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리 린뽀체 향한 피해자들 폭로 잇달아

티베트 최대종파 겔룩파 소속
대승불교유지재단 지도법사로
한국·서양인 피해자 알려지며
티베트 비구니 ‘진상조사 촉구’

사진 잇단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티베트 겔룩파 고위승려 닥리 린뽀체. 사진출처=트리사이클

지난해 미투 운동으로 한차례 홍역을 앓은 티베트 불교계가 다시 시끄럽다. 지난 516트리 사이클’ ‘라이온즈 로어’ ‘부디스트 글로벌 도어등 주요 불교전문 외신들은 티베트 불교의 고위승려 닥리 린뽀체(Dagr rinpoche)3명의 여성에게 성추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닥리 린뽀체는 티베트 불교 최대 종파인 겔룩파의 고위승려로, 영미권과 유럽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티베트 불교단체 ‘FPMT(대승불교유지재단)’의 지도법사중 한 사람이다.

논란의 발단은 53일 닥리 린뽀체가 인도 뉴델리서 히마찰프라데시주()의 캉그라 공항으로 가는 국내선 기내에서 30대 인도인 여성을 성추했다는 뉴스였다. 당시 공항경찰은 캉그라 공항에 내린 닥리 린뽀체를 체포, 조사 후 보석금을 받고 석방했다. 이 사건은 인도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후 513라이온즈 로어는 전 티베트 불교 비구니였던 자카이라 페레즈 발디비아(Jakaira Perez Valdivia)가 동일인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유튜브에 폭로했다고 보도했다. 자카이라는 2008년 다람살라에서 비구니로 있을 당시 닥리 린뽀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자카이라는 유튜브에서 당시 나는 신체적·정신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었다. 닥리 린뽀체는 치료에 도움을 주겠다며 자신을 찾아온 나의 가슴과 골반을 만지는 등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고 말했다.

자카이라는 고민 끝에 2010년 피해사실을 4장의 진술서에 담아 달라이라마 공식 사무국과 FPMT 사무국, 캉그라 경찰에 제출했다. 사건은 달라이라마 사무국 측에서 3자 대면을 마련하고 닥리 린뽀체가 사과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사건이 확대되자 13일 저녁, 닥리 린뽀체 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해명했다. 먼저 기내에서 일어난 성추행 논란에 대해 지병인 관절염 때문에 바로 앉지 못하고 잠시 좌석에 기대에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옆 좌석 여성이 내가 자신의 몸을 부적절하게 만졌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자카이라의 폭로에 대해서는 그녀의 요청에 응해 그 자리에서 장애를 소멸하는 기도를 행했다며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자카이라의 유튜브 영상에 댓글을 달고, 자신의 SNS를 통해 성추행 피해사실을 고백한 세 번째 여성이 등장했다. 스스로를 한국인이라고 밝힌 이 여성은 다람살라 티베트 학교에서 공부하던 중, 린뽀체를 만난 자리에서 닥리 린뽀체가 자신의 가슴을 잡았으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댓글과 게시글은 삭제됐지만, 여성은 닥리 린뽀체를 친견했던 사진과 당시 경찰에 제출한 조서의 사진을 공개했다.

닥리 린뽀체의 이러한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린뽀체가 활동하는 FPMT의 비구니 스님들을 비롯, 티베트 불교를 대표하는 비구니 13인이 공개적으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섰다. 현재 이들은 우리들 중 몇몇은 닥리 린뽀체에게 추행을 당했다는 또 다른 서양인 여성 출가자들을 알고 있다고 말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