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방담 그룹코칭

부처님오신날의 가피가 온 누리에 가득한 5월의 산사에서 몇몇 불자들이 정담을 나누었다.

학생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절에 다니기 시작해 지금은 불자모임을 이끌고 있는 신행생활 40년의 ㄱ씨.

아침마다 어머니 독경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늘 부처님이 곁에 있다고 생각하며 저절로 불자가 된 40대의 ㄴ씨.

마흔에 남편을 사별하고 부처님을 의지하며 3남1녀를 키운 어머니의 지극한 전법으로 지난해부터 절에 다니기 시작한 ㄷ씨.

불교는 종교 이전에 철학이라며 불교 사상에 심취해 늘 질문을 달고 다니는 ㄹ씨.

한국사찰의 아름다움에 빠져 명산대찰을 찾아다니며 기도하고 스님의 법문을 듣는 ㅁ씨.

이들은 신심의 깊이와 수행의 방법은 달랐으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진리라고 여기며 그 길을 따라 살고 싶다는 귀의의 마음은 같았다.

코칭대화, 불심 일으킨 동력
사성제·108배·명상 등 탐구
수행의 서원 도반끼리 다져

붓다의 가르침은 가깝고도 멀다면서 지혜와 자비의 삶을 사는 방편을 나눈 이 날의 대화는, 신록 아래 꽃비가 어우러진 산중방담(山中放談)이었다. 같은 질문에 각기 다른 대답이 이어지며 또 다른 질문으로 성찰을 일으킨 그룹코칭이었으며, 자신만의 화두를 풀어갔다는 점에서는 셀프코칭이기도 했다.

‘불교가 종교인가? 철학인가?’라고 물으면 ‘종교는 무엇이고 철학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 답하는, 코칭 해법의 대화는 각자의 불심을 일으키며 자신의 작은 진리를 찾아내었다.

이 질문을 따라가며 독자들도 셀프코칭을 해보시길 권한다.

불교는 종교인가 철학인가

“종교는 무엇이며 철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철학이 이 세상의 이치와 인간에 대한 탐구라고 한다면 종교는 우주만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아닐까.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신념과 믿음의 길이므로 불교는 철학을 내포한 종교라고 할 수 있다.”

“철학은 여러 사상과 가치를 논하지만, 종교는 자신이 믿는 가치와 사상을 대해 말한다. 붓다의 설법을 따라 깨우침의 길을 가는 불교는 분명한 종교이다.”

“간결하게 답하고 싶다. 인간의 구원에 궁극의 목적을 둔다면 그건 종교다.”

불교의 핵심 교리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

“초심자일 때는 사성제(四聖諦)의 개념부터 어려웠다. 생로병사가 고통일 뿐이라니, 지나친 비관론으로 여겨졌다. 법문을 듣고 경전을 공부하면서 고의 원인이 무명과 갈애라는 것을 이해하고 나니 집, 멸, 도의 의미도 마음에 다가왔다.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더라도 붓다의 가르침을 깨닫고 수행한다는 데 불교라는 종교의 매력이 있다.”

“모든 것은 다른 것에 의지해 존재한다는 연기(緣起)가 근본 사상이라 본다. 나의 인생도 연기에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어떤 경우에도 동요가 덜 생긴다. 잘났다고 뻐길 것도, 못났다고 주눅들 것도 없다, 우리는 모두 조금씩 빚을 서로 지고 있으니 말이다.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으니 다른 이의 평안도 함께 생각하게 된다. 행동 하나하나에 그런 생각이 앞서면 허투로 하는 일이 없다.”

“그것이 곧 무아(無我)와 통하지 않을까. 홀로 존재하는 자성이 없다는 무아는 완벽히 이해하기 어려운 심오한 사상이다, 무아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에 대한 이해가 더 풍부해짐을 느낀다. 불변하는 실체는 없고 모든 것이 강물처럼 흐르는 것 아니겠나.”

“무아는 곧 공(空)으로 통한다.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비어있는 상태가 곧 공이라니, 불교는 참으로 역설의 철학이다. 텅 빈 것이 충만하다니 말이다. 연결해 보면 공즉시색과 색즉시공의 경지도 어렴풋이나마 이해가 가능하다.”

“물질과 마음의 작용인 오온(五蘊)이 실제는 미망(迷妄)이라는 관점이 참 신선했다. 내가 느끼는 이 모든 감정과 생각이 다 조건에 따라 한때 생겨나는 환영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다툴 일도 분노할 일도 없어진다. 미망에서 깨어나는 일을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그것 하나만 붙잡아도 불교 공부는 다하는 것 같다.”

