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만들어진 ‘인터넷’
소통 패러다임 혁신 가져와
편안함·분열 원인 함께 제공

커뮤니케이션, 사회 유지 요건
개인별 소통 능력 배양 필요

원효 스님 저서 '십문화쟁론'서
커뮤니케이션 통한 소통 강조
현대 사회도 이를 귀감 삼아야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0년 전인 1989년 스위스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에 근무하던 물리학자 팀 버너스 리는 멀리 떨어져 있는 연구자들끼리 여러 정보를 효과적으로 공유할 목적으로 인터넷(월드와이드웹)’을 세상에 출현시켰다.

이제 인터넷은 사물인터넷, 스마트폰, 인공지능 기술 등으로 발전하여 인간세계를 촘촘히 연결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보수용 방식과 커뮤니케이션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꿔놓았다. 발전한 정보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가 우리 삶 구석구석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간 공동체에 균열과 분산의 양상이 초래되는 원인 제공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스럽다.

신문과 텔레비전이 정보의 흐름을 대중적 방식으로 주도했었다면, 인터넷은 이를 개인적이고 파편화된 방식으로 변화시켰다. 대중미디어 시대에는 TV리모콘 조작만으로 주위 사람들의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었던 반면, 인터넷 기반의 개인미디어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스스로 정보를 찾아다닐 것을 요구한다.

이 같은 변화된 정보수용 방식으로 인해 세대·성별·직업 등 계층 간의 정보 격차가 커지는가 하면, 사회공동체가 공유하는 거대담론이 해체되고 있다. 또 사건의 맥락이 상실되면서 집단 간의 사회적 갈등이 양산되고 있다. 다가올 초연결 인공지능 시대를 앞둔 지금 인간 공동체의 지속적 발전과 상생 체계를 견인할 방안 모색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집단의 구조와 속성을 토대로 인간의 태도변화를 연구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테오도어 뉴콤(Newcomb)은 커뮤니케이션이 사회 체계 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분산적 정보수용 시대에 인간 공동체의 균형과 상생을 보존할 하나의 방안이 개개인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는 일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학술적으로 인간의 능력이 인지적 요소인 지식과 행동적 요소인 실행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한다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주어진 상황에서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행동 지식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개인들은 커뮤니케이션 상황 대처 능력을 배양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요소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먼저 상대방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정신이다. 이는 타인의 의도 평가 및 상황 추정과 조망을 가능하게 한다.

다음으로 적절한 선택을 통해 자신을 상황에 빨리 적응시키는 능력인 행동적 융통성이다. 행동적 융통성은 상대방 눈높이에 맞춰 얘기하고, 상대가 수용하기에 적절한 수준의 메시지를 시의적절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상대방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대화를 통해 화합과 통합을 도모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학자들은 이 같은 인간의 포괄적 능력으로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사회 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요소로서 강조해왔다.

<십문화쟁론>에서 원효 스님은 서로 껴안고 받아들여 화합하면, 타자 간에 화해가 일어나고 소통을 통한 만남, 소통을 통한 통합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통합과 상생을 이룰 수 있는가를 설했던 것이다. 원효 스님은 정보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 기술의 발전으로 나타난 파편화된 정보 수용 방식이 초래하는 인간 공동체의 균열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 배양의 중요성을 이미 1000년 전에 설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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