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입하(立夏)
느티떡·산채비빔밥·참죽장아찌

장 뜨기가 무섭게 벌레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나무는 햇살기운을 더해 빛이 깊어지고 들판의 보리밭은 싹이 여물고 있다. 입하는 보리덕분에 이름도 많다.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기운이라고 해서 맥량이라고도 부르는데, 현대인에게 생소한 명칭이지만 선조들의 농경사회에서는 땅을 의지하고 의식주를 해결하는 일이 삶에서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기에 이처럼 불렸다.

곡우차를 만들지 않고 기다렸다가 작설차의 기운이 꽉 차는 시기인 입하에 첫 잎을 딴다. 살청을 하고 차를 만들어 부처님께 헌다하고 비로소 첫 모금을 넘길 때의 시원함이란 그저 찻잎을 틔운 차나무가 신통하기만 할뿐이다.

부처님오신날 준비로 바쁜 시간을 마주했다. 사찰 초입에 오색등을 달고 종일 도량을 정리한다. 두릅이 끝물이고 다래순은 생나물로 데쳐서 먹는 나물보다 묵나물로 만들어 두고 고사리처럼 저장해 사용한다. 그늘에 자라는 덕에 꽃이 늦은 으름꽃과 으아리꽃의 향기에 취해도 본다. 여름의 시작이라고 해서일까 점점 봄은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느낌이다.

마을에 내려가 느티나무순을 따와서 느티떡을 만든다. 손톱만큼 자란 느티순은 하얀 백설기에 꽃잎이 날리듯이 고운 떡이 된다. 조금만 더 자라서 질겨지면 절구에 찧어 느티순을 부드럽게 만든 다음 쌀가루와 잘 버무려야하는데 상당히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포슬포슬하게 만들어야 떡을 쪄놔도 떡 모양이 가라앉지 않고 형태를 유지한다.

어릴 적 기억 속 부처님오신날은 공양물을 머리에 이고 산길을 따라 폭포를 지나며 잠시 쉬다보면 땀을 닦아주신 어머니의 손길이 느껴지는 날이다. 더 어릴 적에는 어머니 등에 업혀서, 자라서는 한손을 잡고, 더 자라서는 어머니의 부재로 더 이상 절에 데려다 주는 이가 없었기에 홀로 다녔다. 불가의 인연을 다 자라고 나서야 다시 맺게 됨은 세세생생 부처님 가피 속에서 살아온 인연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리산 깊숙이 들어가면 들미나무 군락지가 있다. 들메나무라고도 하고 들미라고도 한다. 과거 방송에서도 산나물다큐 프로그램에서 다루었지만 매번 갈 때마다 잘 찾아가는 자신을 들여다보면 그것 또한 신통하다. 이정표 하나 없이 가다가 자주 여러 갈래 길이 나타나는데도 지혜롭게 들미나무가 있는 곳을 망설임 없이 찾아간다. 산작약의 고운 자태도 흘깃 보고 가지 않으면 돌아오는 시간을 놓치고 어둠속에서 헤매야 한다.

하여 바쁜 종종 걸음으로 걷다가 개울을 건널 때면 뛰다가 오르막 산길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오른다. 거의 정상 무렵에서 만나는 들미는 천연기념물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기에 상하지 않게 아주 적은 양을 나무순만 채취해서 내려온다. 장날이면 나오는 보살님들도 이제는 연로해서 나물을 찾아 산을 오르지 못한다. 점점 숲은 짙어지고 나물은 해가 갈수록 만나기 어려운 폼목이 되고 있다. 직접 산을 오르지 않거나 재배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들미는 발우를 만드는 물푸레나무와 똑같이 생겨서 자칫 놓치고 만다. 기껏 가져온 나물이 물푸레 잎이니 소모공덕으로 넘길 수밖에 없다. 산청에 와서 살다보니 이 지역민들이 속담에 하동사람들 두릅 팔아서 들미 사먹는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 궁금한 속담 덕에 산에 오르게 되었다.

쉽게 만나기 어려운 나물이었기에 수소문 끝에 길잡이를 만나 산에 오르며 들미를 만났다. 초파일에 들미순을 나물로 만들어 비빔밥에 넣으면 모두 기절하게 맛이 좋다고 이구동성으로 고마움을 표한다. 적당히 쓴맛과 고소한 맛이며 나물답지 않게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말린나물은 잘 두었다가 추석에 헌공음식에 사용한다.

절집의 오랜 식재료 중 참죽나무순은 여러 용도로 쓰인다. 절마당마다 몇 그루씩 식재하는 참죽은 급하게 밥상을 차릴 일이 있을 때 매우 요긴하게 쓰인다. 부침개도 좋고 장떡도 좋고 두고두고 먹는 장아찌는 엄지를 세우게 한다.

금수암의 초파일은 등다는 분보다 공양하는 분들이 더 많다. 비빔밥과 참죽장떡, 그리고 열무물김치를 모두에게 제공한다. 미나리와 참가죽에 표고와 고추장, 된장을 넣어 장떡을 구워내니 분주한 손길만큼 모두에게 한 끼 잘 대접하고 부처님오신날을 함께 찬탄하는 날이다.

느티떡

느티떡

재료: 멥쌀가루 5, 느티순 2, 소금 약간

쌀가루는 방앗간에서 빻아올 때 소금을 넣어서 쌀을 빻는다.

느티순은 다듬어서 씻은 후 채반에 담아놓는다.

쌀가루를 채에 내린 후 물기가 있는 느티순과 섞는다.

시루에 넣고 20분간 쪄낸다.

산채비빔밥

산채비빔밥

재료: 4공기, 고사리 100g, 도라지 80g, 당근 80g, 100g, 콩나물 160g, 취나물 100g, 생표고 2, 집간장 3T, 소금 2T, 참기름 2T, 고추장양념장(고추장 2T, 조청 1T, 채수물 1t, 참기름 1T, 참깨 1T)

고사리는 물에 삶아 제물에 담가서 불린다.(익었다고 건져서 찬물에 바로 헹구면 비린내가 남)

무는 채를 썰어서 고춧가루와 소금을 넣고 무친다.

도라지는 소금을 넣고 주무른 다음 물에 씻은 후 소금과 참기름을 넣고 무친 다음 마른 팬에 덖는다.

콩나물은 씻은 후 냄비에 소금과 참기름을 약간 넣고, 3T를 넣고 콩나물을 넣고 뒤적이며 익힌다.

당근은 채썰어 소금과 참기름을 넣고 덖는다.

취나물은 끓는 물에 데 친후 건져서 헹군 후 물기를 짠 다음 소금과 참기름을 넣고 무친다.

생표고버섯을 얇게 썬 후 팬에 참기름을 약간 넣고 익힌다.

고추장 양념을 만든다.

식기에 밥을 담고 나물을 얹은후 고추장을 곁들여 낸다.

참죽장아찌

참죽장아찌

재료: 참죽 3, 집간장 1, 고춧가루 1, 고추장 반컵, 조청 반컵, 소금 반컵

참죽은 줄기를 떼어내고 부드러운 부분만 다듬어서 소금물에 절인다.

소금물에서 건진 참죽을 맑은 물에 헹군 후 채반에 담아 그늘에 3~4시간 말린다.

양념을 배합한 후 물기가 빠진 참죽을 넣고 버무린 후 용기에 담아 6개월 숙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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