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송광수 前 검찰총장ㆍ배임호 숭실대 대학원 교수

‘교화복지론’ 특별강사로 초빙돼
배 교수 강의로 송 전 총장 인연

 

2007년,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두 사람이다. ‘사형수의 대부’인 나와는 반대편에서 살았던 그는 수많은 범죄자를 감옥으로 보냈던, 송광수 前 검찰총장이다. 그리고 그 인연에 다리가 된 사람, 숭실대 배임호 교수다. 그날의 인연으로 많은 학생들과도 인연을 맺었다. 10여 년째 스승의 날이면 그들을 만난다.

당시 배 교수는 기독교 대학인 숭실대 대학원에서 ‘교정복지론’ 강의를 하고 있었다. 배 교수는 매주 이색적인 강사들을 초빙했는데 나와 송 전 총장도 그 강의에 초빙됐다. 한 사람(나)은 사형수 살리기의 대부였고, 한 사람(송 전 총장)은 범죄 척결의 선봉에 섰던 사람이다. 강의는 숭실대 한경직 목사 기념관에서 있었다. 나는 커다란 십자가가 걸린 강단에 서서 강의를 했다.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그 인연은 사형수 A 씨로부터 시작됐다.

사형수 A 씨는 20대 때 한 순간의 실수로 살인을 했고, 사형수가 됐다. 하지만 모범적인 수감생활로 인해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18년 6개월을 복역한 후 출소할 수 있었다. 교정복지 사례를 연구하고 있었던 배 교수는 연구를 통해 A 씨를 알게 됐고, 이론에 치우친 교정복지 수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 씨를 강사로 초빙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사형수 교정에 많은 시간을 보낸 나와 많은 시간을 법집행을 위해 살아온 송 전 총장을 강사로 초빙했다. 전무후무한 강의였다. 대학강의의 새로운 모형이었다. 사형수로서 많은 시간을 감옥에서 보냈던 사람과 사형수 교화와 구제를 위해 온 생을 바친 사람 그리고 많은 범죄자들을 감옥으로 보냈던 전직 검찰총장이 같은 강의에 참여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교정문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큰 계기였다. 공교롭게도 세 사람의 종교가 모두 달라 그야말로 다양한 시각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나는 불교이고, 송 전 총장은 가톨릭이고, 배 교수는 기독교다.

학문적 배경과 살아온 과정이 각기 다른 세 사람이었지만 학생들에게 현장경험을 통한 지식을 전달하고 자신들의 삶을 나눔으로써 후학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같았다. 당시의 강의는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진 회복적 사법정의를 대학원 수준으로 강의를 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교정복지를 선진화시키고자하는 열망을 품고 있었다. 강의를 담당했던 배 교수는 우리나라 교정의 문제에 새로운 시각과 접근방법을 제시하고 싶어 했다. 서로 다른 위치의 세 사람은 ‘교정복지’라는 하나의 화두를 안고 한 마음으로 고민했다.

나는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강의했다. 1989년 사형을 당한 고금석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는 조직폭력배의 일원으로 있으면서 4명을 살해했다. 그는 수감되기 전 거칠고 용서 받을 수 없는 삶을 살았지만 수감 후 3년 동안은 부처님과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 영치금을 모두 불우한 재소자 가족에게 나눠주었고, 모기로 들끓는 감옥에서 일부러 웃옷을 벗었던 사람이다. 내가 교화했던 사람이었지만 나는 그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신분은 비록 사형수였지만 지금도 내게는 인생의 스승과도 같은 사람이다.

나는 고 씨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왜 교정교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다. 교정교화가 필요한 궁극적 이유는 범죄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단죄나 처벌보다는 교화중심의 교정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당시의 강의는 나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큰 것이었다. 단순히 몇몇 사람과 인연을 맺은 것보다도 내가 오랜 세월을 바쳐온 일에 또 다른 성과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많은 일들을 해왔지만 당시의 강의는 그에 못지않게 많은 성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신념을 돕는 일이었다. 문서포교와도 같은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교정교화의 현실과 중요성 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송 전 총장은 30년 넘게 수사현장에서 범죄자들을 검거하여 법집행을 위해 살아왔다. 그가 사형수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0년대 초 사형 집행을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2과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나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오래 전 다른 길에서 만난 인연이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 큰길에서 또 다시 만났다.

뜻깊은 인연이라는 의미는 바로 그런 의미에서 온 것이다. 그런 의미 있는 인연의 장을 마련해 준 배 교수와 또 다른 시각에서 교정복지에 대해 큰 길을 제시해주었던 송 전 총장은 교정교화에 온 생을 바친 나에게 소중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그날의 만남과 인연이 더욱 기억되는 것은 당시의 강의로 인해 많은 제자의 인연을 만들게 된 일이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마음 깊이 존경하고, 진심으로 닮고 싶은 배임호 교수님, 그리고 송광수 전 총장님, 삼중 스님과 함께 할 수 있어 대단히 기쁩니다. <중략> 교정복지론 강의를 통해 송광수 전 총장님과 삼중 스님의 특강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특강을 통해서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송광수 전 총장님의 강의를 들으며 새로운 시각에서 교정복지를 바라볼 수 있었고, 제 시야와 한정되었던 틀을 넓혀가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또 삼중 스님의 특강을 통해서는 인간관계에 있어 계산서를 잘 써야한다는 것, 내가 준 것은 잊고 남에게 받은 것을 기록하여 기억하라는 말씀에 감동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2009년 스승의 날 모임에서 한 수강생이 한 인사말이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커다란 바람과 구름과 비와 햇살을 만들 듯이 그 날의 인연 인연이 커다란 불사가 되어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남기고 또 남기고 싶은 인연이다.

2009년 5월 스승의 날 모임에서 만난 송광수 전 검찰총장(왼쪽), 삼중 스님(가운데), 배임호 교수(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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