불자의 삶은 어떤 것인가

“불교는 절대자를 통해 구원받는 종교가 아니라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는, 대단히 지적이고 합리적인 종교이다. 맹목적이고 베타적인 신앙이 아니어서 불교를 선택했다. 평생 진리를 깨우치기 위해 정진한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붓다의 깨달음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그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삶을 살고 싶다.”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따라 절에 다녔다. 절하고 기도하는 모습은 나에게 아주 자연스럽다, 옳지 않은 일이라고 여겨지면 불자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삼가고, 매일 선행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내 속에 있는 불성을 찾아내면 곧 부처가 되는 길이라 여긴다.”

“자비를 베푸는 삶을 동경했다. 이기적이 아닌 이타적인 삶이 가치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불교를 만났다. 자비가 거창한 베풀기가 아니라 일상에서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기뻤다. 도반들과 함께 공부하고 수행하면서 신심이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

“우리 가족 모두가 편안하고 큰 일 없이 지내는 것이 어머니의 지극한 불심 덕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늘 기도하고 보시하는 삶을 사셨다. 단지 가족의 기복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늘 반성하고 감사하는 일상 자체가 기도하는 마음 아닐까. 부처님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홀로 되셔서 우리를 키우는 일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 말씀하신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수행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불자 모임에서 경전을 옮겨 적는 사경을 10년 째 해오고 있다. 옮겨 쓰고 다시 소리 내어 독경하면 붓다의 말씀이 깊이 새겨진다. 마치 옆에서 법문을 듣는 것처럼 생생해져서 마음이 고요해진다. 오래 되다 보니 사경한 경전을 묶어서 친구들에게 주기도 하는데 귀한 선물로 여겨준다. 보시도 되니 참 좋다.”

“도반의 권유로 108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큰 숙제처럼 여겨지고 한동안 몸살을 앓기도 했는데 석 달째인 지난 지금은 몸이 오히려 가뿐해지고 그만큼 마음도 가벼워졌다. 걱정거리가 있거나 마음이 불안할 때 108배 이상 없다. 온 몸을 쓰니까 그런지 오래 된 위장병이 없어지고 잠도 잘 자게 되어 여러 모로 이롭다.”

“아침에 일어나면 명상을 한다. 5분도 집중하기 어려웠는데 30분 정도까지 늘일 수 있게 되었다. 한 번은 독감으로 일어나기 힘들 지경이었는데 평소처럼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처음에는 식은땀이 나면서 몸이 가라앉는 듯하였다. 어느 순간 몸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오히려 아픔이 줄어드는 신기한 느낌의 순간이 왔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명상의 맛을 알게 되었다. 뒷날 아침에 명상을 할 생각을 하면 설레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곤 한다.”

이웃에게 붓다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삶은?

“탐진치(貪瞋痴)의 삼독을 멀리 하려고 애쓴다. 욕심내지 않고 분노하지 않고 어리석은 짓만 하지 않아도 부처 같은 삶이 아닐까. 불자가 된 후 달라졌다는 말을 듣는데 그렇 때 뿌듯하다.”

“보시를 늘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화목한 가정을 만들고 주변 사람에게 무엇이든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다. 물질을 내어주는 것만이 보시가 아니다. 자녀를 올바로 키워서 사회에 내보내는 일도 보시고, 친구를 기분 좋게 하는 덕담 한마디도 보시다. 손해 보는 일이 생겨도 보시했다고 여기면 마음이 편하다.”

“가족 사이에 종교 갈등이 있어 푸는 일이 숙제다. 친정에서는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나 절에 가서 기도했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시댁이 종교가 달라 불편할 때가 많다. 말로서 가르치려 하지 말고 행동하라는 스님의 말씀을 듣고, 나의 생활방식을 불자답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

“올해까지 국내 사찰순례가 마무리된다. 사찰에서 스님의 법문을 듣고 역사를 공부하면서 불교 사상을 탐구하는 일이 즐겁다. 내가 이해한 교리와 사상을 쉽게 풀어서 초심자에게 전해줄 수 있도록 책을 펴내고 싶다.”

연등 아래서 조용하고 겸손한 떨림을 느껴

코칭에서 나눔은 마음에 일어나는 변화와 성찰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정리하는 중요한 마무리다. 참석자들은 질문과 대답을 하면서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수행의 부족함과 기쁨, 각오를 보다 구체화시켜 다듬었고 서로 나누면서 앞으로의 계획도 세울 수 있었다.

“함께 나누는 이 소박하고 진솔한 신행생활의 고백에 부처님의 가피가 스미는 것을 느낀다.”

산사에서 내려오는 길, 줄 이어 은은하게 빛나는 연등이 불자로서 살아가는 길을 밝혀주는 서원의 불빛 같았다. 마음에서 조용하고도 겸손한 떨림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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