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수행처 이야기] 12. 빠옥 총림에서 생활 〈2〉
[미얀마 수행처 이야기] 12. 빠옥 총림에서 생활 〈2〉
  • 조준호 동국대 미래융합교육원 외래교수
  • 승인 2019.06.27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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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살 철저… ‘律’ 중요성 깨닫다

윗·중간·아랫 절로 구분돼
같은 시간 포살법회 봉행
빠알리 율장 한 명이 독송
대승권 스님은 참석 불가
율장 근본한 포살 강조해
빠옥 총림을 거닐고 있는 스님들. 상좌부 불교전통을 가진 빠옥은 윗·중간·아랫 절로 구분해 철저한 포살을 진행한다. 포살에는 상좌부 승가만 참여가능하다.
빠옥 총림을 거닐고 있는 스님들. 상좌부 불교전통을 가진 빠옥은 윗·중간·아랫 절로 구분해 철저한 포살을 진행한다. 포살에는 상좌부 승가만 참여가능하다.

빠옥 총림에 도착한지 둘째 날(2012년 1월 23일)이다. 어제 선원 입방 절차에서 주지 스님이 선원 일과표를 주면서 직접 설명해 주었다. 찬찬히 들여다보니 일상의 일과는 앞선 마하시 선원과 다소 차이가 있다.

마하시 선원에서는 단체 좌선 후 경행이 한 시간씩 배정됐다면 빠옥선원은 인터뷰와 함께 오전 9~10시와 오후 2~3시정도로 약 2시간이다. 마하시가 1시간 단위라면 빠옥은 1시간 30분 단위로 좌선에 집중하도록 했다.

빠옥의 일정은 위빠사나를 위한 선정과 사마타를 중시한 시간 안배다. 아무래도 선정과 사마타는 앉고 일어서는 입정과 출정의 주기가 짧은 것보다 긴 것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마하시의 경우 외국인 수행 일과표였는데 빠옥은 외국인과 미얀마인을 구별하지 않았다. 한국의 태안사 정중당에서도 1시간 단위로 앉고 일어서기를 반복했던 기억이 있다. 즉 50분 좌선하고 10분 경행이었다. 물론 입정의 정도에 따라 경행을 생략하고 좌선을 지속했던 기억도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월정사의 ‘오대산 자연명상마을’과 해인사의 국제선센터 ‘가야산선림원’ 그리고 문경 봉암사가 ‘세계명상마을’을 준비하고 있다. 월정사의 경우는 2017년 준비 과정에서 필자가 수행 일과표를 작성하여 제출한 적이 있는데 시행여부는 아직 확인해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전통사찰에서 명상이라는 말속에 간화선 수행을 포함시키고 있는 듯하다.

간화선 전통에서 선원 수행의 일과표가 어떻게 구성될 지가 자못 궁금하기도 한다. 간화선이 중심이라면 간화선 특성에 맞는 일과표 구성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명상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무대에 나아가려는 한국불교의 절박한 상황에서 외국의 세계적인 수행처의 일과표는 참고가 될 것이다.

아침에 한국 출신 스님이 머물게 될 산등성이의 꾸띠를 둘러 본 후 돌아왔다. 곧바로 외국인 사무실에 보관 중인 짐을 챙겨 내가 머물 방으로 옮겼다. 같이 방을 쓰는 사람은 스페인 사람이다. 온화한 성격으로 보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심 공양 때가 되었다. 오늘 설날이어서 점심 공양 또한 다채로운 메뉴다.

공양청에서 돌아와 짐 정리를 다시 하고 오후 4시부터 열리는 비구 스님들의 포살행사를 참관하러 계단 건물(Sima Hall)에 올라갔다. 이 선원에서는 윗 절·중간 절·아랫 절로 구분되어 세 군데서 같은 시간에 포살이 행해졌다. 사회 보는 스님이 각각 스님들의 출신국과 법랍 그리고 이름을 부르면, 법랍 순으로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앉았다. 족히 300~400명 정도로 보이며 호명하는 데만 약 1시간가량 걸렸다.

불교학을 공부하면서 포살을 직접 참관하기는 처음이었다. 이제까지 짐작으로 구족계 227계를 참여 스님들 모두가 함께 암송하면서 진행하는 것으로 짐작했다. 그런데 빠알리(Pali)로 된 조항을 한 스님만이 나서 독송하는 형식임을 이제야 알았다. 상좌부로 출가한 우리나라 스님도 보이며 마침 한 서양 스님과 눈이 마주치니, 먼저 나의 국적을 묻는다. 답한 뒤, 스님의 국적을 묻고 법랍을 물으니 독일인이고 법랍은 4년이라 한다. 곳곳에 서양인 출가자가 보였다.

뒤로 물러나 계단 쪽에 자리하여 참관하고 있으려니 아래쪽에서 한국 승복을 입은 네 명의 스님이 걸어온다. 그 중 한 스님은 나를 알아봤다. 나 역시 기시감이 있지만 바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잠시 후 스님이 먼저 “오래 전 내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며 알아보고 이곳서 수행한지 3~4년이 되었음을 전했다.

안타깝게도 대승불교 승복을 입은 한국 스님들은 이곳 승가의 일원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지금 포살에 참여하는 스님은 국적이 다르더라도 같은 구족계와 같은 승복의 상좌부 스님들만 이다. 같은 스님이라고 해서 또는 구족계를 모두 수계했어도 함께 할 수가 없다. 재가자인 나처럼 뒤에서 참관만이 가능하다.

