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종교 인정해야
타인의 종교 인정해야
  • 현불뉴스
  • 승인 2019.06.0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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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믿음 편 20

“어머니의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나문희의 부처님께 감사드립니다.”

지난해 청룡영화상을 받은 배우 나문희 씨의 수상소감이다. 이 짧은 한 마디는 사람들에게 웃음뿐만 아니라 깊은 울림을 주었다. 여기에는 어머니의 신앙을 존중하는 만큼 자신의 신앙도 존중받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는 너무도 당연한 일인데, 현실에서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예수천당 불신지옥’으로 대표되는 종교적 독선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붓다는 자신의 가르침을 뗏목에 비유하곤 했다. 뗏목은 강을 건너는 유용한 수단이지만, 강을 건너고 나면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법은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방편이지 결코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을 건너는 수단은 여럿이기 때문에 자신의 신앙을 통해서만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독선이자 집착일 뿐이다. 이는 마치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교통편이 오직 버스뿐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비행기와 기차, 자동차 등이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일이다.

신앙은 구원, 깨달음으로 안내하는 수단이다. 구원에 이르는 방편은 여럿이기 때문에 어느 신앙을 택할 것인가는 오직 개인의 취향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이는 종교적 신앙의 기본이다. 자신의 신앙만 옳다는 것은 다른 이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마치 뱃멀미가 심한 사람에게 배를 타야만 부산에서 제주도로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것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처럼 수단이 여럿인데도 자신의 신앙에만 집착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바로 하나만 알고 다른 것을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만 알게 되면 마음속에 다른 것을 담을 여지(餘地)가 없게 된다. 종교적 독선과 편견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신앙만 아는 것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종교를 올바로 아는 일도 아니다. 일식(一識)이 무식(無識)보다 무섭다고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불교 내에도 피안(彼岸)에 이르는 다양한 길이 존재한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지혜가 내 안에 있음을 믿고 정진하는 자력의 길이 있다. 이와는 달리 절대 타자의 위신력에 의지하는 타력의 길도 있다. 근본불교가 스스로에게 의지하는 지혜의 길을 택했다면, 대승불교는 아미타신앙과 관음신앙을 비롯하여 지장신앙, 약사신앙 등 다양한 믿음의 길을 보여주었다. 구원을 향한 대중들의 요구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대승불교는 이를 방편적으로 수용했던 것이다.

이러한 불교 내의 다양한 신앙을 옳고 그름의 시각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 이 역시 내가 걷는 길만 옳다는 독선이기 때문이다. 내가 왜 이 신앙을 선택해서 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내 삶에 어떤 의미인지 성찰하는 것이라면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다른 이의 욕구가 아니라 내 생각(生覺)에 바탕을 두고 걷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런 신앙은 잠자고 있던 나의 삶(生)을 깨우는(覺) 거룩한 행위다.

〈중용〉에는 공부하는 태도로 학문사변행(學問思辨行)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널리 배우고(博學) 세밀하게 질문하며(審問), 신중하게 생각하고(愼思) 분명하게 판단한(明辨) 후에 돈독하게 실천하라(篤行)는 뜻이다. 박학은 단순히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이 아니라 나와 다른 가르침을 배움으로써 독선과 맹신에서 벗어나는 지혜의 길이다. 신앙도 널리 배우는 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성찰한 다음 현실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그래야 종교적 신앙이 자신의 삶에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붓다는 열린 태도의 신앙을 지향한 인물이다. 신앙은 곧 선택이며, 내 선택이 소중한 만큼 상대의 선택도 존중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는 종교의 기본이다. 기본을 상실한 신앙은 결코 대중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현대사회에서 존중과 예의가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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