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선학술대회] 김방룡 충남대 교수

위빠사나·지관·간화선 등과 달라
‘주인공’ 중심으로 새 영역 구축

'한국 선종사에 있어서 대행선의 위상과 의의'를 주제로 발표하는 김방룡 충남대 교수.

대행의 주인공관법은 위빠사나나 천태의 지관이나 대혜의 간화와도 다른 독특한 관법이다. 철저한 믿음을 바탕으로 놓고 또 지켜보면서 이뤄지는 이 관법은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심관이 성숙한 이후에는 무심관으로 들어가라고 제시하고 있다. 비록 조사선이나 간화선과 구체적인 방법론은 다르지만 결국 본래면목을 깨닫도록 하는 데 같은 길을 제시한다. 주인공관법은 대행이 철저한 두타행을 통해 깨달음 이후 자신만의 독자적인 선수행법으로 제시한다느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김방룡 충남대 교수는 615일 한마음선원 안양본원서 열린 제3회 대행선학술대회에서 대행 스님이 수행법으로 제시한 주인공관법이 선()을 정의하는 실천론의 핵심임을 이 같이 강조했다. 그는 한국 선종사에 있어서 대행선의 위상과 의의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김 교수는 본격적인 발제에 앞서 현 시점에서 대행선에 대한 단정적인 정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대행선이란 1차적으로 대행의 선을 의미하지만, 2차적으로는 대행의 선풍 가운데 타자의 관점에서 이해되고 받아들여지는 대행의 선또한 포함된다대행이 한 평생 선과 관련된 행적을 나툰 가운데, 시대와 장소 그리고 사람에 따라 대행선은 다양하게 이해되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 한국불교에서 대행선이 하나의 선풍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밑바탕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먼저 혜능의 남종선, 대혜의 간화선, 지눌의 보조선 등 다양한 이름의 선이 존재하지만, 이는 선의 보편성과 선풍의 독자성이 공존할 때 가능하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대행이 갖은 고행을 통해 체험하고 깨달은 경지와 제자를 양성하고 대중을 교화한 선풍, 앞으로 영향일 끼칠 대행의 선풍을 대행선이라고 말한다이는 대행이 수많은 조사와 선지식들이 깨달은 선의 세계를 체험하고, 제자들을 제접하는 데 자신의 독특한 방법론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대행 스님이 구도과정에서 특별한 스승이 없었고, 일반적인 출가자들처럼 사찰이나 암자에 기거하며 수행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아울러 대행 스님이 자신의 의문을 스승이나 학문에서 찾지 않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인 점이 대행선을 형성하는 주 요인임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대행에게 있어서는 모든 인간과 축생 심지어 산천초목까지 삼라만상 모두 스승이었다. 그러나 대행은 그러한 스승들에게 연연해하지 않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마음주인공을 대행선의 기초로 정의하고, 이것이 곧 선사상을 이루는 진리관·수증론으로 대변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행은 우리의 본래면목을 한마음 또는 주인공, 때론 한마음 주인공이라 명명한다. 언뜻 한마음은 모든 생명의 근원을 통칭하는 용어로, 주인공은 개체적인 나의 본래면목을 칭하는 용어로 보인다면서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우주 만물의 근본원리를 한마음과 주인공이란 이름으로 제시한 것으로 정리했다.

김 교수는 또한 대행 스님의 주인공관법이 선사상의 수증론으로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음을 조명했다. 그에 따르면 주인공관법은 <법화경>에 나오는 화성(化城)의 비유처럼 수행자에게 주인공이라는 임시의 성을 만들고, 그것이 참나임을 믿게 해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제시한다. 믿음’ ‘놓음’ ‘지켜봄을 특징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낸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다만 김 교수는 대행선이 한국불교의 전통을 계승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새로운 접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대행이 한암의 선사상을 계승했다고 볼 수 있는지 주인공관법이 정혜쌍수와 간화참구라고 할 수 있는지 대행선을 통해 깨닫는 사람이 많이 나오는지 등을 선결과제로 제시하면서 관련 연구가 이어지길 기대했다.

오경후 동국대 역사문화연구소 전문연구원의 발제.

대행선 핵심사상, 한국불교사 한 획
[대행선학술대회] 오경후 동국대 역사문화연구소 전문연구원

고된 현실서 집중한 내면의 소리
겉보기 달라도 전통 선불교 계승

대행선이 지닌 가치는 대행의 독자적 수행과 사상이 오랜 불교사상·수행전통과 맞닿아 있는 점이다. 한마음과 주인공, 오공의식은 불교의 전통성과 맞닿고 그 사상의 핵심은 불성·여래장이며, 진여법신 차원에서 설명 가능하다.”

오경후 동국대 역사문화연구소 전문연구원은 한국선종사에서 대행선의 가치를 주제로 현대불교에서 대행선이 사회에 전하는 가치를 조명했다. 그는 대행선이 전통불교와 선의 사상, 수행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교사상과 수행의 정통·전통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봤다. 아울러 대행선사가 보여준 대중교화는 생활불교의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행선이 현대 한국불교의 한 획을 그은 사상임을 강조했다.

오 연구원은 우선 대행선이 전통의 선을 계승하거나 선종계의 부류에 속하지 않지만 핵심사상은 다르지 않음에 주목했다. 그는 대행은 전통불교의 선교학을 중심으로 한 사상이나 수행체계를 확립하지는 않았다고 했지만, 대행선은 선가의 본래성불을 연원으로 한다. 즉 분별이 없고 조작이 없으며, 깨침과 보살행의 실천이 상응하고 있다대행의 사상과 수행원리를 직접적으로 반영함과 동시에 신앙심의 근본기초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오 연구원은 이어 “‘본성을 본다’ ‘자성이 드러난다등의 선구(禪句)는 대행의 수선(修禪)상에서 체험된 어언(語言)이지 중국 선종계나 한국 간화선의 일맥으로서의 선지라고 볼 수 없다고 밝힌 <한마음요전>을 제시한 뒤 본래성인 주인공은 불성이며, 무아이며, 본래자기이며, 진실한 자기다. 본래자신인 주인공은 주체와 객체, 자와 타를 전제로 한 주중의 주이다. 그러므로 대행이 깨친 주인공은 중국 선가의 주인공의 의미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밝혔다.

오 연구원은 대행선사가 출가 후 사교입선 하거나 선지식에게 화두를 받아 참선에 몰두해 깨침을 체득하는 일반적인 구도과정이 아닌 내면의 소리에 집중한 생애에 주목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성립된 한마음과 주인공·오공의식을 대행사상의 특징이자 독자성으로 규정했다.

오 연구원은 대행의 수행과 사상은 자연과 생명의 실상을 기초로 내면의 소리를 통해 자기본래성을 회복하면서 이뤄졌다. 즉 고된 현실과 내면의 본래성이 불이(佛二)함을 깨닫게 된다대행의 한마음이나 주인공 사상이 본래성불이나 불성을 연원으로 하는 점, 한암과의 거량, 선가의 무심관과 동일한 측면은 전통 선불교를 계승하고 있는 것으로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이어 대행선의 전통성과 독자성은 오공의식을 실천하는 가치성으로 귀결된다. 한마음에 기초한 생활불교 실천은 신비주의나 점복과 같은 비불교적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한국불교를 오랫동안 지배하던 비불교적 모습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불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자신을 객체적 피동적 존재가 아닌 주체적인 주인공으로 전환시키고, 경전을 뜻으로 풀어 쓴 것은 시대상황에 맞는 불교를 선도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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