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지도자협회 참선아카데미 대강좌(5월 18일 강의)
서광 스님(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집착에서 비롯되는 심리장애
자각하면서 멀어질 수 있어
유식수행으로 고통 벗어나자

본래 강의주제가 한국불교와 간화선이었지만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불교에서는 유식(唯識)사상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얼핏 들어본 것 같지만 정확하게 유식을 이해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오늘은 유식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현장법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맹목적으로 닦고 수련하는 것, 즉 눈 멀게 닦고 수련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 바로 유식을 모르고 좌선하는 것이 그렇다.” 강원에서 스님들이 공부하는 <능엄경>에도 미륵보살이 유식수행을 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유식관을 닦아 보살도를 성취했다고 말이죠. 명나라 고승이었던 감산대사는 부처님의 49년 설법이 삼계유심(三界唯心) 만법유식(萬法唯識)’으로 정리된다고도 했죠.

이런 내용을 보면 일단 유식이 뭔지는 몰라도 매우 중요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도대체 유식의 출처는 무엇일까요?

유식은 인도의 세친보살이 쓴 <유식삼십송>에서 비롯됐습니다. 불교의 핵심가르침을 30개의 게송으로 정리한 것인데요. 유식사상은 1대 미륵보살이 <유가사지론>을 저술하고, 2대 무착보살, 3대 세친보살로 이어지면서 정립됐습니다.

우선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 불교수행의 궁극적인 목표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부처님의 핵심가르침은 바로 이고득락(離苦得樂) 요익중생(饒益衆生)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우선 어떻게 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체득하고, 그 다음은 괴로움에서 벗어난 뒤 모든 이에게 유익한 행위를 하는 것이죠. 이런 목표가 없다면 애초에 수행은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가르침을 잘 담아낸 것이 <유식삼십송>입니다.

그래서 <유식삼십송>은 앞서 말씀드린 이고득락 요익중생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가장 먼저 우리가 왜 고통받는가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첫 번째가 바로 번뇌장인데요. 요즘말로 표현하면 정서장애에 해당합니다. 정서가 오락가락하고 어지러울 때를 의미합니다. 두 번째는 소지장으로 인지장애입니다. 생각을 잘 조절하지 못하고, 건강하지 않은 생각을 하는 것이죠.

유식에서 정서장애는 스스로에게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마음이 고요하지 않고, 휴식하지 못해 해탈열반을 이룰 수 없는 것이죠. 인식장애는 대상에 집착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나는 건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가 손상되기 때문이거든요.

그렇다면 어떻게 치유해야 할까요? 나를 이롭게 하고, 남을 이롭게 하고, 너와 남을 둘러싼 환경을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수행해야 합니다. <유식삼십송>1송에서 25송까지 어떤 구조로 심리가 작용하는지 설명합니다. 26송부터는 우리가 경험하는 앎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전부 식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이걸 알아보는 데까지 5개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요. 첫 단계가 자량위(資糧位)입니다. 이후로 가행위(加行位), 견도위(見道位), 수습위(修習位), 구경위(究竟位)가 있지만 첫 단계만 온전하게 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1단계를 집중적으로 공부해보셨으면 합니다.

서광 스님

자량위 단계에서는 가장 먼저 사념처 수행이 필요합니다. 신수심법을 자각하면서 나를 이롭게 합니다. 그 다음은 타자를 이롭게 하는 사섭법입니다. 보시(布施애어(愛語이행(利行동사(同事). 이는 점차 사무량심으로 이어지고 육바라밀 수행으로 거듭납니다.

어느 순간 괴롭거나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들 때 자기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가 갖는 느낌과 생각, 판단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걸 자각하고 내려놓으면서 자유로워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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