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쉼터를 가다’④ 경주 황룡원 중도타워

밝은마음 화두명상 캠프 참가자들이 황룡원 회랑을 따라 걷기명상을 하고 있다.

‘쉬는 법을 알아야 나를 지킬 수 있다’라는 말로 유명해진 마릴린 폴은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 ‘워라밸’이 회자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일하지 않는 시간,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 일하는 시간보다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에 현대인들은 열광하고 있다.

화두참선 기반 현대적 명상법
이론과 실습 병행, 대중에 소개
생활속 화두 들기 수행 강조
중도타워 명상실·중앙회랑
걷기명상 등 최적화 구성 눈길

그도 그럴 것이 현대인들은 취업, 학업, 직장생활 등 다양한 경쟁에 시달리며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이들의 마음은 고달프다. 분노와 우울, 스트레스 등 정신 건강도 위협받고 있다. 삶 속 고민 해소와 마음 치유를 위한 대안으로 명상이 각광받는 것은 이런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하지 않는 동안 혹은 일하는 중에서도 조금씩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경주 황룡원 중도타워를 향했다. 지친 현대인들이 생활 속에서 마음챙김을 통해 평안을 얻게 하는 자리가 열렸기 때문이다. 바로 한국불교 전통 수행법인 간화선에 기반한 ‘밝은마음 명상 캠프’가 그것이다. 특히 이번 캠프는 중도사상 함양을 주제로 경주 황룡원의 중도타워에서 열려 이목을 끌었다.

간화선 현대화, 화두명상으로 전개
캠프 기본 연수에는 서울 조계사 선림원 원생들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재가수행자 20여 명이 참여했다. 교육의 주제인 ‘밝은마음 명상’은 본래 밝은 마음, 마음을 밝히는 명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밝은마음 명상은 불교 전통 수행방법인 화두참선에 기반한 명상법으로 간화선의 현대화와 보급을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밝은마음 명상 코스는 2박 3일간 명상의 과학적 효과와 화두명상 하는 법을 직접적으로 익히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또한 황룡원 내 걷기명상 등을 통한 생활 실습도 이어졌다.

이날 강의와 실습은 간화선 대중화에 나서고 있는 박희승 성철선사상연구원 교수(불교인재원 이사)가 맡았다. 이 강의는 ‘생활에서 화두명상법’을 주제로 일상생활에서의 화두명상과 마음을 다스리는 화두, 성성적적삼매 원리, 화두공부 점검 등으로 이어졌다.

박희승 교수는 “화두 명상은 다른 위빠사나나 호흡을 관하는 관법이나 또는 자비명상 하는 방법 하고는 약간 다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우리 전통의 화두 참선법을 일반인들이 쉽게 하실 수 있도록 하는 게 화두명상의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박희승 교수는 가장 먼저 불교의 핵심사상인 중도에 대해 설명했다.

캠프 참가자들이 화두참선에 들고 있다. 참선 수행 후 다양한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화두 명상으로 일상 번뇌 ‘타파’

“부처란 깨달은 사람입니다. 무엇을 깨달으셨을까요. 바로 중도입니다. 중도는 나와 우주만물의 존재 원리입니다. 그렇다면 부처님이 깨달으신 중도는 무엇인가요? 극단을 여의라는 것입니다.”

율장에 실린 부처님 말씀을 근간으로 중도에 대한 소개가 나오자 이를 받아적는 참가자들부터 귀를 열심히 기울이는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중도에 대한 설명과 함께 호흡 체험 또한 중도를 체험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 곁들여 졌다.

“나와 우주만물은 본래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닙니다. 서로 서로를 의지해 존재하죠. 우리의 호흡도 마찬가지입니다. 들숨이 있어 날숨이 있고 날숨이 있어 들숨이 있습니다.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모든 것이 중도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박 교수는 “내가 독립되어 존재한다는 것에 집착하면 대립과 갈등, 짜증 등이 나오고 나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조화와 상생 공존, 지혜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박희승 교수가 참가자들에게 화두명상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명상 효과에만 빠지지 말고 화두 성성해야
박희승 교수는 또 명상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박 교수는 “우리가 규칙적으로 화두에 몰입하면 잡생각이 줄고 마음이 밝아진다, 그리고 지혜가 나온다. 수많은 기업의 CEO들이 올바른 판단을 위해 명상을 한다”며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하루 5~7만가지 생각을 하는데 밝고 지혜로운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라고 질문했다.

이론 강의에 초심자들로 이뤄진 참가자들은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론 수업을 진행한 중도타워 금강홀은 곧 열기로 가득찼다.

1시간 정도 진행된 이론 강의에 이어 참가자들은 밝은마음 명상을 본격적으로 체험했다. 중도타워 안은 이내 고요해졌다. 박희승 교수는 명상에 앞서 참가자들에게 화두를 소개했다.

박 교수는 “화두명상은 눈을 뜨고 한다. 감으면 고요한 적적함에 빠져드는데 이는 화두삼매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화두는 일상생활에서 삼매 체험만큼 마음이 밝아지고 지혜롭고 평화로워진다. 꽉 막히고 복잡한 문제도 화두를 통해 일상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명상의 단계인 적적에만 빠져 있지 말고 화두를 끊이지 않고 성성하게 이어가야한다”고 말했다.

명상 중에는 잡념이 사라져 고요해지는 적적의 단계가 지속되지만 이를 참선과 명상이 잘 되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화두가 일상생활과 분리되지 않고 행주좌와가 계속 이어져야 하기에 적적의 수준에만 머무른다면 명상의 단점이 부각된다는 것이었다.

