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든든한 한 끼 밥상
소박하지만 든든한 한 끼 밥상
  • 대안 스님/금당전통음식연구소 이사장
  • 승인 2019.06.1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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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망종(芒種)
상추물국수·작약꽃전·개발딱주장아찌

풋보리의 풋풋한 맛을 추억하는 마을 어른들이 보리알을 모아 손으로 비벼 솥에 볶거나 맷돌에 갈아서 죽을 먹던 시절을 이야기한다. 먹을 것이 귀한 시절 오죽하면 보릿고개를 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어렵다고 했을까.

사찰의 경제사정 역시 별반 다를 바 없던 시절이었다. 1970년대 춘곤기의 탁발 순례는 많은 스님들이 발품을 팔며 온 마을을 두 달 남짓 돌아야 했다. 그렇게 모은 곡식을 소달구지에 싣고 절 입구까지 옮긴 후에야 한숨을 놓았다고 하시는 노스님의 선방외호 시절을 즐겨듣던 그때가 그립다. 먹을 것이 넉넉지는 않았지만 신심과 수행이 하나 된 일상생활에 존경심이 우러난다.

음력 5월은 작약꽃이 흐드러지게 들판을 메우는 시기다. 많은 곳에서 작약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 산청은 정광뜰 약초재배단지 안에 작약꽃을 식재해서 산과 어울러진 강가에서 좋은 풍광을 보여준다. 연분홍 작약꽃으로 쟁반화전을 만들어 이웃과 나눈다. 또한 산뽕나뭇잎이 알맞게 자라서 좋은 나물거리가 되어준다. 잘 삶아 볕에 널어 말린후 두고두고 묵나물로 먹는 나물 중 하나다. 특히 당뇨에 좋은 뽕잎나물이기에 더욱 귀하게 만난다.

시골장터에서 뽕잎을 따서 파는 일이 최근에 보이는 풍경이다. 흔하다고 생각하고 잘 먹지 않던 음식이지만 산간지방에서 뽕잎은 푸성귀가 귀한 시절에 제법 대우 받던 나물이다. 특수작물처럼 농가의 소득원인 누에고치는 오직 뽕잎만 먹고 자란다. 번데기도 알고 보면 깨끗한 음식이다. 보기에 벌레모양이라 꺼려했지만 그 옛날 길거리 간식이 사실 번데기조림이었다. 종이로 접은 삼각봉투에 수저로 담아주던 번데기는 오십이 넘은 이들에게는 어릴 적 가끔 먹던 음식 중 하나였다.

망종의 음식은 채전밭에 채소가 무엇인지를 보고 알 수 있다. 밭이 넓기에 갖은 채소 씨앗을 소중히 받아두었다가 파종 때 잊지 않고 씨를 뿌린다. 밭에서도 잎채소가 가장 실한 시기다. 늦게 심은 로메인 상추와 꽃상추 덕분에 점심 한 끼는 국수를 즐겨먹게 된다.

국수고명에 상추를 맛보지 않으신 분들에게 권하기도 한다. 맑은 장국물을 끓인 뒤 상추를 넣어 익히고, 삶은 국수에 두어 국자 얹어 내어 깨만 조금 뿌려도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다.

오랜만에 함양장에 다녀왔다. 산에서 채취해보는 깊은 산나물이 마지막으로 나오는 때다. 특히 개발딱주가 한창이다. 단풍취라고 불리는 개발딱주는 보라색 줄기를 먹는다.

장아찌를 담그려고 다듬다 보니 모르고 줄기를 잘라 버리기 일쑤다. 누군가 옆에서 지켜보며 일일이 간섭하지 않으면 줄기를 다 잘라 버린다. 갑자기 일손을 얻어 10의 나물을 다듬어 보니 나가는 것이 너무 많다. 이럴 땐 효소를 담그는 수밖에 없다.

항아리 하나를 비워두고 봄의 냉이부터 가을 산초까지 야생초는 모두 효소거리다. 같은 양의 당을 넣어 버무린 후 항아리에 넣고 밀봉해둔다. 마침 수강생들이 오는 날이라서 맛을 보여주려고 나물을 무쳤다. 감탄사를 연발하는 이들이 느끼는 또 다른 맛의 향연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시절이 매년 되풀이 되니 얼마나 행복한가? 좋은 산채를 때맞추어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산그늘 가득 아카시아꽃이 피었다. 가시가 유독 강해서 찔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꽃을 한 줌 따서 꽃튀김을 하고 도량 여기저기 제멋대로 피고 지는 작약꽃을 따서 전을 부친다. 망종에 먹는 국수 한 그릇과 작약꽃전 한 접시, 지난해 담가놓은 개발딱주장아찌를 곁들여 산사의 밥상을 차린다.

모처럼 방문한 일요일의 방문객들이 기대하지 않은 밥상을 맞이하고 감사의 말을 전한다. “스님은 언제나 이렇게 좋은 음식 드시니 화색이 좋으신가보다라고.

상추물국수
상추물국수

상추물국수

재료 : 상추100g, 국수 100g, 마른표고 5, 다시마 30g, 가죽대 말린 것 10g, 집간장 2큰술, 깨소금1T

1. 마른표고와 다시마, 가죽대를 냄비에 넣고 물 5컵을 부은 후 7분간 끓인 다음 건져낸다.

2. 물을 끓이다가 국수를 삶아낸다.

3. 채수에 간장과 상추를 넣고 끓인다.

4. 그릇에 국수를 넣고 장국을 붓는다.

작약꽃전
작약꽃전

작약꽃전

재료 : 작약꽃 한 송이, 밀가루 1, 집간장 1T, 전분1t

1. 꽃잎을 낱낱이 떼어서 맑은 물에 담가 씻은 다음 채반에 올려 물기를 뺀다.

2. 밀가루와 간장, 전분을 넣고 풀국을 만든다.

3. 팬에 밀가루를 붓고 꽃을 얹어 지져낸다.

개발딱주장아찌
개발딱주장아찌

개발딱주장아찌

재료 : 개발딱주 1, 집간장 2, 조청 1, 5, 소금 1

1. 소금에 물을 붓고, 소금물을 만들어 개발딱주를 절인다.

2. 한나절 절인 산나물을 건져서 두 번 헹군 후 그늘에 말린다.

3. 집간장과 조청, 물을 섞어서 냄비에 넣고 끓여서 장물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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