 선제적으로 동료 불교도들의 미래 저항을 예언하고 이들을 사이비 불교도로 낙인찍었다”고 분석하며 “이 같은 방식으로 ‘비(非)육식에 관한 장’은 불교도들의 미래 기억을 편집했고 불교의 미래 역사를 완전한 채식주의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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