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 은해사에서 봉행된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대표가 삼귀의례 중 홀로 합장반배 안하고 있다. 그는 관불 의식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혹자는 기억할지 모르겠다. 이찬수 강남대 교수를. 현재는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2006년 불교 언론을 비롯해 일간지에도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유는 이렇다.

개신교 사학인 강남대의 교양필수교과를 교육했던 이찬수 교수는 2006년 1월 학교 측으로부터 재임용을 거부당했다. 이유가 “창학이념에 맞지 않는 사례가 발생해서”였다.

창학이념에 맞지 않는 사례는 2003년 이 교수가 EBS의 ‘똘레랑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찰에서 절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강남대 교목실은 이찬수 교수의 행동에 문제를 삼았다. 이에 그는 “모든 기독교인이 배타적이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사적인 표현”이라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해임됐다. 이후 이찬수 교수는 복직 소송 등 지난한 과정을 거치며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다.

부처님오신날, 불자들에게는 어느 날보다 기쁜 하루가 올해에는 갈등으로 얼룩졌다. 개신교도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은해사에서 봉행된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합장도 반배도 관불의식도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관불의식을 권하자 손사래를 치며 거부했다고 전해졌다. 아마도 합장 반배와 관불의식이 개신교도인 그에겐 ‘우상숭배’ 행위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불자들은 공분했고 국민들은 “예의없다”고 힐난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5월 22일 성명서를 내고 “오로지 나만의 신앙을 우선으로 삼고자 한다면 공당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독실한 신앙인으로 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황교안 대표의 논란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찬수 교수가 오버랩됐다. 자신의 신앙을 관철위해 관불의식을 손사래 친 무관용의 정치인과 개신교인이 배타적이지만은 않다며 불상에 절을 한 신학 교수. 둘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무관용의 정치인은 ‘우상숭배’라는 문자주의적이며 배타적인 계율의 족쇄에 스스로 묶여 있는 것이고, 다른 지식인은 같은 신앙 안에서도 자유롭게 사유하고 행동한다.

일련의 사태를 보고 이찬수 교수는 개신교 언론 〈뉴스앤조이〉에 기고한 글을 통해 “한국 개신교가 ‘우상숭배’라는 ‘형상 알레르기’에 빠져 있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신약성경에서 말하는 우상숭배란, 어떤 형상 앞에 절을 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하나님을 인간적 욕심 안에 가두는 행위를 의미한다. 자신의 이익을 구하는 행위의 수단 내지 근거로 하나님을 들먹이는 행태가, 하나님을 우상 차원으로 끌어내리는 행위가, 우상숭배인 것이다.”

종교를 신앙한다는 것은 자유로워짐에 있다. 불교는 부처가 됨으로서, 기독교는 구원을 얻음으로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배타적 신앙은 자신에는 족쇄로, 타인에게는 폭력으로 다가간다.

한국사회는 바야흐로 다양성의 사회다. 다양성은 다름을 인정할 때 빛난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에는 다른 종교·신앙을 용인하는 ‘똘레랑스(Tolerantia, 관용)’가 필요하다.

똘레랑스가 없는 정치인이 제1야당 대표로 활동하는 데 한국사회가 어떻게 화합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번 기회에 합장 반배도 할 줄 모르는 무관용의 정치인은 ‘똘레랑스’라는 덕목을 배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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