이어 참가자들에게는 ‘이 몸덩어리 끌고 다니는 이것은 무엇인가?’라는 화두가 주어졌다. 참가자들은 원을 그리고 둘러앉은 채 명상에 들었다.

서울에서 온 수행도반인 김애경 씨와 서영숙 씨는 “평소에 사찰에서 화두참선을 하는데 기본적인 원리에 대한 설명에 아쉬움이 있었다. 명쾌한 설명과 함께 화두를 들게 되니 조금은 도움이 되는 듯 하다”고 말했다.

회랑서 걷기명상을 하고 있다.

 

행선 기반한 걷기명상 등 진행
화두 참구 후에는 대중들은 중도타워를 둘러싸고 행선을 시작했다. 박희승 교수의 지도하에 ‘이 몸덩어리 끌고 다니는 이 것이 무엇인가’를 화두로 걸을 때마다 집중했다.

박 교수는 “걸음에 집중하는 위빠사나와 달리 화두명상에서는 다양한 상황에서도 화두가 생생히 떠오르기 위한 연습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걷기 화두명상하는 법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더해졌다. 보통 일상에서 걷는 걸음으로 걷되 시선은 땅바닥에 자기 키높이 만큼 앞에 두며, 몸은 걷되 마음은 오직 화두에만 집중하는 것이었다.

만약 화두에 집중하려 해도 자꾸 잡념이 떠오르면 그 것을 없애려 하지 말고 잡념을 알아차리는 순간, 화두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동중(動中) 공부랄까. 오히려 일상에서 몸을 많이 움직이는 사람이 걷기 화두명상에 유리함을 알 수 있었다.

회랑을 따라 대중들은 걸었다. 이날 캠프가 진행되는 동안 비바람이 거세졌다. 바람을 맞으며 이들은 걸으면서도 화두를 들기 위해 노력했다. 오히려 비바람이 치는 와중에도 화두를 드는 연습을 통해 생활 속에서 꾸준히 화두를 드는 것을 익힐 수 있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노승부 씨는 박 교수에게 질문했다. 노 씨는 “화두는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묻자 박 교수는 “화두는 논리를 끊어 준다”며 “마음의 상태가 분별심으로 갈 때 이러한 복잡한 상태에서 빠져나와 지혜를 얻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66세인 김 씨는 국내 다양한 명상프로그램을 체험하기 위해 다니고 있었다.

김 씨는 “화두 수행은 내안에 끊어내는 힘이 생기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어떤 역경이 와도 흔들림이 없다. 화두를 들면 마음 쓰임이 순연해지고, 분별심이 많이 없어지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숙소에서 화두 참구를 하는 참가자의 모습.

중도 마음 수행에 최적지 ‘중도타워’
이날 밝은마음 화두명상 캠프가 진행된 황룡원 중도타워는 명상 수행의 최적지였다. 다양한 명상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과 각종 행사들이 황룡원 중도타워에서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평소 황룡원에서는 생활명상 프로그램 ‘참나를 찾아서’와 대한불교진흥원과 ‘Mindfulness Society’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생활명상 프로그램은 1박 2일 코스와 2박 3일 코스로 이뤄져 있다. 간화선 수행방법과 실습을 통한 명상 체험과 자율정진, 자아회복 수행, 상담과 소감 나누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 절 수행 108배를 통한 심신건강회복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Mindfulness Society’ 연수는 매월 한 차례씩 국내외의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지금까지 자애통찰 명상을 비롯해 이번 밝은마음 화두명상까지 다양한 명상을 향후 소개해 나갈 예정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 황룡원 중도타워는 더할 나위 없었다. 신라 황룡사 9층탑을 본떠 세운 황룡원 중도타워는 한국의 유마거사라 불리던 대원 장경호 거사의 대중불교 원력을 이어 다섯째 아들인 장상건 동국산업 회장이 건립했다. 황룡사 9층탑은 신라 선덕여왕이 호국불교와 통일을 발원하며 세운 탑이다. 장상건 회장은 불교 중도 사상으로 남북 평화통일과 인류 화합을 위해 명상과 인문학 그리고 다양한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진흥하기 위해 사재를 털어 이 중도타워를 세웠다.

현재 중도불이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중도타워는 1층 전시실과 2층 숙실, M층 명상실과 3층 금강홀, 4층과 5층은 세미나와 포럼을 여는 다목적 홀과, 귀빈실 6층과 VIP실인 황룡홀, 전통찻집인 8층과 9층 법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 공법과 전통양식이 어루러진 건축으로 경주 보문관광단지의 랜드마크가 되어 가고 있다. 황룡원 연수동에서 중도타워까지 이어진 회랑은 걷기명상에 탁월했다. 쭉 뻗은 길 한쪽으론 경주 안압지를 모티브로 한 연못이 조성돼 있다. 아담한 정자와 작은 분수가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와 함께 중도타워 둘레의 정원에는 조용하게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범종루에도 벤치를 두고 차를 마시며 혼자만의 시간, 혹은 수행담을 나누기에 좋아보였다.

9층 법당에 올라서니 경주의 모든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경주 세계문화엑스포공원, 보문호수, 호텔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신라시대 황룡사 9층탑에서 당시 국제도시였던 서라벌의 전경을 볼 수 있었다면 중도타워에서는 옛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경주의 현대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역시 황룡사를 모티브로 유리 음각으로 세워진 경주타워가 마치 쌍둥이 탑처럼 느껴졌다.

신라 황룡사의 웅장함과 신비로움을 되살린 황룡원 중도타워에 석양이 비치며 수행자들의 앞을 함께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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