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광주불교연합회 봉축 기획단장 시각 스님

2014년부터 변화 모색한 광주
5년간 지역불교 활력 불어넣어
봉축행사 참가자 4배로 증가해
사부대중 자부심도 한껏 높아

시각 스님 단장 소임 내려놓아
능력 있는 후배에게 역할 부여
공식적인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광주불교 발전에 끝없는 후원”

시각 스님은… 상명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태고종 종정예경실 예경위원과 광주전남교구종무원 지방종회의장,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현재 태고종 중앙종회 수석부의장과 만덕사 주지를 맡고 있다.

지난 55일 어린이날 광주천에는 어린 아이들의 손을 잡고 제법 많은 가족들이 산책을 나왔다. 광주천은 심한 악취와 주변 여건이 좋지 않아 광주시민들이 오래전부터 찾지 않게 된 장소 중 하나다. 하지만 이날은 특별히 예외였다.

바로 이날은 광주불교연합회(회장 동현)가 주최한 전통등전시회가 열린 첫 주말이기도 했다. 가족들은 아이들을 위한 뽀로로 친구들 전통등() 앞에서 손가락을 V자 손을 만들며 연신 스마트폰 카메라를 찍고 있었다. 광주천에는 60여개의 전통등이 전시돼 어두운 광주천을 밝혔다.

전날인 545.18민주광장에서는 유치원, 어린이, 청소년, 청년 등이 모여 찬불가에 맞추어 춤을 추며 땀을 흘렸다. 어린이·청소년법회가 거의 없는 광주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이날은 광주불교연합회가 주최한 봉축행사인 빛고을관등회가 열리기 전 마지막 율동을 가다듬는 시간이었다.

빛고을관등회는 광주지역 봉축행사로 지난 2014년 이후 괄목한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참여하는 불자들의 표정이다. 어린이·청소년이 춤을 추고, 60~70대의 노()보살들이 음악에 맞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모습은 이전에 상상도 하지 못한 광주불교의 모습이다. 그것도 불교가 가장 척박한 지역으로 인식되는 호남의 땅에서 5,000여 명의 사부대중이 단체율동을 하는 장면은 감동이었다.

그 중심에서 변화의 바람을 만들고 있는 인물이 광주불교연합회 빛고을관등회 봉축기획단장(이하 기획단장) 시각 스님(만덕사 주지)이다.

호남지역은 다른 종교에 비해 불교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인 지역입니다. 이런 지역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시대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2014년 당시 광주불교연합회장 연광 스님의 요청으로 첫 기획단장을 맡아 업무를 시작한 시각 스님의 초발심이다. ‘정말 이대로라면 광주에 불교의 씨가 사라진다는 당시 광주불교연합회 운영위원회 스님들의 우려 속에서 기획단 회의를 시작하게 됐다. “광주지역 사부대중이 마음을 모아 정성껏 행사를 준비하자는 시각 스님의 말과 함께 광주지역 최고의 불교활동가 10여 명이 함께 머리를 맞댔다.

올해 빛고을관등회 연희율동에 참가한 연희단. 율동을 선보이는 연희단의 미소가 환희롭다.

광주불교를 변화하는데 가장 먼저 준비한 게 봉축행사입니다. 봉축행사를 어떻게 여법(如法)하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광주불교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광주불교연합회 당시 회장이던 연광 스님과 운영위원 스님들의 헌신적인 동참과 후원이 뒷받침돼 출·재가자들이 함께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그렇게 5개월에 걸쳐 10회의 준비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예산도, 봉사자도 없었다. ‘맨땅에 머리를 박는 심정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늘 해오던 제등행진을 이어 받아 현대적으로 발전시켜 어린이·청소년·청년 등 젊은이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 스님의 취지에 광주불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지역 스님들도 행사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광주불교연합회 전통등기획단(단장 혜월)이 만들어져 광주천 전통등 전시회를 전담하고, 강좌와 사찰별 등() 만들기를 주도한 것이다. 이후 봉축행사는 광주천에서 진행하는 전통등전시회, 봉축법요식, 제등행진, 음악회, 불교단체의 체험부스 등으로 세분화됐다. 2년 후에는 각 사찰과 단체의 연희단이 추가되고, 율동이 첨가되면서 더욱 풍성한 모습을 선보였다.

