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평화롭게, 붓다처럼 살기
느리고 평화롭게, 붓다처럼 살기
  • 남혜경 전문코치
  • 승인 2019.06.24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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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고개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

예순 살의 고개를 넘으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60갑자 한 바퀴가 그냥 먹는 세월이 아니다.

일단 노년으로 진입하는 나이다. ‘요즘 예순은 아직 청춘이지’라고 해봤자 구차할 뿐. 사람에 따라 늙었다는 감정을 갖게 되는 시점이 다 다르다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그래봤자 어쨌든 젊지 않다. 50대 중반까지만 해도 지하철이 터널을 지나갈 때 창에 비치는 쇠락한 프로필을 보고 헉! 한다든지 술 마신 뒷날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정도라면, 60대가 되면 신체와 정신에서 전 방위로 노화가 본격 오고 있다는 느낌을 아니 사실을 알게 된다.

몸의 노화, 마음의 완화로
느림을 실천하기 좋은 60대
마음과 뇌의 변화 위한 실천을

여성은 특히 폐경 이후 몇 년이 지나면서 온 몸의 노화가 눈으로 확인된다. 노화는 해마다 정해진 비율로 조금씩 짙어지지 않는다. 남들은 다 알았겠지만 나에게는 느닷없는 재난처럼 확 다가온다. 거울을 보며 아직 괜찮다고 뻗댈 수 없는 순간이, 결국에는 오고 만다.

젊지 않은 나이가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처음에는 고유명사 이름부터 잊어버리는 기억력 감퇴가 가장 두드러진다. 임기응변이나 운전 능력 같은 순발력이 떨어지고, 지구력(꾹 참는 거 안 된다), 집중력(여러 번 읽어야 하는 문장이 많아진다) 이 약해진다. 마음은 앞서 가는데 몸은 예전 같지 않아 마음 따라 움직였다간 탈이 나고 만다.

거시기가 거시기하고 거시기 해서

친구와의 수다는 이런 식이 된다.

친구/ 최근에 VOD로 그 영화 봤는데 좋더라.

나/ 어떤 영화?

친구/ 아... 제목이 기억 안 나네.

나/ 누가 나온 건데?

친구/ 아 씨... 배우 이름도 생각 안 나. 걔 있잖아? 그 남자, 영상미가 끝내줬던 동성애 영화에 나왔던?

나/ 누구우우? 동성애 영화가 한두 편이냐?

친구/ 아이 참, 그 누구냐. 같이 나온 배우는 죽었잖아.

나/ 아아아~(역시 제목과 배우 이름 바로 튀어나오지 않음)

친구/ 그래 그 남자.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아깝더라. 그 영화에서 같이 나온 걔가 주연이었는데 블라블라블라…

일찍 죽어 아까운 그 남자는 히스 레저, 그 영화는 〈브로크백 마운틴〉, 같이 나온 걔는 제이크 질렌할. 친구가 재미있게 본 영화는 〈프리즈너스〉. 듣다 보니 나도 본 영화였다.

거시기가 거시기하고 거시기 했다는 개그 같은 대화지만 친구와 나는 다 알아듣고 배우의 캐릭터 분석과 연기력과 감독의 연출의도까지 수준 높은 영화 리뷰를 했다는 말씀이다.

세 명이 되면 이런 식으로 대화가 발전한다. 장소는 콩 다방.

1 여인/뭐 마실래? 내가 주문할게.

2 여인/나는 콜드 블루 따뜻한 것!

3 여인/저기요. 콜드 블루는 원래 차게 먹는 거라서 따뜻한 건 없거든요.

1 여인/(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며) 콜드 브루거든요. 차게 우려낸다는 뜻으로 콜드 브루(cold brew)랍니다.

3 여인/나는 캐러멜 프라치노!

2 여인/프라치노 아니고 프라푸치노.

1 여인/ 프라푸치노는 별다방에만 있는 메뉴거든요.

3 여인/ 뭐 그리 복잡해? 그냥 아메리카노!

그리고는 셋이서 서로 수정해주고 보완해주니 이런 게 집단지성이라며 함께 웃는다.

간혹 기억력이 출중해 이런 만담을 할 때면 바로 나서서 알려주고 지적하는 이가 있다. 한번은 프랑스 작가의 작품을 말하는데 작가 이름을 잘못 읽었다며 웃는 바람에 정작 하고 싶은 작품 이야기는 하지도 못하고 말았다. 작가 이름 제대로 못 읽은 게 뭐 어때?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게 아닌데. 이런 다그침과 뽐냄은 짜증난다. 좀 느리고 틀리면 어떤가 말이다. 뭘 말하려는지 이해하고 공감하면 된다.

택시를 타고 예술의 전당이 기억 안나 전설의 고향이라 말했더니 기사가 알아듣고 데려다줬다는 이야기가 농담만은 아닐 거 같다. 센스 있는 기사 양반 같으니라고.

