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미군 전사자 천도재 여는 광언 스님

미군부대 인근 송탄 송덕사
6월 15일 천도법회 봉행해
불자와 33인등 달기 운동도

광언 스님

한국전쟁 당시 전사자가 많았다는 얘기만 들었지, 구체적으로 국가별로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는지는 몰랐습니다. 하지만 미군부대 인근 사찰 주지를 맡으면서 미군 전사자가 많다는 걸 알게 돼 그들을 위한 천도재를 마련했습니다.”

경기도 평택 송탄지역에 위치한 천태종 송덕사가 한국전쟁에 참여해 전사한 영가들의 넋을 위로하는 천도법회를 615일 경내에서 봉행했다. 송덕사는 12일부터 16일까지 수륙영산대재 및 생전예수재를 봉행하면서 15일에 별도로 미군 전사자들을 위한 천도재를 올렸다. 송덕사 그리고 천태종 차원에서 이 같은 행사는 처음이다.

송덕사 주지 광언 스님은 우연한 인연을 통해 천도재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2017년 송덕사 주지로 부임한 이후 지인과 함께 인근 미군부대를 방문하면서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사찰신도회 간부가 미군부대관련 일을 하고 있어서 한번 그곳을 가봤습니다. 이런저런 안내를 받다가 한국전쟁 당시 돌아가신 미군 전사자가 35686명이라는 걸 알게 됐죠. 남의 나라에서 너무나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천도법회는 충효정신 고취 및 한국전쟁 전사자 중 미군을 위한이라는 주제로 봉행됐다. 삼귀의와 국민의례, 묵념 등을 통해 미군 전사자를 기리고, 종의회의장 도원 스님이 법사로 나서 영가들을 추모했다.

미군부대 규정상 군인은 외부 종교행사에 참석할 수 없어 행사에는 미군이 없었지만 송덕사 불자들은 함께 마음을 모았다. 특히 송덕사는 이번 천도법회 일환으로 미군 전사자들을 위한 ‘33인등 달아주기를 실시했다. 여기에는 많은 송덕사 불자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에 미군 가족들을 천태종 총본산인 구인사로 초청한 일이 있습니다. 그때 그들과 천태종이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 인연공덕으로 어느 생에서든 다시 만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래서 불자님들과 의논해 미군 전사자들을 위한 등을 달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광언 스님은 이번 천도법회를 계기로, 미군 전사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호국영령을 기리는 행사가 종단차원서 마련되길 기원했다.

사람이 존중받고, 생명이 존중받는 곳. 지나간 생명도 지금의 생명에게 존중받을 수 있는 곳이야말로 불국정토 아니겠습니까?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신 영가들을 위로하는 일은 불교가 사회적으로 해야 할 의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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