광주불교의 변화는 봉축행사 참여 인원수에서 가장 먼저 감지됐다. 과거 1000여 명의 불과했던 봉축행사 참가자는 2~4배의 양적 증가를 이뤘다. 그리고 불자들과 봉사자들의 만족도로 이어졌다.

2017년부터 참가자들 500명을 대상으로 3년간 ()코리아정보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행사만족도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행사내용 만족도 78.1%, 행사진행 만족도 79.2%, 행사성과 84.2%, 행사환경 만족도 71.1% 등 총 4개 분야의 만족도가 확인됐다. 각 세부별로 최저 0점부터 최고 100점의 표기를 한 점수를 환산한 결과 종합만족도 78.2%를 얻었다.

조사업체 측은 참가자 만족도가 대체로 높은 수준이다. 행사장인 5.18민주광장은 광주에서 가장 많은 행사를 진행하는 곳이지만 행사환경 만족도가 대부분 낮게 나오는 장소라 이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상당히 높은 만족도라고 평가했다.

더욱 주목을 끄는 것은 2017년에 비해 2018년 관람만족도 평가도 각 부분별로 1.2%의 증가세가 꾸준히 이어졌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시각 스님은 “2017년부터 어울림마당을 시작하면서 신도들의 참여 공간이 더 많아졌다. 각 사찰과 단체별로 20~30명의 연희단을 구성하고, 전통복장과 춤을 연습해 봉축행사 참여하면서 신도들의 표정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빛고을관등회는 과거에 비해 참가자들이 4배 가까이 늘어나는 쾌거를 얻었다.

참가자가 주인공인 축제’ ‘모두가 행복한 초파일이란 주제에 맞춰 웃고, 즐기고, 노래하며, 춤추는 초파일 모습이 정착된 모습이다. 이후 기획단에서는 반원형 경기장 형식의 관람석을 설치, 관람석과 무대가 대중에게 더 가깝게 배려했다.

6년간의 노력은 고스란히 광주불교발전의 토대가 됐다. 광주불교연합회 운영위원 스님들의 노고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 5월에 개최한 빛고을관등회는 예전에 없던 변화가 보였다. 각 구청에서 자발적으로 봉축행사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며, 3개 구청에서 거리연등 설치와 봉축탑 점등식을 진행한 것이다. 예산 부족으로 진행하지 못했던 광주의 관문인 송정역과 광주공원에 정림사지석탑과 석가탑을 한지로 재현한 봉축탑을 추가로 설치했다. 5·18민주광장을 포함하면 3개의 탑과 거리연등이 빛고을 광주를 밝히는 쾌거였다. 더불어 전통등() 전시회를 진행한 광주천과 광주공원 일대는 새로운 문화명소로 거듭나며, 여러 신문과 방송매체를 통해 소개됐다.

시각 스님은 올해 봉축행사 회향의 말을 통해 운영위원회 스님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가장 크다. 그리고 연광 스님에 이어 회장소임을 맡으신 동현 스님과 지역 불교활동가, 자원봉사자의 지원이 큰 보탬이 돼 광주봉축행사가 변화하게 된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제 시각 스님은 6년간 맡아온 봉축기획단장 소임을 놓는다. 예전 광주불교사암연합회에 이어 2013년부터 새롭게 출발한 광주불교연합회의 맡은 소임 또한 내려놓을 예정이다. 30여 년 간 광주에서 살아온 스님은 수많은 직책과 역할을 통해 광주불교를 지켜온 지킴이다. 그런 스님에게 소감을 물었다.

시각 스님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광주에 젊은 불자들이 정말 많았다. 어린이법회, 청소년법회를 하는 사찰도 20여 곳에 이르고, 민주화를 성취하기 위한 의기로 뭉친 젊은 불자들 중심으로 불교가 활성화된 기억이 있다하지만 당시 스님들이 이를 더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더라면 지금은 한층 더 나은 광주불교가 됐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스님은 이어 이제 더 젊고 유능한 스님과 지역불자들이 지역불교에 책임감을 갖고 나서고 있어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늘 감사와 후원의 마음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6년간의 봉축행사 여정은 광주불교에 큰 발자취였다. 그리고 이것을 토대로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은 광주불교계의 공통된 바람이다. 이제 온전히 광주지역 사부대중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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