거의 포살이 끝나갈 즈음 한국 스님들이 아는 스님의 꾸띠에 가서 차 한잔을 권했다. 스님들과 한참을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가보니 석양이 보이는 멋진 곳에, 냉방 시설까지 갖춘 훌륭한 개인 수행처가 나타났는데 우리나라 스님이 건립한 것이라고 했다. 함께 한국불교식으로 절을 하고, 둘러앉아 사마타와 위빠사나 수행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나아가 미얀마 불교, 한국 불교 등의 많은 이야기를 비교적인 관점에서 자유롭게 나누었다.

스님들 이야기는 위빠사나는 결국 사마타가 바탕이 되어야하고 사마타가 배제된 위빠사나 주장은 문제가 있다는 결론으로 나아갔다. 듣던 중 반가운 이야기이다. 국내에서 나에 의해 제기되고 논쟁이 되었던 점을 여기서는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중 한 스님이 호주의 아잔 브람(Ajan Brahm) 스님을 화제로 꺼냈다. 아잔 브람 스님은 영국 출신 스님으로 태국 스승 아래 출가하여 사마타 위빠사나 수행을 세계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사실 마하시 선원에 있을 때 한국 스님이 영문으로 된 아잔 브람스님의 간략한 소책자를 주면서 읽고 설명을 부탁했던 적이 있다.

설명을 해주기 위해 소책자를 읽었는데 깜짝 놀랐다. 필자는 지난 1999년 10월 〈한국선학〉 창간호에 발표한 ‘초기불교에 있어 지(止)·관(觀)의 문제’ 논문에서 수행의 중심 개념인 사띠(sati)를 수동적 주의집중(passive attention)이라는 표현을 써서 이후 10여 년간 사띠 논쟁을 유발시킨 바 있다. 나아가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관(止觀)의 관계를 차제설로 강조했다.

그런데 아잔 브람 스님도 필자처럼 수동적 주시(passive observing, passively observing)라는 말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는 데에 놀랐다. 국내에서는 필자가 제시한 이 용어을 쓰는 것으로 지관 수행의 성격에 있어 ‘수동성’과 ‘능동성’의 논쟁은 오래 지속되었다.

극히 드물게 수동성 개념을 수용하는 학자(김성철 교수)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한국 연구자들은 중립의 입장이거나 아니면 오히려 ‘능동성’이라는 주장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적극적으로 나의 주장을 옹호하는 연구자는 없었다. 그런데 미얀마에 와서야 아잔 브람 스님의 주장에 마치 동조자를 찾은 듯 놀랍고 흥분이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 미얀마의 빠옥 총림까지 두루 거친 수행자들이 마지막 찾아가는 수행처는 아잔 브람 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호주라는 이야기이다.

다시 빠옥에서 오래 수행하는 스님의 표현으로 ‘능동성’과 ‘수동성’은 자동차 운전 시 ‘운전수’와 ‘승객’으로 비유하며 설명해 주었다. 즉 운전자는 능동적으로 애쓰는데 반하여, 승객은 수동적으로 다가오는 수많은 경치를 단지 바라볼 뿐이라는 것이다. 아주 적절한 비유라 생각했다. 후에 아잔 브람 스님의 저서를 구입해 본 후로 이러한 비유는 바로 아잔 브람 스님의 설명임을 알게 됐다.

한국 스님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가운데 가장 내 마음에 걸린 점은 포살과 관련한 승가개념 문제였다. 이곳 승가는 한국의 대승을 같은 승가의 일원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한국 스님들이 상좌부 승복을 입는 것은 수행을 위한 임시적이며 방편적인 차원이 아니고 한국 대승에 대한 영원한 포기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선원 입방 시 대승으로 남을 것인지에 대한 의사와 입장을 분명히 요구받는다. 같은 일불제자의 승가라고 하지만 빠옥에서는 엄청난 간격이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순간, 현장 스님이 여행기에서 언급한 7세기 경 인도의 ‘대소승 공주(共住)’사찰을 다시 보는듯한 감회에 빠져 들었다. 오늘 이곳 빠옥의 포살에서도 한국 등 대승권 회색 승복 승려들은 전적으로 배제되었다. 이야기 도중 한 스님은 이곳 상좌부 스님들이 한국불교를 ‘외도’로 인식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중요한 이유가 한국불교에 출가자들이 ‘포살’에 대한 의식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상좌부 승가는 포살을 행하지 않는 집단을 불교집단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지난 2012년 입적하신 조계종 前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여법한 포살 시행을 강조하셨던 기억이 났다.

계속해서 한 스님이 경험담을 풀어놓는다. 이곳에서 편의상 사미 수계를 받고 계속해서 비구계를 받으려고 한국에 들어가 환계를 하고 다시 미얀마로 돌아와 비구계 신청을 했다. 그랬더니 한번 상좌부 비구계 수계는 영원한 상좌부 스님을 의미하며 동시에 대승을 포기해야 한다고 하였다 한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대승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니 약 10일간의 심의 끝에 비구계 수계가 거부되었다고 한다. 결국 스님은 이곳에서 비구계가 아닌 다시 한국에 들어가 계를 받아 이곳에 왔다는 것이다.

나아가 한국 스님들은 대체적으로 이곳 스님들이 한국 스님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유 중의 하나는 출가자로서 율장에 나타난 위의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율장에 나타난 위의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원인 분석으로까지 입을 모았다. 이래저래 율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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