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것, 복지는 일상이죠”

5월 20일 중승대서 퇴임법회
교직 회향하며 법문집 출간도
지역 포교하며 ‘대중 속으로’

사실 제가 눈물이 많은 편이어서 520일 퇴임법회를 할 때 눈물을 보일까봐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아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중앙승가대 발전을 함께 해왔고, 많은 스님들을 양성해왔습니다. 중앙승가대학에서의 교수 생활은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35년간의 교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퇴직한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보각 스님<사진>은 퇴임 소감을 이 같이 밝히며 말머리를 풀었다.

보각 스님은 스님 최초 사회복지학 전공자로 한국불교 사회복지의 선구자이자 태두로 손꼽힌다. 1967년 천운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1975년 석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한 스님은 상지대 사회복지학과에서 학사를, 중앙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받았다. 상지대 대학원에서 행정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85년부터 중앙승가대서 교편을 잡으며 35년 동안 승가 사회복지 인력 양성에 매진해왔다.

교편을 잡은 시간이 긴 만큼 보각 스님은 “나보다 제자가 많은 스님은 없다”고 자부한다. 실제 현재 불교사회복지기관 대표의 80%가 보각 스님의 제자로, 그 수만 1천여 명에 달한다.

보각 스님이 당시에는 일반인에게도 생경한 사회복지학을 시작한 인연은 속가 모친 때문이다. 말년 향림사에서 봉사하며 지내던 모친을 보며 은사였던 천운 스님이 “네 어머니만큼만 살라”고 스님을 경책할 정도로 모친의 신심과 자비심은 남달랐다. 그러면서 보각 스님은 자신의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제가 중학교 시험을 보러 광주로 가는데 추우니까 어머니가 당신이 입으시던 빨간 내복을 저에게 입히셨어요. 광주 시내를 구경하며 시험장을 가는데 거지 모자가 터스에 올랐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저에게 얼른 내복을 벗어줘라고 했습니다. 저는 버스 안에서 내복을 벗어 거지 모자에게 건넸습니다. 어머니는 항상 이웃을 도우며 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같은 어머니의 모습과 말씀이 저를 자연스럽게 사회복지의 길로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세운 불교 사회복지 원력은 보각 스님이 강단과 현장을 오가는 사회복지학자이자 실천가의 삶으로 나아가게 했다. 사회복지를 시작한 이래 주지 소임을 맡지 않고 현장에서만 활동했다.

그렇다면 스님이 생각하면 사회복지는 무엇일까. 스님은 곧장 이야기했다. “중생을 기쁘게 하는 것이 사회복지”라고. 그러면서 “일상이 사회복지다. 꼭 기관에서 대상을 수용해서 서비스하는 게 복지가 아니다. 모두가 섞여서 평등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그것이 바로 복지”라고 했다.

35년간의 교수 생활을 마무리한 현재 보각 스님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해 9월 강진 백련사 주지로 취임하며 사찰 운영과 지역 포교·전법을 시작한 것이다. 대중 속에서 함께 하겠다는 원력의 외연이 조금 더 확장된 것이다.

“사실 단체나 기관 살림을 운영해 봤으니 아예 초임 주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기관·단체를 운영하는 것과 사찰 살림을 사는 것은 차이가 많더군요. 그래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올해에는 백련사와 지역문화를 조명하는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강진불교대학도 맡아 운영 중인데 조금 더 지역을 위한 사업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 보각 스님은 교수 생활을 회향하며 법문집 <눈물만 보태어도 세상은 아름다워집니다>를 발간했다. 스님은 책을 통해 붓다의 출생에서 출가, 성도, 열반, 가르침을 선사들의 경구를 인용해 쉬운 말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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