남보다 빠른 속도로 알아내고 재빨리 거머쥐어야 했던 나이는 지났다. 남보다 빨리 알아채려고,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고 온 힘을 짜내야 하는 시기를 지났으니 한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예순이 되어 좋은 점을 생각해보자

1. 서두르지 않는다. 횡단보도에서 뛰어 건너가는 일은 이제 금지다. 잘못하면 넘어지고 그러다 크게 다치는 수가 있다. 분초를 다툴 일이 없는데도 녹색 점멸등이 깜박거릴 때는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사람들, 혼자 잠시 멈추고 다음을 기다리면 공연히 뻘줌하기도 하겠지만 하다보면 의외로 작은 뿌듯함이 있다. 난 품위를 지킬 나이니까,

2. 남 흉보는 일을 덜 한다. 친구가 멍청한 짓을 하거나 엉뚱한 소리를 해도 들어주고 이해해 준다. 나도 그러는데 뭘, 같이 멍청한 짓을 하며 늙어가자고요.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3. 욕심이 덜 생긴다. 많이 가져봐야 뭐해? 어차피 쓸 데도 많지 않은데. 얼마를 가졌든 감사하며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누고 아껴 쓰며 늙어갈 수 있게 되었다.

4. 느리게 살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다. 예전에는 갈 곳만 보느라 하늘도 나무도 구름도 그저 풍경이었는데, 이제는 아파트 정원에 핀 작은 풀꽃도 보이고 푸른 이파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도 보인다. 멈춰 서서 자세히 보면 더 예쁘다.

5. 후회 같은 건 개나 줘버려. 회환은 있지만 후회해봤자 뭣할 것인가. 지난 일을 되돌리려 애써봤자 쓸데없음을 알게 된다.

느리게 살기 좋은 나이, 60대

명상지도자이며 신경심리학자인 릭 핸슨은 서두르는 일상이 긴장 호르몬을 유발해 걱정과 짜증거리를 더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저서 〈붓다처럼 살기〉에서 그는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뇌가 달라진다며 ‘느림이 주는 느긋함과 행복감’을 강조한다.

“마음과 뇌는 연결되어 있다. 평소에 명상과 마음챙김으로 수련하면 신경가소성에 따라 뇌는 부정적인 감정을 억제하는 전전두엽의 피질이 활성화 된다.”

릭 핸슨은 긍정적인 경험을 내면화하기 위한 수련으로 경험의 순간을 재빨리 흘려보내지 말고 천천히 음미할 것을 권한다, 어떤 일에 주의를 오래 기울일수록 정서적 자극을 더욱 받게 되고 더 많은 뉴런이 작동하고 연결되어 기억의 흔적은 강화된다.

릭 핸슨과 같은 뇌과학자들이 권하는 느림을 실천하기 딱 좋은 나이가 60대이다.

머릿속은 재빠르게 돌지 않고 시간은 많으니 서두를 필요가 있겠는가. 바삐 걷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뿐인데 입원해야 하는 일도 생기고, 급하게 먹다 사례에 걸려서 사람 많은 식당에서 연신 잔기침을 해대는 낭패를 겪는 이들에게 유효한 처방이다.

남의 말을 끝까지 듣고 식사를 천천히 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느림의 일상은 통찰력과 주의력을 높여주고 내면의 평화를 증진시켜 준다.

쓸데없이 마음을 급하게 하고 시간을 좀먹는 주범 중의 하나로 늘 손에 들고 다니는 전화기를 뺄 수 없다. 모처럼 책이라도 읽을라치면 알림 소리가 연신 울려댄다. 당장 확인해야 할 과제가 없는데도 읽던 책은 덮어두고 폰을 집어 든다.

동창모임 대화방에서 날씨가 어떻다느니, 어제는 어디를 갔고 뭘 먹었느니 하며 시시콜콜한 일상이 톡으로 날아온다. 읽었으니 한두 마디 답을 해야 할 것 같아 영양가 없는 응답에 이모티콘을 쏜다. 뉴스도 읽고 음악도 듣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날아가고 할 일은 미뤄져서 괜히 마음이 바빠진다.

먹는 일은 또 어떤가. 기껏 상을 차려놓고도 텔레비전을 보면서 먹거나 손 전화기로 시시콜콜한 정보를 검색하느라 맛도 모르고 먹는 둥 마는 둥 허겁지겁 한 접시를 비워버린다. 맛집이라고 찾아가보면 식탁마다 함께 떠들어대면서 급하게 먹느라 본디 하고자 했던 음식에 집중하는 이는 많지 않다.

릭 핵슨의 제안에 따라 일상에서 느림의 수련을 해보려 한다. 우선 3가지를 정하겠다.

1. 남의 말을 끝까지 듣기

해보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상대의 말이 끝나기 전에 내 말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 내가 더 말을 잘 할 것 같고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 어려운 만큼 자꾸 할수록 마음이 안정되고 참기가 쉬워진다. 말을 들으면서 그 사람의 표정과 말투, 손놀림 등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좋다. 관찰력과 주의력이 크게 향상된다.

2. 여러 일을 동시에 하지 않는다.

바삐 살 때 요긴했던 멀티태스킹은 이제 그만. 한 가지 일에 집중한다. 밥을 먹을 때는 그 맛에 집중하고, 책을 읽을 때는 글의 묘미와 따라오는 상상의 세계에 뇌를 맡기자.

3. 스마트폰을 쥐고 다니지 않기!

SNS를 끊을 수 없다면 하루 2-3회 시간을 정해서 확인하면 된다. 즉시 확인 즉시 답변을 해야 할 급한 일은 사실 거의 없다.

한 달간 실천해보고 마음과 뇌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나눌 생각이다. 여러분도 느림의 실천 목록을 정해보시는 게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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